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마당]5.18 묘역에서의 해후 / 시 - 공옥동 |
| 2022년 04월 04일(월) 19: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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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과 옥고에 결코 굴하지 않으시며
민족사랑 나라사랑 평화통일을 염원하시다
홀연히 떠나신 그 님을 참배하다 털썩 주저앉아서
딱 한 번만 와주세요
아쉬움이다 /그리움이다 /못다 한 사연이다
쉰 소리꾼, 내가 죽었는데 어떻게 가냐
굳어있는 내 표정에 다가오는 이가 있다
알았어 내가 나가면 되지
우리는 님의 잔디밭 토방에 앉아 손을 잡았다
이제 어여 돌아가 /조금만요 /난 이제 가야 해
희미한 여운 속에 웃음 띤 서은 선생님 주변 주변
어스름 안갯속 여기저기 나지막한 소곤댐에는
죽어서도 부러움을 본다는 발목 잡는 영령들을 지나니
돌아오는 발걸음 뒤로 어둠이 내리며
아물지 않은 서러운 영혼의 불꽃 광주
아! 광주의 그 불빛들이 나를 반겨 안는다
<공옥동 약력>
▲(사)서은문병란문학연구소 창립회장, 광주문인협회 이사
▲한국문학예술가회 신인상, 문병란문학상 특별상
▲법무부 범죄예방 상임위원, 기아무등대리점 운영(現)
▲시집 : ‘마음이 마음으로 느낄 때’, ‘그리워 차마 지울 수 없는 사연’ 외 다수
▶박덕은 평설
공옥동 시인의 시 ‘5·18 묘역에서의 해후’에서의 시적 화자는 5·18 묘역을 찾아가 세상을 떠난 서은 선생을 만난다. 묘역에서의 해후는 이미 떠나고 없는 사람과의 만남이기에 그리움에 깊이 잠기게 한다. 가장 조용하고 침잠해지는 시간 속으로 들어간다. 묘역에 왔지만 서은 선생은 지극히 먼 곳에 있다. 금방이라도 서은 선생의 환한 목소리가 들릴 것도 같은데 그 어디에도 없다. 서은 선생에게 ‘딱 한 번만 와 주세요’ 말해보지만 그리움을 응시하는 몸의 기억들만 있을 뿐이다. 그 가슴 먹먹한 무덤에서 나온 영령과 잔디밭 토방에 앉아 대화를 나눈다. 시적 화자가 묘역을 나오자 ‘아물지 않은 서러운 영혼의 불꽃 광주/아! 광주의 그 불빛들이 나를 반겨 안’아 주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서은 선생에 대한 그리움은 다시 일상을 살아갈 힘으로 작용한다. 이 시는 쓸쓸함을 감당하며 그리움의 내부까지 파고드는 울림이 있어 좋다. 묘역을 찾아가 스승을 만나면서, 동시에 광주의 아픔과 불꽃을 독자에게 안겨 주고 있는 시, 이를 통해 투쟁과 옥고를 치르면서 나라 사랑에 몸을 바쳤던 호국영령들에게도 독자들이 함께 참배하도록 하고 있다. 오늘의 민주화가 있도록 초석을 깔아준 분들에게 다시 한번 고개 숙이게 하고 있는 이 시 앞에서 마음이 숙연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