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에만 눈이 멀어~ 본사 부회장

2022년 05월 11일(수) 23:44

2022년 대한민국의 5월은 참 바쁘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장관들의 청문회로 국민의 눈과 귀가 중앙에 집중되고 있다. 이 와중에 지방에선 6월1일 지방선거 때문에 ‘나 좀 봐달라’는 지역정가 선량들의 표심잡기가 한창이다. 먹고살기 바쁜데 참 어수선한 5월이다.

얼마전 한 카페에서 뒷좌석에 앉은 두 여성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장관 후보자 자질 얘기를 하면서 ‘저렇게 살아놓고 장관하겠다는 배짱은 어디서 나올까. 지도층의 도덕 불감증이 도를 넘고 있다’며 혀를 끌끌 찼다. 지방선거를 화제 삼으면서 자신이 아는 구체적인 인물을 언급하면서 ‘동네 일군으로 나왔다면서 동네일이 뭔지도 모르더라. 벼슬이 목적인지 사명감은 찾아보기 힘들고 당선을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더라’고 비판했다.

필자가 보기에도, 중앙정치인이든 지방정치인이든 정치지도자가 되겠다는 공인의식을 가진 이는 보기 드물다. ‘정치직업인’으로 선거에 뛰어든 이들 중엔 ‘왜 정치를 하는가’ ‘무엇 때문에 출마했는가’ 명쾌한 답을 못하는 이들이 많다. 정치인지도자 자신에게 맡겨진 일의 중요성과 사명감을 모르고 무슨 행정을 하고 어떻게 행정감시를 할 것인가.

서양격언에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다’는 말이 있다. 나눔과 봉사, 소통을 하겠다고 정치 하는 사람은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며 최고의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정직이 몸에 배지 않은 정치인은 일단 사명감이 없고 자기 일에 불성실하게 된다. 정직과 사명감은 공적인 일을 할 때 그 사람을 진지하게 만든다. 정직과 사명감이 없으면 사리사욕에 눈멀거나, 이권 챙기기, 편 가르기, 줄서기, 이합집산과 야합, 이전투구를 일삼게 된다. 모름지기 정치지도자가 꼭 갖춰야 할 판단력, 문제의식, 성찰, 소통, 겸손, 포용, 통찰력, 비전제시 등을 모두 갖춘 탁월한 리더십을 모두 갖추지 않더라도, 정치인의 제 1조건, 정직은 가장 바탕이 되어야 한다.

대통령 선거에 가려 늦게 지방선거의 막이 올랐다. 정권 교체기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라 의미가 남다르다. 광주전남 경우, 이미 광주시장 전남도지사, 구청장, 군수, 시의원 군의원 등 대부분 지역의 민주당 공천이 완료돼 선거가 거의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불구하고 20일 남은 지방선거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지방선거야말로 내 살림과 직접 연관이 있다. 지방선거는 순수 정치인을 뽑는 것이 아니라 유능한 행정인, 유능한 행정 감시인을 선택하는 선거다. 유권자는 자신이 살고있는 지역의 살림을 도맡아서 해야 할 일꾼을 뽑는 것이고, 동시에 그들을 견제해야 할 지방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것이다. 교육감 선거는 내 자식을 가르치는 교육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교육행정의 수장을 선출하는 것이다.

우리는 오랜 세월 지방자치를 경험하면서 지방정부의 리더를 잘못 선택할 경우 그 지역이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지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주변에서 훌륭한 리더를 가진 나라나 기업은 크게 발전할 수 있지만 무능한 리더를 가진 조직은 정반대로 망하거나 조직의 구성원이 많은 고생을 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기초의원이든 광역의원이든 구청장이든 군수든, 유권자의 투표권 행사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고민할 때, 우선 염두에 두어야 한 것은 ‘그 정치인의 정직함’이다. 후보자 개인의 능력이나 가능성, 개인적 호불호나 친소관계, 학연이나 지연 등 관계적 특성에 따라 자신의 표를 행사하기도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잣대는 ‘정치적인 정직함과 사명감’을 보아야 한다.

시간이 많이 흘러 지방자치가 정착됐고, 시민단체 감시도 활발하고, 자치단체장 의식수준도 몰라보게 높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작은정치인이든 큰정치인이든 우리 주변의 지방정치인들의 ‘정직과 사명감’은 크게 좋아지지 않았다.

목민심서에 이런 구절이 있다. ‘군자의 배움은 수신(修身)이 절반이요 나머지 절반은 목민(牧民)이다. 요즈음 목민관들은 이익을 좇는 데만 얼이 빠져 있고 목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이 때문에 백성들은 찌들고 병들어 줄줄이 진구렁으로 떨어져 죽는다. 그런데도 이자들은 좋은옷과 기름진 음식으로 제 몸만 살찌우고 있으니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정치인 중에는 여전히 자신의 몸만 살찌운 채 애민(愛民)과 청렴(淸廉)을 등한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여전히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돼 구속수감되는 지방 자치단체장들이 있다. 인사 청탁, 이권 개입, 금품 수수는 대표적 비리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초근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점검한 실태 조사 결과 이해충돌 사례만 9,600건에 달했다. 지방의원과 해당 지자체 간 수의계약 100건, 다른 기관으로부터 출장비 지원 120건도 무더기 적발됐다. 공직자에게 가장 우선 요구되는 청렴과 거리가 먼 실상이다. 조선시대 수탈과는 형태를 달리하지만 시민 세금을 축낸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무릇 정치인은 스스로에게 엄격해야 한다. 왜 출마하려했는지, 지역민들 뜻은 어디에 있는지 늘 묻고 자답해야 한다. 자리 욕심에만 눈이 멀어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이가 있다면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다산 정약용은 지방 수령들에게 엄격한 자기절제를 강조했다. ‘벼슬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건 두려워할 ‘외(畏)’자 뿐이다. 법을 두려워하고 백성을 두려워하고 마음에 언제나 두려움을 간직하면 혹시라도 방자하게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