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칸 경쟁작 ‘헤어질 결심’ 공개…“폭력·섹스 없이 스며들고 싶어”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는 영화…전작은 잊고 봐주길”

연합뉴스
2022년 05월 24일(화) 19:43
“어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어른스러운 영화를 목표로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폭력과 섹스를 강하게 묘사할 필요는 없잖아요. 좀 더 미묘하게 관객에게 스며드는 영화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6년 만의 장편 한국 영화 ‘헤어질 결심’을 선보인 박찬욱 감독은 23일(현지시간)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첫 상영 전 국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감독은 “제 이전 영화에 비하면 자극적인 영화가 아니라 심심하다고 하실 수도 있다”면서 “전작들은 잊고 봐달라”며 웃었다.

“잘못하면 구식인 영화가 될 수도 있겠지만, 고전적이면서 우아한 영화를 원래부터 하고 싶었습니다. 사랑이라는 것, 넓게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는 이런 양상도 있다는 걸 보여주려 했죠. 두 주인공이 자기 욕망에 충실하면서도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관객들이 인정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번 칸영화제에서 경쟁 부문에 초청된 ‘헤어질 결심’은 변사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박 감독의 말대로 기존 작품과는 표현법이 달라졌지만, 폭력 없이도 잔혹하고 섹스 없이도 야하다.

박 감독은 “여러 장르 영화를 즐기다 보니 이런저런 것을 해보고 싶었다”면서도 특별한 도전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박 감독은 탕웨이 말고는 어떤 배우도 염두에 두지 않은 만큼 그를 캐스팅하는 게 “굉장히 절박한 문제”였다며 “통역을 대동해 2시간 동안 각본도 없이 스토리만 들려줬다”고 말했다.

다행히 탕웨이가 박 감독의 캐스팅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서래라는 캐릭터를 완성할 수 있었다. 작품에서 내내 호연을 선보인 그는 ‘올드보이’ 미도, ‘친절한 금자씨’ 금자, ‘박쥐’ 태주, ‘아가씨’ 히데코와 숙희를 이어 박찬욱 영화 세계관의 대표적인 여자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할 듯하다.

박 감독이 박해일과 작업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 ‘덕혜옹주’를 보고 해준 역에 캐스팅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박 감독은 “시나리오가 완성되는 걸 기다릴 수 없어 다짜고짜 전화해 ‘우리 좀 만나자’고 했다”면서 “해일씨가 몇 초 동안 침묵하더니 ‘감독님 제가 뭐 잘못한 거 있냐고 하더라”며 웃었다.

박해일 역시 결벽적이면서 욕망에 조심스러운 해준 역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박 감독은 다시 한번 칸영화제에 초청받은 소회도 밝혔다. ‘깐느 박’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그가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전에 심사위원대상(올드보이)과 심사위원상(박쥐)을 받은 만큼 강력한 황금종려상 후보로 꼽히는 상황이지만 박 감독은 “이렇게 다 같이 다 모여서 영화를 함께 본다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소중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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