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학교폭력에도 학교는 이틀 간 ‘쉬쉬’ 가해 학생과 화해 ‘종용’ 논란…시교육청 신고도 ‘뒤늦게’ 안재영 기자

2022년 04월 28일(목) 21:01

#지난 25일 광주 광산구 소재 한 초등학교 3학년 A군은 하굣길에 같은 학교 상급생 B·C·D군에게 폭행을 당했다. 상급생들은 이날 광산구 첨단 모아아파트 놀이터에서부터 첨단 동부 아파트 쪽문까지 A군을 둘러싸며 괴롭혔고, 심지어는 침을 뱉기도 했다는 것. 이런 과정에서 A군이 자신들과 부딪치면 “왜 부딪치냐”며 폭행을 가했고, 참다못해 이에 대응하는 A군에게 “무릎을 꿇고 빌어라”라며 신체적·언어적 폭행을 이어갔다. 이같은 피해 사실을 인지한 A군의 부모는 다음날인 26일 학교 측에 가해 학생들의 엄중한 처벌을 요청했다. 하지만 학교측은 학교폭력위원회 개최 등 적극적인 대처는 커녕 이를 무마하려는 태도를 보이면서 피해자 학부모측으로 부터 강한 비난을 사고 있다.
이처럼 광주 한 초등학교에서 명백한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했지만 학교가 피해 학생의 눈물을 닦아 주기보다 가해 학생과의 ‘화해’만 주선하다가 뒤늦게 절차를 밟아 사고의 ‘수습’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28일 피해 학생 A군의 학부모에 따르면 이날로 학교폭력 발생 3일을 맞았지만 피해 학생에 대한 어떠한 보호 조치도 없었다.

이 탓에 A군은 지난 26-27일 간 학교에서는 언제 가해 학생들을 만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또 2차 보복을 막기 위해서 A군의 할머니는 하굣길에 맞춰 직접 학교에 방문, A군과 함께 귀가해야만 했다.

이렇듯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했음에도 학교폭력위원회 등 즉각적인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결국 28일 A군의 학부모들은 자녀의 안전을 위해 등교를 중지시킬 수밖에 없었다.

피해 학생 아버지는 “피해 사실이 명확하고 학생이 엄중한 처벌을 원하고 있지만 학교가 소극적으로 태도를 취하니 부모로서 학교와 가해 학생 간 연관이 있는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이런 오해를 풀기 위해서라도 학교가 적극적인 태도로 나서며 가해 학생에 대해 절차에 맞는 엄중한 처벌을 했으면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전날 학생들 간 화해를 권유했던 것은 학교의 입장이 아닌, 지도하는 선생님으로써의 소견이었지 결코 학교가 ‘종용’에 나선 것은 아니었다”며 “피해 학생 간 분리 등 안전에 관한 조치는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학년이 달라 분리가 이뤄졌고, 하교시에는 담임선생님이 학생을 직접 교문까지 인솔해 학부모에게 직접 인계했다. 아무런 안전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학교측은 이같은 폭력사태가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나도록 관할 교육청에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또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이에 학교측은 “교육적 차원에서 피해·가해 학생 모두에게 무엇이 최선일지 고심하다 보니 절차상 늦은 부분이 있었지만 이날 가해 학생들에게 대해 피해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대로 절차에 맞는 처분을 하기로 결정했다”며 “규정상 맞는 48시간 이내에 보고를 올릴 것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지도하겠다”고 설명했다./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