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설 몇 마디 - 박덕은 문학평론가 |
| 2022년 02월 07일(월) 19:02 |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재단사의 일상을 관찰하고 있다. 자르기가 본업이지만, 간혹 자를 수 없는 것들이 줄 서 있다. 툭 잘라 버리면 다시 이을 수 없을 것 같아서, 두리뭉실 자른다. 다 잘라내지 못한 쓸데없는 근심은 다시 살이 되어 붙어 있기도 한다. 싹둑 잘라 버렸던 아픈 마음까지 떠올리며 도무지 자를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듯 마음의 옷감을 나의 치수에 맞게 재단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고 고백하고 있다. 가윗날이 스치는 아픔을 견디며 감정의 이음새까지 잘라 버려야 하기에 인간관계를 재단하고 내 마음을 재단하는 일은 도무지 어렵다. 평이한 구조 속에 은은한 인생의 의미를 담고 있어, 마음이 쏠린다.
▶시 ‘고독’
고독은 우리의 의식을 오랜 잠에서 깨어나게 한다. 노르웨이의 시인 입센은 이렇게 말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인간은 고독 속에서 혼자 서는 인간이다.” 고독 속에서 우리는 생의 가장 먼 끝을 들여다보게 된다. 시인은 눈물겨운 그 생의 끝에서 건져 올린 것들을 시로 쓴다.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고독 속으로 들어가 명상에 잠긴다. 소슬바람에 히죽거리다가 덧없는 인생의 끝을 깨닫고자 오랜 사색의 길을 걷는다. 석양을 바라보며 아쉬워하다가 먼 하늘로 시선을 보내고 있는 시적 화자. 두 손 모은 채 바라본 방, 그 방은 고요처럼 어둡다. 그곳에서 혼자 생각에 잠긴다. 나를 잊게 하는 것은 무엇이며, 나를 기다리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상념에 사로잡혀 있다. 고독과 인생을 다루면서, 사색으로 안내하고 있는 시라서 멋지다. 고달프지만 우리도 이 시 속으로 들어가 한 번쯤 고독에 잠겨 볼 필요가 있다.
▶시 ‘뜨거운 바퀴’
봄은 그 자체로 뜨거운 바퀴다. 꽃망울 싣고 탱탱하게 달리는 바퀴다. 달릴수록 가지마다 바퀴 무늬 같은 새순이 돋는다. ‘뜨거운 바퀴’라는 제목부터 독자의 시선을 잡아끈다.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유모차를 끌고 동네 한 바퀴 돌면서 봄을 온몸으로 느낀다. 유모차가 달릴 때 어린 봄이 잽싸게 올라타더니, 동네 구석 구석을 안내해 준다. 검불 속에서 실눈 뜬 새순들이 유모차에 힘을 실어 준다. 가파른 언덕길 오를 때는 파랗게 달구어진 지구가 뜨겁게 바퀴를 굴린다. 그러기에 시적 화자는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초봄이 가파른 골목길이 있는 동네로 다가오는 그때를 이미지로 잘 구현해 놓아, 벌써부터 봄이 그리워지게 만들고 있다.
▶수필 ‘소쿠리 비행기’
이 수필에서의 서술자는 어린 시절 모심기 추억을 떠올린다. 못단 몇 단을 던졌을 때, 어른들의 칭찬 세례를 받았다. 그 칭찬에 젖 먹던 힘까지 쏟은 적이 있었다. 중학교 때에야 그게 소쿠리 비행기임을 알게 되었다. 코 만지는 습성, 심부름 독차지 한 것 등도 다 소쿠리 비행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칭찬이 최선을 다하게 하고, 열심과 노력도 하게 하고, 자신도 모르게 힘이 솟고 기쁨을 넘치게 할 수 있다면, 그 또한 기적을 만드는 밑거름이 아니겠는가. 칭찬이 약점을 강점으로 바꿔 줄 수 있다면, 그 또한 대단한 무기가 아니겠는가. 상대방을 치켜세워 주는 칭찬은 마음의 뜨거운 박수 소리와 같다. 그 박수 소리가 클수록 마음의 울림은 커져 자신을 성장하는 쪽으로 나아가게 한다. 서술자는 에피소드를 통해 마음의 박수 소리인 칭찬이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힘차게 박수를 쳐주자고 한다. 시원스레 펼쳐나가는 필력과 설득력, 그리고 사색의 의미방울이 함께하여, 독자를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