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추모 모임 ‘그날’]“민주 열사 희생정신 잊지 않고 기억해야” 2004년 결성 16년간 국화꽃 1천송이 묘역 참배객 나눔 5월되면 생업 제쳐두고 전국 각지서 모여 ‘마음의 빚’ 덜어 김다인 기자

2022년 05월 23일(월) 20:25

모임 ‘그날’은 2004년부터 16년간 꾸준히5·18 묘역을 찾아 추모객들에게 국화꽃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은 올해도 어김없이 국화꽃 1천송이와 함께 묘역을 찾은 '그날' 멤버들의 모습/김다인기자

“5·18 열사들의 정신이 옅어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기억하고 기념해야죠.”

광주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5월, 그날이 오면 국화 천송이와 함께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는 이들이 있다. 5·18 민주묘역에 모여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모임 ‘그날’의 멤버들이 그 주인공이다.

모임 ‘그날’은 2004년 처음 결성됐다. 6명 남짓한 모임 멤버들의 직업은 개인택시 기사, 스포츠 요가 선생님, 화원·여행사 운영 등 다양하다. 광주를 중심으로 대전과 서울 등 각지에 흩어져있는 구성원들이지만 5월이 되면 바쁜 와중에도 생업을 제치고 뛰어들 만큼 5·18에 ‘진심’이다.

모임은 한 국회의원을 지지하기 위해 만난 커뮤니티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이후엔 정치가 배제된 채 5·18 추모 활동에 적극 나서보자는 목소리만 남아있었다. 그렇게 본격적인 ‘그날’의 활동이 시작됐다.

‘그날’의 캐치프라이즈는 ‘천송이 열사에게 천송이 국화꽃을’이다. 이들은 2004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코로나19로 행사가 중단됐던 2년을 제외한 16년간 5월이 되면 각자 사비를 모아 국화꽃 1천송이를 준비해 5·18묘역을 찾는 이들에게 전달하는 나눔을 펼치고 있다. 5·18 전날부터 당일까지 민주의문 인근 천막에서 이들을 만나볼 수 있다.

연령층은 4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이날 인터뷰를 맡은 ‘그날’의 멤버 기행종(62)씨는 함께 시작했던 멤버들이 시간이 지나 연로해 함께하지 못하는 상황도 생기지만 뜻하는 바는 언제나 같다고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날’은 5월마다 묘역을 찾아 참배객들에게 국화꽃을 건네는 일이 꼭 ‘마음이 빚’을 더는 것 같다고 말한다. 죽음을 무릅쓰고 현장에서 민주주의를 외쳤을 이들을 생각하면“늘 빚을 진 것 같았다”고 갈라진 목소리로 전했다.

기씨는 “세월이 가면 갈수록 귀하고 소중한 것들도 옅어져가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희생하신 열사들의 저항이 아니었다면 역사는 반복됐을 것이다. 열사들의 희생이 옅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막에 방문한 이들에 대한 기억도 애틋하다. 기씨는 “어린 학생들이 부모님과 선생님 손을 잡고 천막을 찾아 준비해둔 방명록에 자신을 소개하며 5·18에 대한 생각을 적고 가는 걸 보면 기특하고 예뻐 보인다. 국화 한송이, 생수 한병 가져가면서 오천원, 만원을 살짝 내려놓고 가는 분들도 많다. 그럴 때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울림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기씨는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도 그날, 5·18 열사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들에 대한 감사와 희생 정신을 잊지 않고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함께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김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