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지능과 창의융합, 그리고 대한민국 교육대전환! / 김춘식

2022년 03월 07일(월) 19:30

김춘식 동신대 에너지경영학과 교수

초지능정보사회로 명명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첨단디지털기술은 산업과 경제분야를 넘어 우리의 일상의 곳곳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미 식당에서 서빙하는 로봇을 심심치 않게 마주친다. 온라인 화상플랫폼을 이용한 비대면 수업,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3차원의 가상공간인 메타버스(Metaverse)를 활용한 입학(졸업)식과 축제, 그리고 가상캠퍼스에서 수업도 진행된다. 게다가 그 가상공간에서 부동산거래도 이루어진다. 이 모든 것이 이미 새로운 표준인 뉴 노멀(New Normal)이 되었다. 그러나 정작 우리를 정말 불안하게 하는 것은 이러한 도구적 기능의 기술만이 아니다.

이전 1·2·3차의 산업혁명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몸(Body)과 두뇌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 그리고 미래사회는 과거에 인간을 보조하는 도구적 기능의 ‘기술’이 인간을 능가하게 되고, 또한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소위 인공지능(AI)이 핵심이다. 그런데 인류의 창의적 상상력의 결과물인 인공지능이 인간의 육체적 능력과 인지적 능력을 점점 추월하고 있다는 점에는 주목해야 한다. 최근 LG도 인간처럼 생각하고 배우며 판단까지 하는 초거대 인공지능 ‘엑사원’(EXAONE)을 공개하기도 했다. 비록 아직은 단지 설정된 코딩에 따라 작동하는 것뿐이지만, 감정의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기술적 진전도 활발하다. 또한 생명과학 분야의 획기적 발전은 인간의 선택이 신비로운 자유의지가 아닌 수십억 개의 뉴런에서 비롯되며, 직관(Intuition)보다는 일종의 패턴에 가깝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로써 이제 직관이 필요한 인간의 영역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음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도 인공지능이 인간의 표정, 음성의 높낮이, 손의 움직임, 체취 등을 분석하여 데이터화하고, 그것을 적절한 센서로 관찰한다면 운전자, 은행원, 변호사, 협상가 등이 직업 영역에서 수십 년간의 경험을 통해 쌓아온 노하우와 노련함이라는 ‘직관’도 대체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인간이 태어나서 30여년 동안 교육을 통해 학습한 지식과 정보를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불과 14초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술대전환시대에 과연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 그리고 초지능정보사회를 살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을 갖추어야 할까?

기술대전환시대의 교육은 학생주도의 ‘창의융합교육’이 가장 중요한 대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학생들이 기존에 주어진 수많은 정보를 검색(추출)하고, 신속하게 분석(해석)하며, 창의적 해법(솔루션)을 도출하는 ‘창의융합적 역량을 키우도록 새로운 교육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둘째, 주제선정부터 시작해 문제 제기, 문헌 탐독, 소논문 작성, 발표 및 토론 진행 등 전 과정을 학생 스스로 주도하는 ‘발표 토론형 창의융합교육’(CCEP)을 실행함으로써 학생들의 창의융합적 문해력(Literacy)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2018년 통계에 한국의 문해력(실질문맹률)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인 14위이다. 특히 청년세대의 문해력과 글쓰기 역량 수치의 하락은 심각한 문제로 드러났다. 현대 사회에서 글쓰기와 말하기로 구성된 문해력은 사회적 관계 형성과 의사소통에 가장 기초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교양이면서 디지털 환경에서 접하는 기술과 콘텐츠에 대한 비판적 해석 및 올바른 활용 능력을 의미하는‘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도 근본적으로 문해력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셋째, 협업을 강조하는 팀프로젝트를 수행함으로써 공감 소통능력과 공동체정신을 키우고, 핵심문제해결능력(Core Competence)을 키우도록 프로젝트기반학습(PBL)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넷째, 학생들로 하여금 ‘과학기술과 생태환경’, ‘삶과 경제생활’, ‘인공지능과 윤리’, ‘역사와 정의’, ‘예술과 민주주의’ 등 인문사회·자연과학과 예술이 연계된 주제를 탐구함으로써 ‘융합적 지식을 배양’하고, 자연과 인간, 과학기술과 사회 및 예술의 관계에 대한 ‘통합적 사유능력과 통찰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교육적 이상은 정보 주입이 아니었지만, 이미 초지능정보사회에 있는 오늘날에도 대한민국의 교육 현장에서는 대학입시 중심의 경쟁구조에서 정보를 주입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 ‘선진국’ 대한민국의 건강한 미래를 기대할 수가 없다. 대한민국의 대전환과 도약을 기획하는 것은 창의융합교육을 통한 교육대전환에서 시작될 수 있다. 14초를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