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매리 작가, 신작 ‘창세기’ 연작 베니스 초대 19일부터 6월28일까지 ‘제네시스’展 비엔날레 기간 전시 “꿈 실현돼 기뻐” 최명진 기자

2022년 04월 17일(일) 19:40

작품 앞에 선 이매리 작가

“작가로서 꿈에 그리던 개인전을 열게 됐습니다. 생각보다 그 기회가 빨리 찾아온 것 같아요. 이번 전시를 계기로 더욱 성장해 그 영역을 넓혀가고 싶습니다.”

지역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진 작가 이매리가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중 초청 개인전을 갖는다.

오는 19일부터 6월28일까지 베니스 산 폴로 갤러리서 열리는 ‘Genesis’전이다.

세계 미술인들의 축제인 비엔날레 기간, 본 전시 이외로 열리는 개인전에 또한 눈길이 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특히 몇 안 되는 한국 작가 중 지역 화가가 국제 무대에서 존재를 알리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 전시는 에밀리하비재단의 초청전으로 뉴욕을 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큐레이터 탈리아 브라초포울로스가 기획을 맡았다.

탈리아와 이 작가의 인연은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광주 비엔날레 기간 방문한 탈리아 큐레이터는 광주 작가들의 작품이 서울 작가들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광주시립미술관을 통해 지역 작가들과 포트폴리오를 주고 받으며 이 작가와 만나게 된다. 이 때의 만남을 계기로 이 작가는 뉴욕에서 열린 아시아 작가전에서 전시를 꾸리기도 했다.

“이렇게 뉴욕 전시에 몇 차례 초청되다보니 세계를 무대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저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북돋아준 건 탈리아 선생님이었죠. 저는 항상 ‘내 작업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나를 이끌어줄 것’이라는 생각을 해요. 작가는 자기 작품을 아끼고 좋아해주는 기획자를 만나는 게 가장 큰 행운이거든요.”

이후 2015년 상하이 히말라야 뮤지엄 초청으로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에 참여한 이 작가는 자신의 꿈에 한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

“당시 13명 작가 중 한 명으로 조그마한 공간에서 전시작을 선보인 게 아쉬움이 컸던 것 같아요. 자기 이름을 크게 걸고 개인전을 하는 작가들이 부러웠습니다. 이후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릴 때마다 그 곳을 찾아 꿈을 키웠고, 마침내 제 작업을 오랫동안 지켜봐 온 탈리아 선생님과 함께 이렇게 뜻 깊은 개인전을 선보이게 됐습니다.”

작가는 이번 초대전에서 공간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소개한다. 검은 캔버스에 24K금으로 새겨진 36개의 제네시스 ‘창세기’ 연작을 좁고 긴 전시장 벽면에 하나의 ‘띠’와 같이 연결한다. 이는 불교의 ‘탑돌이’를 연상케 한다.

그의 작품은 인류문명의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변화무쌍한 역사적 사건 모두를 담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엄청난 주제들을 과학적이며 철학적인 렌즈를 통해 해석하고 그만의 ‘창세기’ 연작을 만들어냈다.

구약 성서인 창세기뿐만 아니라 불교의 ‘금강반야바라밀경’ 등 여러 종교 서적에서 발췌한 구절을 라틴어·영어·히브리어·한국어로 번역해 작품 속에 담아냈다. 또한 전시장에는 여러 나라의 시를 읽는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펼쳐진다. 소리·회화·조각·시간 예술·건축이 결합한 다원적이며 몰입적인 전시다.

이 작가는 개막식 날 작품이 걸린 벽면을 따라 약 1시간 가량 금으로 무언가를 쓰거나 그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전시장을 찾은 관객들 또한 이러한 과정에 자연스럽게 참여하며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소망’을 기원하고 죽은 자들의 영혼을 위로한다.

작가는 역사와 인류의 문제를 기록한 이번 전시를 바탕으로 또 한 번의 도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작은 전시지만 저에게는 너무나 감사하고 의미있는 자리입니다. 나이 여든 살 즈음 조금 더 성장한 작가가 된다면 비엔날레 본 전시 초청이라는 더 큰 기회가 있지 않을까요. 그때까지 건강하게 작품 활동을 하며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로 작가로서의 궤적을 쌓아가는 데 충실하고 싶어요.”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