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설 몇 마디 - 박덕은 문학평론가 |
| 2022년 01월 17일(월) 19:50 |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광주천을 제대로 알고 싶어 한다. 여름 폭우 때는 복개상가를 삼키려 했다. 온갖 것 걸러내려는 듯. 문득 떠오르는 것들, 수양버들 머리 감는 무등의 생명줄, 물갈퀴 짓하는 야생 오리들, 톡톡 튀는 물고기들을 떠올리며, 오월의 목멘 진실까지 읽어낸다. 그때서야 광주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외롭다 하지 말자. 덩달아 진실로 이어가는 긴 행렬을 바라보게 된다. 광주천을 통해, 오월의 진실을 상기시켜 마음을 숙연하게 하는 솜씨가 아주 세련되어 보인다.
▶시 ‘빈 나루터에서’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빈 나루터에서 상념에 잠겨 있다. 풀잎이 무성히 자라나고 네잎클로버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강가, 풀벌레 울음이 나비로 날고 있다. 마치 반딧불 놀이를 하고 있는 듯하다. 오가던 나룻배는 휴업, 폐업을 왔다 갔다 한다. 서성이며 기다리는 세월, 어쩌면 이게 우리 인생이 아닐까. 철조망도 하얗게 수염도 하얗게 자라는 석고상, 어쩌면 이게 우리 삶이 아닐까. 독자의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시, 사색의 터에 잠시 머물다 가게 하는 시라서, 더욱 마음이 간다.
▶시 ‘연’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연’을 의인화해 놓고 있다. 사라지고 다시 보이는 영혼, 하늘을 자유로이 떠돌던 너, 쉽게 만족하고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던 너, 저 깊은 곳의 별 되어, 그날 소리 없이 곁을 떠나버린 너, 잠시 손끝으로 길게 널 잡았던 흔들림만 남아 있을 뿐, 영영 하늘로 올라가 다시는 내려오지 않는 연을 그리워하고 있다. 이별을 새로운 각도에서 해석하고 있는 시, 지독한 이별의 아픔이 느껴지도록 하는 시라서 가슴 한쪽이 아리고 시리다.
▶수필 ‘천제단 산신제’
이 수필에서의 서술자는 광주 무등산에 오른다. 산신제를 모시기 위해 나이 든 친구들과 함께 산행한다. 산신제와 시산제에 대한 정보를 깔면서, 무등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는 천제단 얘기를 꺼낸다. 산신제에 대한 역사적 의의, 절차와 예법, 유교문화에 대한 소견도 깔아놓는다. 산신제를 마치고 막걸리를 음복하는 서술자의 감성도 만나게 해준다. 마무리로 내면의 바램을 언급하면서, 하산하고 있다. 정보와 관찰과 사색의 세계를 적절히 배치하면서, 독자들의 눈길을 끌어가고 있다. 그와 동시에, 사색의 의미 방울을 맛보게 해주고 있다. 정보도 얻고, 사색의 잔을 통해 깨달음도 얻어내는 수필의 맛과 멋이 잘 어우러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