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달의 신비는 누구도 깨지 못한다 / 수필 - 정형래
2022년 05월 16일(월) 19:42
나는 고향을 떠나 이제껏 도시 생활을 하다 보니 복잡하고 어수선한 현실에서 달을 쳐다보는 기회가 많이 줄어들었다. 어쩌다 둥근 달을 보는 기회가 있을 때면 어렸을 적 고향에서 보았던 달을 떠올리게 된다. 달과 함께 그렇게 어렵게 사셨던 부모님들 마음이 어쩐지 숙연해진다. 나는 어릴 적부터 달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다.

봄 여름 가을이 있고, 겨울은 겨울대로 계절에 맞춰 달을 쳐다보면서 좋아했다, 마음이 울적할 때는 달을 쳐다보면서 여름밤 마당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초가삼간 집을 짓고,” 라는 동요를 신나게 불렀던 일들이 새삼 생각난다.

자연의 이치, 비단 달만 가지고 논할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달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에게는 달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온다. 한적한 농촌풍경, 동녘 하늘에 떠오르는 달은 우리에게 끝없는 감정을 안겨주었고, 외로울 때는 서쪽으로 사라져가는 새벽달을 보면서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어느 날인가, 유유히 흐르는 구름 속에 갇혀 있다가 살짝 얼굴을 내미는 달을 보면서 어머니를 대하듯 얼마나 반가워했던가. 도시에서 태어나고 도시에서만 사는 사람들은 높은 빌딩 숲에 가려 하늘을 쳐다볼 수도 없거니와 달이 언제 떠서 언제 지는지조차 모르고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다. 그들에게 고향을 그리는 연민의 정이 어찌 없겠는가.

달에는 물도 없고 생물이 존재하지 않는 암석 덩어리라는 것이 밝혀졌다. 달의 확인은 지난 70년대에 이미 미국과 소련에서 우주선을 착륙시켜 달이 어떻게 생성되어있는가를 탐사한 바 있고, 사람들이 알고 싶은 것은 다 밝혀졌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저 달 속에 계수나무와 옥토끼가 있고, 어떤 생물이 존재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떨쳐버리지 않고 있다. 이것은 인간이 가진 달에 대한 동경이요 꿈이라 할 것이다. 달의 내력이 다 밝혀진 인간의 확인, 비록 과학 분야에서는 진실을 밝히는 개가를 올렸다손 치더라도, 인간은 항상 ‘동경과 꿈의 세계’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보존하려는, 이것을 말하여 관성의 법칙이라 하던가.

과학적인 것은 사실상 달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달이라면 둥근 달이거나 반달이거나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달을 바라보면서 그저 마음은 달같이 밝아지고 고와질 뿐이다.

우리나라 풍습에는 정월 대보름날에 열리는 불꽃놀이가 있다. 보름날이면, 동리 앞 넓은 터에 솔가지와 볏짚 등을 엮어 커다란 돔을 만들어 놓고, 대보름 둥근달이 동리 뒷산 나뭇가지에 걸릴 때를 기다렸다는 듯 불꽃놀이가 시작되는 것이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 동리를 환하게 비춰주고, 이때 동리 사람들은 와- 와- 하는 탄성과 함께 뛰어나오며 환호했다.

불꽃놀이가 끝나면, 농악꾼들이 꽹과리를 치며 농악놀이를 하면서 골목을 누볐고, 평소에는 부끄러움만 타던 갓 시집온 새색시들과 긴 머리 처녀들이 형형색색 옷을 입고 어우러지며, 강강술래를 하며 즐긴다. “뛰자. 뛰자. 엉켜 뛰자 강강술래” 땅이 꺼질세라 새벽까지 놀고 있노라면, 서산에 뜬 저 달은 하얗게 맑아지면서 드디어 모습을 숨기려 한다.

이때가 바로 놀이가 끝나는 시간이다. 이러한 놀이가 대대로 물려받은 풍습이었고, 이것이 자연을 알고 세상을 살아가는 농촌 사람들의 낭만이었다. 요즘도 “달이 뜬-다. 달이 뜬-다. 월출산 천왕봉에 보름달이 뜬-다.” 월출산이 낳은 어느 가수의 노랫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엉덩이가 들썩들썩하면서 흥겨워하고 답답한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이런 것들이 다 자연의 이치이고, 창공에 높이 뜬 저 달의 힘인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 때이듯 내 마음속에 품은 달의 신비는 누구도 깨지 못한다.

<정형래 약력>
▲ 무진주 문학인협회 회장 역임, 서석문학 이사, 광주문인협회 소설분과위원장
▲ 영호남 수필 대상(수필), 서석문학 대상(소설)


박덕은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전남대 교수 역임
▲중앙일보 신춘문예당선
- 평 설(박덕은 문학평론가) -
정형래 님의 수필 ‘달의 신비는 누구도 깨지 못한다’에서의 서술자는 달에 대한 예찬, 연민 등을 풀어놓는다. 달은 보는 이의 마음 상태에 따라 달리 보인다. 필자도 고교 시절, 시험이라도 잘 본 날에는 함박웃음처럼 환한 보름달 속으로 난 길을 걸으며 집으로 왔다. 마음 가득한 환호의 소리가 달빛처럼 눈이 부셨다. 그러다가도 속상한 일이 있을 때면 속으로 눌러 삼킨 아픔이 얼마나 컸으면 울음조차 저렇게 보름달처럼 둥글어졌을까라고 생각했다. 맞다. 서술자의 말처럼 달의 신비는 누구도 깨지 못한다. 아직도 어둠만 드나드는 하늘가에는 미처 짐을 빼지 못한 그믐달이 있고, 사랑에 들뜬 여인의 눈썹 같은 초승달이 있다. 그 달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 끝없는 감성을 안겨 주고, 외로움을 달래 주는 존재, 고향을 그리는 연민의 정, 마음이 밝아지고 고와지게 하는 존재, 대대로 물려받은 농촌의 풍습, 불꽃놀이, 강강술래 등은 엉덩이가 들썩들썩하게 하고, 흥겨워 답답한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이게 바로 창공에 높이 뜬 달의 힘이요, 마음속에 품은 달의 신비이다. 현대인들에게 잊혀져 가는 달의 존재 가치, 달의 의미, 달의 힘, 달의 신비 등을 한꺼번에 맛보게 하는 수필이라서, 정겹다. 이렇듯 수필은 우리에게 잊혀져 가는 감성과 낭만의 세계를 다시 일깨워 주고 마음의 평정과 낭만과 고요를 다시 회복할 수 있게 해주니,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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