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전쟁과 주한미군 철수 / 박대우 |
| 2022년 02월 24일(목) 19: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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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 등 서방세계의 강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선택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개입, 즉 전쟁이었다. 이번 사태는 우크라이나에 국한되지 않는다. 구소련이 붕괴된 이후 서방세계로 급격하게 기울어진 힘의 균형을 되돌리기 위한 러시아의 선택은 이미 중국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들의 준비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국가들이 단일대오를 형성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 속에서 대한민국의 선택지가 좁다는 것이다. 당장 미국이 구체적이고 저돌적인 요구를 내놓고 있다. 지난 14일(현지 시간)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길 원할 경우 우크라이나인들은 그것을 환영할 것으로 확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이었지만 이미 일본이 서방세계와 보조를 맞추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발언이 뜻하는 것은 사실상 대한민국의 참전을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나토에 가입한 구소련 동맹국으로까지 전선을 넓히게 된다면 주한미군의 이동까지도 예상해야 한다. 주한미군이 대한민국을 떠나게 된다면 한반도는 어떤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인가? 한반도는 중국과 러시아, 미국과 일본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지정학적 특징과 함께 남북의 군사적 대치 상황에 놓여있다. 주한미군의 공백은 북한의 무력도발을 유인하는 충분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주한미군은 미국과 소련의 대립이 낳은 냉전의 산물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대한민국의 급속한 경제성장 동력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냉전이 서방세계의 우위로 바뀌면서 1991년 구소련 해체된 이후 이념의 대결이 희미해지는 시기까지도 남과 북으로 나누어진 한반도의 지정학적 요인은 주한미군을 필요로 했다. 최근 우크라이나에서의 엄중한 상황에서 주한미군이 갖는 의미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 입장에서도 남한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이 중국을 견제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특히 미국이 주도적으로 사드(THAAD)와 같은 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아로부터 미국의 핵심이익이라고 할 수 있는 나토(NATO)가 위협받게 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도발을 구체화한다면 주한미군의 역할과 주둔지 역시 대폭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특히 집권 초기임에도 지지율 하락으로 고심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AP보도에 의하면 미국 성인 1천289명을 상대로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국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응답은 26%에 불과하고 절반이 넘는 52%는 중요하지 않은 역할을 해야 한다, 20%는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고 답했다. 무려 72%의 여론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미국의 개입을 원하지 않는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미국 의회 역시 9·11 테러 이후 대통령에게 부여되었던 군사력 사용에 대한 견제에 나서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새로운 병력을 파병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미 파병해있는 주한미군을 이동하는 것이 손쉬운 선택일 수 있다. 누군가의 말처럼 지금 대한민국은 백척간두에 서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들려오는 전쟁의 포격이 한반도를 향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