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애경의 예술창고 와일드 차일드’…오는 14일까지 갤러리 생각상자 버려지는 것들, 예술로 다시 태어나다 학교 공간 실험 무대 디자인 작업 문화공간 탈바꿈 감성 담아낸 광주 봉주초 공간 혁신 프로그램 참여 최명진 기자

2022년 02월 09일(수) 19:13

14일까지 갤러리 생각상자에서 ‘안애경의 예술창고 와일드차일드’전을 여는 안애경 작가. 안 작가는 버려지는 물건들에 새로운 디자인을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작가 제공>

“폐기 직전의 것들을 근사하게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버리지 않고 활용하는 것도 디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북유럽 디자인 전문가이자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안애경 작가가 전시를 열고 있다.

오는 14일까지 갤러리 생각상자에서 열리는 ‘안애경의 예술창고 와일드 차일드’다.

안 작가는 이번 전시를 자신의 ‘작업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처음부터 전시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갑작스레 제안을 받게 됐고, 갤러리를 제 작업실로 사용하겠다고 했죠. 즉흥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제가 참여하는 프로젝트에 관한 실험적인 작업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최근 예술가로서 쓰레기 문제에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작가는 환경 문제, 특히 버려지는 것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걸 찾아 나섰다.

“쓰레기를 처리할게 아니라 이걸 갖고 내가 어떻게 실용화할 수 있을지 생각해봤어요. 버려지는 가구들이 너무 많잖아요. 한 초등학교에서 나온 버리기 직전의 책걸상들을 모조리 가지고 왔어요. 그리고 저만의 교실을 만들어보겠다고 다짐했죠.”

그의 작업은 학교에서 나온 폐기물을 새롭게 디자인해 하나의 작품으로 만드는 일이다.

버려진 책걸상 등을 깨끗이 닦아내는 것부터 시작이었다. 천편일률적인 의자와 책상들은 작가의 손을 거쳐 각자의 색상을 찾았고, 알록달록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핀란드에서 살며 북유럽의 디자인, 미술, 교육 등 다양한 분야를 알리고 있는 안 작가는 틀에 박힌 채 정형화된 한국의 학교가 단순한 학습 공간이 아닌 문화의 장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

“북유럽에서 이러한 작업들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단지 쓰레기라 생각하는 물건이 보물 같은 좋은 재료가 될 수 있다는 걸요. 그리고 공간을 만드는 디자이너로서 학교 안에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죠. 우리 아이들이 보고 배우는 모든 사회가 곧 학교니까요.”

안 작가는 광주 봉주초 공간 혁신 프로젝트에 아트디렉터로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프로젝트는 지난해 9월부터 설계가 진행됐으며 오는 여름방학에 본격적인 학교 증축 및 개보수 공사가 시작된다. 학교 내에 아이들이 신체적·예술적 감각을 기를 수 있는 목공실, 가사 실습실 등 다양한 공간들이 만들어진다.

특히, 안 작가는 학교 화장실 리노베이션에 가장 심혈을 기울인다. 요소마다 눈에 띄는 디자인들을 가미해 타일을 하나하나 손수 붙이는 등 하나밖에 없는 화장실을 완성시키겠다는 것이다.

학교란 아이들에게 집보다 더 즐거운 공간이어야 한다는 게 안 작가의 지론인 만큼 앞으로도 그는 학교 공간에 감성을 담아내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다.

“디자인은 생활 속에서 찾을 수 있어야 해요. 북유럽 학교에선 아이들이 일상 속에서 누구나 평등하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가르치죠. 한국 학교에서도 이런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공간의 변화 뿐만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학교 차원의 노력 또한 중요합니다.”

한편, 안애경 작가는 미술·공예·디자인·건축·교육 등 모든 분야를 넘나들며 즐기는 예술가이자 북유럽 국가들과 한국을 잇는 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다. 그동안 핀란드 국립박물관, 핀란드 디자인 뮤지엄, 서울 시립미술관, 광주 시립미술관, 한국 공공디자인엑스포 등에서 초청 큐레이터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아트디렉터로 학교 공간에 문화와 철학을 담아내고 지역 특성을 살리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