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 시인 ‘물의 나라에서 보낸 하루’ 육필시조집 출간 손글씨와 그림으로 엮어낸 사유와 감각 최명진 기자

2022년 04월 03일(일) 18:44

“나는 언제쯤 뽕잎 먹기를 그만두고 투명누에로 섶에 오르나. 뽕잎만 탐하고 비단짜기는 등한한 이날까지의 나는 고치 잣지 않고 빈 물레만 돌리는 누에가 아니었으랴. 뽕잎에서 다시금 실뭉치를 뽑는다. 지구를 온통 시조비단으로 감아내고 싶어서.”

광주문인협회장을 역임한 김종 시인이 육필시조집 ‘물의 나라에서 보낸 하루’(책만드는집刊)를 펴냈다.

저자가 자신의 시를 직접 필사하고 그에 맞는 그림을 손수 그려낸 시·서·화가 어우러진 시조집이다.

광주시 문화예술창작지원금으로 발간된 이번 시집은 총 5부로 나뉘어 표제작 ‘물의 나라에서 보낸 하루’를 비롯해 ‘물저장나무 소식’, ‘씨앗의 시간’, ‘허공 흔적’, ‘달개비 풍경’ 등 50여 편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무지개가 꽃인 것을 오늘 알았다/ 한 발 한 발 좁혀든 참 신비한 구석자리가/ 한 아름 햇빛에 웃는 별자리를 띄우더니/ 뚝 뚝 뚝 하늘에서 눈물을 받아내고/ 맑은 얼굴 옮겨다가 하늘하늘 수초되고/ 그 수초 허리를 내어 강물을 휘감았다/변색없는 만남을 짝 맞추고 싹 틔우니/평일에 자란 햇살 청색기질로 우거지고/까마득 하늘바다가 호수처럼 앉았다.”

표제작인 ‘물의 나라에서 보낸 하루’에서는 자연 사물에 대한 관찰과 묘사를 통해 자연 안에서 우리 역사와 존재의 근원을 묻는다.

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는 “시인은 자신의 기원과 함께 현재에 이르기까지 겪어온 시간을 노래함으로써 그것을 상상적으로 치유하는 제의 과정도 함께 치르고 있다”며 “그 점에서 그는 삶에 깊이 각인된 흔적들을 통해 자신의 기원과 현재형을 동시에 노래하는 시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평했다.

김종 시인은 197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장미원’이 당선되며 등단했으며, 조선대 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시집으로는 ‘장미원’, ‘밑불’, ‘배중손 생각’, 그대에게 가는 연습’, ‘간절한 대륙’, ‘독도 우체통’ 등이 있다. 민족시가대상, 새천년문학대상, 영랑문학대상, 한국가사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