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화, ‘오월의 미학 2 : 서슬에 새겨진 평화’ 발간 우리 시대 민중 예술가들이 창조한 ‘오월의 미학’ 작가 23명의 시선으로 민중미술 지평 소개 ‘광주항쟁’ 기억서 태동한 미술 작품 길잡이 최명진 기자

2022년 02월 13일(일) 18:46

한국의 민중미술은 40여 년이 넘도록 사회, 정치는 물론 생명과 환경, 인권에 이르기까지 인간사회의 여러 문제를 예술에 녹여왔다. ‘민중미술’은 일반 대중들에는 ‘무서운 그림’, ‘왠지 거북하고 어려운 미술’이라고 이해되기도 한다. 익숙한 장르가 아니기에 이런 장르의 예술품 앞에선 주저함에 어색함까지 더해진다. 하지만 이처럼 건강하게 우리 민족의 정서와 시대 상황을 기반으로 자생해 시대의 정당성을 외치며 진정한 현대성을 확보해온 예술 형식도 없다.

선뜻 민중미술에 다가가기 어려워하는 일반인들에게 친절한 길잡이 역할을 해줄 책이 출간됐다.

장경화(사진) 전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관이 펴낸 ‘오월의 미학 2 : 서슬에 새겨진 평화’다.

이 책은 전작 ‘오월의 미학 1 : 뜨거운 가슴이 여는 새벽’이 출간된 지 10년 만에 나온 저작이다.

1권에서는 30명의 민중화가들의 작품과 함께 그 경향과 의미를 소개했고, 이번 책에서는 23명의 작가를 추가해 우리 민중미술의 넓어진 지평을 소개하고 있다.

장경화 전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관

광주항쟁 당시의 기억에서 태동한 시대의 불의와 정당성에 맞서는 미술작품 그리고 민중미술의 태동과 발전을 다뤘다.

저자는 당시 미처 다루지 못했던 작가 23인을 일일이 찾아 인터뷰하며 그들의 예술 세계를 들여다보고, 일반인들이 민중미술이라는 분야에 조금 더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23인의 작가들은 형식 미학의 모더니즘과 자연주의 미술 등 서구 미학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당시의 미술계를 비판하고, 유신 독재와 광주 학살로 정권을 잡은 이들의 부당함에 대해 저항을 표현한 진보적 미술인들이다.

또한 이 책에서는 대중에게 오랫동안 거칠고 투쟁적으로만 비쳤던 민중미술이 시대와 역사 속에서 어떻게 대응해왔고, 미술사적으로 어떻게 정리됐으며 이후 자본주의와 환경·생태·인권 문제에 어떠한 입장을 취하며 진화하고 자취를 남기고 있는지에 대해 평가한다.

분단 70년을 일으켜 세운 야생미학의 송창, 일그러진 초상이 빚어낸 생명을 그리는 안창홍, 무거운 주제를 고독과 슬픔의 서정에 담아내는 한희원, 서슬에 새겨진 광주의 5월을 그림으로 녹여낸 하성흡 등 한국 민중미술사에서 큰 활약을 보인 작가들의 작품과 예술 세계를 보여준다. 또한 부록에서는 한국 민중미술사 연보를 통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민중미술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이렇듯 저자는 한국 민주화운동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건인 광주 5월의 관점에서 한국 민중미술을 바라보고, 그 연장선의 시각과 미적 체험으로 한국민중미술의 주요 작가 작품을 분석하고자 했다.

그리고 80-90년대 군부독재 정권에 쫓기고 숨어 다니거나 체포돼 고문받고, 더러는 작품을 빼앗겨야 했던 민중미술화가에 대한 깊은 애정과 격려를 담았다.

저자는 “한국의 민중미술은 지난 40여년 동안 인간 사회와 관계의 문제를 예술에 이입해왔다”며 “세상이 주는 삶의 무게와 현실에 대한 고민을 온몸으로 표현한 이들 민중미술가들의 삶과 예술작품을 통해 희망과 사랑의 온기를 다시금 발견할 수 있는 여유와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저자 장경화는 광주 출생으로 조선대 미술대학과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마쳤다. 1992년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로 임용돼 제1회, 제2회 광주비엔날레에서 근무했다. 이후 2000년 뉴욕 파견 근무를 했고, 록펠로우재단(A·C·C)의 연구기금을 수상했으며, 2001년 귀국해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관으로 전시과장, 학예연구실장, 분관장 등을 역임하고 2018년 광주시립미술관을 정년퇴임했다. 이후 조선대 미술대학에서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주요 전시기획으로는 중국현대미술전-붉은대륙 중화(2002, 광주시립미술관), East Wind(2003, 뉴욕퀸스미술관) 등 50여 회가 있다. 현재는 광주문화재단 이사, 한국미술협회, 한국큐레이터협회, 아시아미술문화학회, 한국문화예술포럼 대동문화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