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435) 애끊는 이 마음으로, 애끓는 사람을 마주 대하네 |
| 2021년 12월 14일(화) 19: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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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흘리며 눈물 젖은 눈을 보며
애끓는 마음에 애끓는 사람 보는데
책속에 있는 일들이 나에게 일어나네.
流淚眼看流淚眼 斷腸人對斷腸人
유루안간유루안 단장인대단장인
會從卷裡尋常見 今日那知到妾身
회종권리심상견 금일나지도첩신
원숭이가 지식을 데리고 해변을 산책했다. 나룻배가 떠나는데 새끼 원숭이가 그만 배에 오르고 말았다. 새끼를 놓친 어미 원숭이는 나룻배가 떠가는 곳을 향해 산과 강을 건너 달렸다. 나룻배가 다른 선착장에 닿자마자 나룻배 위로 오른 어미 원숭이는 새끼를 안고 그만 죽고 말았다. 애가 끊어졌다(斷腸)는 이야기다. 책 속에서는 이런 일 대수롭잖게 봤었는데, 오늘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어이 알았겠는가를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애끊는 이 마음으로, 애끓는 사람을 마주 대하네(斷腸人)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율시 두 번째 수다.
작가는 작자는 계월(桂月)로 영조 때의 평양 기생이다. 영조 때 문명을 떨친 관양 이광덕(李匡德:1690-1748)의 애첩이었다 한다. 시재가 뛰어났다고 하며 알려진 ‘국색시’가 그녀의 작이라는 설도 있다. 일설엔 김응서란 사람의 애첩으로 임진왜란 때로 거슬리는 의기(義妓)로도 알려진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눈물을 흘리면서 눈물 젖은 눈을 보며 / 애끊는, 이 마음으로 애끓는 사람을 마주 대하네 // 책 속에서는 이런 일 대수롭잖게 봤었는데 / 오늘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어이 알았으리]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애 끓는 사람]으로 번역된다. 다음과 같은 이야기 한 편이 전한다. 잘못하여 부둣가에서 아기염소가 나룻배에 실려 가는 장면을 어미염소가 발견했다. 어미염소는 아기염소가 실려 간 배를 따라 산을 넘고 강을 건너 한 없이 따라 나섰다. 얼마나 애가 탔는지 모른다. 며칠을 그렇게 뛰다가 어느 부둣가에 닿았다. 어미염소는 아기 염소를 보자 덥석 가슴에 끌어안고 그만 숨은 거두고 말았다. 애가 끊어지고 만 것이다. 이것은 사람과 같은 동물의 본성이다.
시인은 눈물을 흘리면서 애를 끊는 마음으로 사람을 마주 대하게 됐다는 시상의 한 줌을 꼬기작거린다. 눈물을 흘리면서 눈물 젖은 눈을 보면서, 애끊는 마음으로 애끓는 사람을 마주 대한다고 했다. 얼마나 사무친 마음이었으면 애가 끊어질 만큼 마음에 사무쳤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화자는 사무친 마음을 책 속에서나마 읽었는데 이런 현실을 알게 된 오늘은 참담하다는 생각을 이끌어 냈다. 책 속에서는 이런 일 대수롭잖게 봤었는데, 오늘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어이 알았겠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꿈같은 일들이 현실로 나타난 것을 실감한다.
※한자와 어구
流淚: 눈물을 흘리다. 眼看: 눈을 보다. 流淚眼: 눈물을 흘리는 눈. 斷腸: 애를 끊다. 人對: 사람을 대하다. 斷腸人: 애를 끓는 사람. // 會從: ～을 따라서 보다. 卷裡: 책 속에서. 尋常見: 늘 찾아보았다. 今日: 오늘에야. 那知: 어찌 알았겠는가. 곧 과거엔 생각지 못했다. 到妾身; 나의(첩)에 이런 일이.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