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에서] ‘우리의 소원은…’
2022년 02월 17일(목) 19:31
김종민 논설실장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에 올랐던 위대한 정치가이자 독립투사인 백범 김구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생활을 풍족히 할만 하고,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고 했다. ‘완전한 자주독립’은 선생이 품은 평생의 소원이었다.

군사무기에 스스로 조예가 깊다는 친구가 하는 말, 구구절절이다. 한국형 항공모함에 대해 3면이 바다인 해상전력 핵심으로 지난해 12월 예산이 국회를 통과해 올해 본격 추진될 것이라고 소개한다. 첨단 스텔스기 F-35는 차세대전투기(FX) 사업에 따라 미국에서 순차적으로 40대 도입을 마무리했으며 K방산의 집약체인 한국형 전투기 KF-21은 지난해 4월 시제 1호기를 시작으로 4호기까지 조립이 완료됐다고 했다. 최근 이집트에 2조원대 수출로 주목받은 국산 K-9 자주포는 전 세계 9개국에서 운용 중으로 명품 무기체계로 인정받고 있다고 한껏 자랑이다.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 역할을 하는 최고 전략자산에 대한 나름의 설명, 장황하다.

서방세력과 러시아 간 우크라이나를 영향권으로 두기 위한 일촉즉발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초강대국(G2)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과 헤게모니 다툼도 끝이 없다. 신냉전의 지구촌이다.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 등으로 동북아시아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도처의 위협에 맞서 국민의 행복과 안전을 확보해야 하는 엄혹한 시기다.

2022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우리는 ‘눈 뜨고 코 베이징’ 상황을 목도했다. 개막식에서 한복을 입고 댕기머리를 한 여성이 56개 소수민족 한명으로 등장했고, 최강으로 평가받는 쇼트트랙 경기에선 어처구니없는 오심에 다잡은 메달을 빼앗겼다. 선의의 경쟁과 우정의 장인 세계 스포츠 제전에선 일어나선 안될 일이었다. 중국은 2016년 사드(고고도 마사일방어 체계) 배치를 구실 삼아 경제보복을 취했고 지난해에는 전통음식인 김치의 기원이 자신들이라며 생떼를 부렸다. 만주지역까지 이르는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를 또 자기의 역사로 편입시키려 기도한다. ‘동북공정(東北工程)’의 검은 속내다.

반중감정이 폭발할 수 밖에 없지만, 적반하장이다. 무례하게도 주한 중국대사관은 “부득불 엄중한 우려”라는 표현을 써가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한복 논란엔 “인민의 입장을 존중하라”고 겁박이다. 사실상 정부의 직접 개입으로 숫제 얕잡아 보는 태도다. 한·중 수교 30주년, 우호와 협력이 가능할지 의문스럽다.

제20대 대선이 후보 등록과 함께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해서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 미국과 중국, 일본, 그리고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는 북한까지 관계 설정은 어찌해야 하는지 외교·안보에 대한 역량을 어느 때보다 높이 사게 된다. ‘낀 나라’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대한 불안감은 남의 일 같지 않아서다.

대한민국의 명운이 호남인의 손에 달렸다. 이번 대선은 광주·전남이 생사 여탈권을 쥔 역대급 캐스팅보트라는 사실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과거에도 그랬듯 호남에서 최소 80%이상의 득표를, 정권교체를 내건 국민의힘은 이참엔 25%로 목표치를 올려 가용한 전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승부처로 여긴다. 선택의 시간이다. 더 성숙하고 더 이성적으로, 더욱 냉철한 판단이 중요해졌다.

국제질서는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배타적 패권주의로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다. 이른바 후진적 약소국을 상대로 반칙을 일삼고 억지를 부린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과를 정당화한다. 국가의 품격을 찾아보기 힘들다. 당당한 주권국이 되기 위해선 나라는 부유하고 군대는 강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의 교훈대로 ‘부국강병(富國强兵)’의 기치는 현재도 유효하다.

동계올림픽은 곧 막을 내린다.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화사상을 과시한 중국의 대단한 치적거리로 기록될 것이다. ‘베이징공정의 승리’라 할만 하다. 이 뿐 아니다. 극우세력의 정권인 일본은 호시탐탐 독도를 넘보고 있다. 또 해양자원의 보고인 이어도 해역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최첨단 신무기를 중심으로 방위력 증강에 몰두하는 그들이다. 애국이니, 민족주의로 위험한 도박을 벌일 태세다.

위기다. 국제사회는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 평화는 결코 말로썬 보장받지 못한다. 자위권 확보가 해답이다. 남을 침략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원치 않는다. 전쟁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 진짜로 부강한 나라가 돼야 한다. 미래의 세대, 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길이다.

차기 정부의 역할이 만만찮다. 사상 초유의 비호감 선거의 후유증부터 최소화해야 한다. 대선 후보들 모두 한 목소리를 외치는 대통합이 급하다. 분열과 갈등을 서둘러 봉합해야 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다 죽을 판이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 취임 선서다. 제대로 뽑아야 한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한국은 오랫동안 중국과 일본의 그늘 아래 있으면서 자연스레 생긴 열등감 때문에…”라고 조롱했다. ‘완전한 자주국가’, 백범의 소원이 이뤄질 그 날이 언제일까. 그리 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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