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문예연구소, ‘오늘, 우리들의 무등은’ 시집 출간 광주 역사 담아낸 ‘무등산’…시로 노래하다 문병란·조태일 등 69명 ‘무등산 詩’ 수록 광주 근현대사 인물 삶·역사 인식 담아내 최명진 기자

2022년 02월 20일(일) 18:28

고향을 지키는 사람은 알리라/고향을 다시 찾은 사람은 알리라/없는 듯 있고/있는 듯 없는/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는 마음들을/너무 커서 보이지 않는 마음들을/저리도 또렷하게 뭉쳐서/망월동 밤하늘에 걸쳐놓은 뜻을/온 우주의 깊디깊은 하늘에 걸쳐 놓은 뜻을/무등산,/무등산,/그대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이 세상의 사랑이고/이 세상의 어머니임을. (조태일 시인의 ‘무등산’)

한국 근대현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무등산을 노래한 시집이 나왔다.

오월문예연구소(소장 채희윤)의 기획으로 펴낸 ‘오늘, 우리들의 무등은-시로 읽는 무등산’(문학들刊)이다.

시집에는 작고한 고정희, 김남주, 김만옥, 문병란, 박봉우, 범대순, 이성부, 조태일, 최하림 시인과 강인한, 곽재구, 김준태, 김희수, 나해철, 문순태, 박두규, 염창권, 이대흠, 임동확, 최두석 시인 등 총 69명의 ‘무등산 시’ 69편이 수록돼 있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제 1부 ‘무등산의 봄’에는 작고 시인의 작품이 실려 있고, 2부 ‘무등에 올라’, 3부 ‘무등의 사람들’, 4부 ‘무등을 향하는 연가’에 각 20편의 시가 무등산의 역사, 인물, 삶 등을 담고 있다.

무등산은 광주의 진산이다. 멀게는 일제강점기와 분단 그리고 6·25동족상잔에서부터 가깝게는 군부독재와 5월 항쟁에 이르기까지 그 간난고초의 역사가 산등선 굽이굽이 서려 있다.

의재 허백련, 화가 오지호, 오방 최흥종, 삼애다원, 해방직후의 화순탄광사건, 6·25와 빨치산, 무등산 타잔 박흥숙, 5월항쟁과 주남마을, 이철규와 제4수원지, 천왕봉과 군부대 등 광주의 인물과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있다.

이번 시집의 편집을 맡은 나종영·조성국 시인은 “구전이나 기록을 통해 알려진 것은 물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연일지라도 그것이 무등산과 관련한 우리의 근현대사이고, 이를 토대로 창작된 시라면 게재하려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백수인 시인(조선대 명예교수)은 시집의 해설에서 “무등산은 묵묵히 앉아 기나긴 역사를 가슴에 품고 있고, 사람들은 그 가슴에 깃들어 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 역사와 삶이 시인들의 시 속에 스며들어 있고, 그 시들이 모여 무등산이 된다”고 말했다.

오월문예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시집은 기존의 구전과 사료로 접한 무등산의 역사와는 달리 다양한 시인들의 역사 인식과 시적 감수성으로 재탄생한 무등산의 면모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