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직의 길, 돈의 길 / 김명진 |
| 2022년 05월 22일(일) 19: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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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의 말이다.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영원한 공직은 없다. 대통령도 장관도 국회의원도 시장과 군수도 지방의원도 임기가 끝나서든 개인적인 이유로 사퇴하든 끝은 있다. 현직에 있을 때는 영원히 자리를 보전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에 빠진다. 그래서 오만해지고 불통이 되기에 십상이다.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엉뚱한 시도를 한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도 공직은 한시적이다.
6·1 지방선거전이 한창이다. 엄정한 검증과 치열한 경선을 거쳐 후보로 선출된다. 하지만 도덕적 하자와 자질 부족인데도 유력 정치인의 선택을 받아 ‘기획 선출’된 후보들도 있다.
공직 후보는 이제 더 이상 도덕적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 본의 아니게 한때의 실수로 결격사유가 있는 사람들은 공직의 길을 애초에 도모하지 않는 게 좋다. 세월이 길수록 검증기준도 더 엄격해지고 국민들도 더 철저히 따져본다.
힘든 공직의 길이 아니어도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열심히 일해서 재산을 늘리고 또 어려운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과 기부행위도 공직 못지않은 의미 있는 일이다. 사회단체 활동도 좋다. 로터리, 라이온스, JC, 장학회 등의 일에 열정을 가지고 활동하는 사람도 많지 않은가.
공직자는 주권자인 국민을 대리한다. 국민에 대한 무한봉사자이다. 부여된 권한을 사익을 위해 남용해서 안 되며 그렇게 오해 받아서도 안 된다.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 중에도 성 비위 사건으로 논란이 되는 후보도 있고 전과자도 많고 심지어는 실형을 선고 받고 재판 중인 후보도 있다.
지금 한 순간은 요행히 벗어나도 두고두고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일찌감치 내려놓는 게 본인을 위해서든 가족을 위해서든 상책이다. 시간이 지나면 더 큰 부담을 지게 될 것이다. 지금은 성폭력 피해자가 체면 때문에 잠잠히 있어도 당선 후에 두고두고 협박을 할 수도 있다. 금품이나 이권을 요구할 수도 있고 자리를 요구할 수도 있다. 송사라도 휘말리면 주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시간에 재판에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갑절로 돌아가게 된다.
더구나 5월19일부터 이해충돌방지법이 시행됐다.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이해충돌 상황 발생 소지가 늘 있다. 국민에 대한 봉사자라는 공적인 신분과 동시에 개인적 친분 등에 의하여 활동하는 인격체이기 때문이다. 이 법의 시행으로 공직사회 윤리를 한 단계 끌어올릴 제도적 틀이 마련되었다. 하지만 지방선거 후보자 중 이 법을 숙지하고 있는 후보가 얼마나 될까.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의 이해 충돌 상황을 예방·관리하고 직무 수행 중 알게 된 비밀로 사적 이익을 추구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법이다. 예컨대 공직자가 직무관련자와 부동산 등을 거래할 경우 소속 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사적 이해관계자라면 회피 신청을 해야 한다.
또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본인은 물론 제삼자가 사적 이익에 이용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공공기관은 또 법령에 따른 시험 외에는 소속 고위 공직자의 자녀를 채용할 수 없다. 소속 고위공직자 및 배우자의 직계 존·비속과 수의계약을 체결해서도 안 된다.
이 법의 시행으로 공무원 및 공공기관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하거나 직무 관련자들과 대가성 거래를 하는 등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가 예방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고위공직자 자녀들의 공공기관 채용 등 여러 논란을 빚었던 각종 이해 충돌 상황이 해소되는 데도 역할을 할 수 있다. 징계, 과태료 부과, 부당이익 환수 등 처벌 조항도 명문화되어 있는 무서운 법이다. 이제까지 관행적으로 죄의식 없이 다반사로 해왔던 일들도 주민 등 감시자들에 의해 고발당할 수 있고 처벌받게 된다.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고위공직자는 국회의원을 포함해 190만여 명이다. 차관급 이상 공무원, 국회의원, 정무직 공무원, 공공기관 임원은 물론 지방의원도 지금보다 강한 규제를 받게 된다. 공정하고 투명한 공직사회를 향해 중요한 발걸음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직을 이용해 부귀영화를 누리던 시대는 지났다. 되돌아오지도 않는다. 공직은 더 이상 대접받는 자리도 아니다. 도덕적 결격사유가 있거나 이해충돌 회피, 다시 말해 청렴의 자신이 없다면 공직을 넘보지 말라. 패가망신한다. 그냥 돈의 길을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