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출신 조귀동 작가, 호남차별 문제 해결책 제시

호남, 지역·계급 이중 차별을 벗어던지려면…
불평등, 저발전, 산업 및 경제구조 등 중층적 모순 다뤄
자생적 발전 역량 갖추고 중앙-지방 분업구조 벗어나야

최명진 기자
2021년 12월 12일(일) 18:46
지역과 계급이라는 이중차별,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호남의 이야기를 그려낸 책 ‘전라디언의 굴레’(생각의힘刊)가 출간됐다. ‘세습 중산층 사회’라는 책을 통해 불평등 사회에 묵직한 화두를 던졌던 조귀동 작가가 이번에는 ‘지역 문제’로 돌아왔다.

자신을 13년차 회사원이라 소개한 저자는 광주 풍향동, 산수동, 두암동에서 살았고 전남대 후문과 충장로에서 자랐다.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서강대 경제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그는 그동안 한국 경제의 구조와 변화 과정에 대한 글을 써왔다. 특히, 경제라는 하부 구조의 변동이 어떻게 정치와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지 관심이 많다.

이 책에서 저자는 광주를 중심으로 호남이 안고 있는 문제를 다양한 각도와 층위에서 살펴본다.

지역차별, 저발전, 불평등, 산업 및 경제 구조, 부패와 무능, 취약한 지역정치 구조와 거버넌스 등 오늘날 호남이 안고 있는 중층적인 모순을 들여다봤다.

전라도 출신을 향한 노골적인 차별 행위는 여전히 한국 사회 도처에 남아있다.

저자는 지역감정이나 지역차별이 노동시장에까지 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하게 나타나는 사례는 ‘호남차별’밖에 없다고 말한다.

더 심각하게는 호남차별의 기저에 일종의 ‘준인종적 정체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상 인종차별이라는 것이다.

제목에 속한 단어이자 인터넷에서 멸칭으로 쓰이는 ‘전라디언’이라는 단어는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은 2021년, 왜 ‘낡은’ 호남문제를 들추는가.

이에 저자는 두 가지 대답을 들려준다.

먼저 한국 사회가 쌓아올린 모순이 호남에 집약돼 있음을 언급한다. 서울이 ‘머리’가 되고 지방이 ‘손발’이 되는 경제적 역할 분리, 개별 지역의 불균등 발전, 이촌향도라 불리는 대규모 인구이동과 이주민의 도시 하층민으로의 편입, 지역 기반 정당 간의 경쟁 구도, 개별 지역 내부에서 패권적 지위를 갖는 정당의 출현 등을 양적·질적으로 가장 강도 높게 겪었던 곳이 바로 호남이라고 이야기한다.

두 번째로는 호남이라는 지역이 가진 특수성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여전히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호남은 불균등 발전의 희생양이었다. 산업화라는 로켓에 탑승하는 것을 거부당하고, 차별과 모멸을 받고, 거대한 국가 폭력에서 집단 학살의 대상이 되는 과정은 실제로 한 사회의 ‘어둠’을 한 지역에 몰아넣는 것과 다름없었다.

책은 주류 담론에서 벗어나 좀 더 ‘내부의 시각’에서 날것 그대로의 지역과 마주하고 무엇이 지역을 옭아매고 있는지를 명징한 언어로 건져낸다. 이러한 작업의 바탕에는 ‘나고 자란 고장’의 현실을 정면으로 직시하고, 나아가 대안을 강구하기 위한 저자의 갈망이 자리해 있다.

저자는 더는 유지될 수 없는 지방체제 속 지역과 계급의 이중차별을 받는 호남인들에게 자생적 발전역량 강화와 함께 중앙과 지방의 분업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그간 중앙 엘리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였던 호남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스스로의 필요와 언어로 구축된 담론을 만드는 일이다.

이러한 제안은 호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강도와 양상은 다를지라도 비슷한 문제를 겪는 다른 지역에도 필요한 대안이다.

책은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각양각색의 모순이 두텁고도 끈끈히 얽힌 호남을 집요하게 파헤치고 정교하게 뜯어낸다.

호남의 비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수없이 이어져 온 ‘전라디언의 굴레’를 끊어낼 수 있을까? 20대 대선을 석달여 앞두고 한국 사회에 매섭고도 엄중한 질문이 던져졌다.

/최명진 기자
최명진 기자
이 기사는 광주매일신문 홈페이지(www.kjdaily.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kjdaily.com/1639302386562527073
프린트 시간 : 2022년 10월 01일 04:1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