[키워드로 보는 명화이야기]향기(Fragrance) 진정한 향기란 무엇일까?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 향기 넘치는 세상을 꿈꾸며…

2021년 12월 09일(목) 19:20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作 ‘그네’<위키피디아 검색>
이아생트 리고 作 ‘루이 14세 초상화’ <위키피디아 검색>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作 ‘책 읽는 여인’<위키피디아 검색>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 향이 느껴진 거야.’라는 노래 가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좋은 향기는 사람을 이끌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유행가에서 이 단어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혹자는 향기에서 보랏빛과 같은 색을 읽어내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좋은 사람을 빗대 표현하는 용도로 이 단어를 사용하곤 한다.

그래도 향기 하면 가장 떠오르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자연이 창조해낸 ‘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꽃이 아름다운 이유가 단지 화려한 외관 때문만일까? 아마도 자연이 선물해준 은은한 향기가 좋은 느낌을 전해줘 행복감과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것도 무시하지 못할 부분이다. 이런 좋은 향기를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었던 탓에, 인류는 ‘향수’를 개발해 지니고 다니며 몸에 밴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서 혹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용도로 종종 사용해오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향수의 기원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먼저 향수(perfume)의 어원을 살펴보면 ‘통해서’라는 의미의 라틴어 ‘퍼’(per)와 ‘연기’(smoke)를 의미하는 ‘푸무스’(fumus)가 합쳐진 것으로 ‘연기를 통한다’라는 뜻을 갖는다. 한 마디로 ‘향기 나는 기체’를 설명하는 의미로 쓰였던 것으로 보여진다.

사실 향수의 기원은 종교적인 의례로부터 시작되는데, 의식을 치르는 동안 피우던 향에서 비롯됐다. 종종 제물로 희생된 동물의 냄새를 없애기 위한 방향의 목적으로 강한 향을 가지는 나무 등을 태웠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던 연기가 향수의 기원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따라서 향수의 시작은 신과 인간의 교감을 위해 쓰이던 시점으로 볼 수가 있어 적어도 8천년전 부터라 볼 수 있는 것이다.

미술사에는 이 같은 향수에 병적으로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 시기가 있기도 했는데, 과연 그때는 언제였고 왜 그래야만 했는지 명화들을 보며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미술사 속 화려한 시기를 꼽으라 하면 단연 바로크, 로코코라 말할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로는 이 시기 화가들의 작품에 사치로 가득했던 장식품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을 뿐만 아니라 인물들의 의상 또한 화사하기가 이를 데 없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역사상 가장 화려한 미술이라 불리며 프랑스에서 시작된 로코코 양식은 귀부인들을 중심으로 생겨난 살롱(salon)문화와 함께 발전되었고, 따라서 세밀하고 부드러운 곡선 스타일을 띄며 여성적인 성향을 보여준다.

이를 가장 잘 드러내 보여주는 작품으로는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그네’를 소개해 볼 수 있는데 작품에는 프랑스 상류층의 끝없이 치달아 가던 쾌락의 향연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그림을 보면 무성하게 자란 나뭇잎들과 햇살 때문에 분홍빛 드레스를 입은 채 그네를 탄 여자에게로 온통 시선이 집중된다. 그리고 여인의 앞쪽으로 젊은 애인이 부적절한 느낌을 풍기며 그려져 있는데, 한마디로 오직 화려함과 로맨스뿐인 작품으로 당시 귀족층들의 도덕 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그뿐일까? 여인이 착용한 장신구와 너풀거리는 의상 또한 매한가지이다.

프랑스 왕실을 옮겨 그 유명한 ‘베르사이유 시기’를 가져온 루이 14세의 초상화에서도 이와 같은 점을 어렵지 않게 살필 수 있다.

궁정화가가 그린 이 초상화에는 대례복을 입고 긴 머리에 지팡이를 짚은 채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왕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나 두꺼운 의상 사이로 삐져나온 스타킹을 신은 얇은 두 다리와 높은 구두가 사뭇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수십 겹의 복잡한 의복을 겹쳐 입으며 자신을 치장했던 왕과 귀족들은 한 번 의상을 입으면 다시 벗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 덕에 통풍이 제대로 되지 않아 체취가 발생했고 심지어는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의상은 복잡하고 난해했다. 설상가상 성대한 파티를 즐겼던 태양왕 루이 14세의 궁전으로 하루에만 드나들던 인원이 몇백 명이었을 것인데 화장실이 부재했다는 사실은 아찔한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바로 향수였다.

일반적으로 향기는 자신을 위한 만족감도 있겠지만 내가 아닌 타인을 염두에 두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사람을 끌게 하는 데는 향수처럼 좋은 아이템은 없다. 이와 비슷한 뉘앙스지만 다른 방법이 하나 더 있기도 하다. 바로 사람 자체가 가진 매력이라 하겠다. 괜히 다가가고 싶고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이 매력은 묘하게 향기와 깊은 연관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매력이 단지 겉을 꾸민다고 해서 풍겨 나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은은한 향을 내뿜는 내면의 향기가 실로 사람을 미소짓게 하는 것처럼 바람결에 무심히 흩어져 버리는 가벼운 향기와는 달리 오랫동안 상대의 가슴에 머무르는 사람의 향기는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한다.

명화에도 그러한 힘이 있다.

이런 의미로 필자의 마음을 움직여낸 작품으로 소개해 볼 작품은 ‘행복’을 그리는 화가 르누아르의 작품이다. 글 연재를 시작하며 가장 처음 소개했던 화가의 작품을 두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다시 마주하게 되니 그 의미가 남다르다.

소개해 볼 작품은 ‘책 읽는 여인’이라는 제목을 가진 그림으로 화폭에는 창밖에서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평온한 모습으로 책을 읽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담겨있다.

프랑스의 유명배우 마르고를 모델로 그려진 그림 속 여인의 모습은 강한 햇살 탓에 머리칼과 얼굴의 경계가 뿌옇게 보이지만, 발그레한 두 볼과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입술은 오히려 선명해 보인다.

‘나에게 그림은 사랑스럽고 즐겁고 아름다운 것이어야 한다.’는 말을 늘상 달고 살던 르누아르의 그림에서 슬픔이나 우울한 감정은 살필 수가 없었다. 대신 매번 그림에 등장하던 환한 햇살처럼 즐거움과 행복감만이 가득하다. 앞서 소개했던 그림에서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마음에 당기는 책을 읽고 있는 여인의 모습처럼 이것 또한 소소한 행복이 아닐까 싶다.

이처럼 그의 작품은 보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 덩달아 모락모락 행복의 감정이 피어오르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인생은 고(苦)라고 누군가 말하지 않던가? 삶이 그리 녹록지 않더라도 마음 저 언저리에 행복이라는 희망의 싹을 유지하고 있다면 그래도 세상은 아직 살아 볼 만한 곳일 테다.

다사다난했던 2021년도 어느새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올 한 해도 참 많은 일이 있었지만 하나씩 성취해 가는 기쁨도 느껴보았고, 행복했던 경험들도 많이 했었던 참 좋은 한 해였던 것 같다.

이현남<전남대 미술이론 박사수료>
다만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에 있어 원래 사는게 다 그렇다며 억지를 쓰며 그냥 받아들이라는 말들에도 이제는 더이상 불같이 화가 나지 않고, 어느 만큼은 수긍해가기 시작했다는 점이 조금 안타까운 부분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올해도 좋은 사람들 하나, 둘씩 만들어가는 재미에 행복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독자들의 한 해는 어땠는가?

글을 읽는 독자들도 상대에게 윽박지르기 보다는 은은한 향기로 상대의 마음을 토닥일 수 있는 마음 따뜻한 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모쪼록 얼마 남지 않은 2021년도 마무리 잘하시길 바라며 미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전하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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