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조방원미술관, ‘Robo-Land:공진화를 위하여’展 개최 세대를 넘어 ‘추억의 영웅’들 돌아오다 작가 5인 참여, 아날로그 감성 로봇 히어로 주제 26점 선봬 아이들에겐 무한한 상상을, 어른들에겐 그 시절 향수 선사 최명진 기자

2022년 05월 29일(일) 19:19

고근호 作 ‘영웅-마징가Z’

위재환 作 ‘태권브이’ <아산조방원미술관 제공>

아이들에게는 무궁무진한 영감과 상상을, 어른들에게는 지난 날들의 추억을 선사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아산조방원미술관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획전 ‘Robo-Land:공진화를 위하여’를 개최한다.

로봇을 주제로 다양한 창작활동을 하는 고근호, 김동인, 성태진, 양재영, 위재환 5명의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보여주는 추억의 로봇과 히어로를 주제로 한 작품 26점을 선보인다.

과거엔 인간 중심의 기술이 로봇의 핵심 과제였다면, 지금은 인간의 의식마저 데이터의 지배를 받는 시대다.

그렇다면 이러한 데이터 축적과 활용을 인간과 AI가 경쟁하게 될 때 전통적인 인간존엄의 가치가 유효할 수 있을까.

이번 전시에는 우리 앞에 당면한 어두운 미래상 속 로봇기술이 아닌 친근한 아날로그적 로봇들이 등장한다.

기술과 인간 삶의 균형, 그리고 이 두 가지가 서로 영향을 주며 진화해가는 과정(공진화)을 이야기한다.

전시 참여 작가들은 모두 어린시절 TV를 통해 만났던 태권V, 마징가Z의 향수를 공유한다.

팝아트 조각가 고근호는 어릴적 추억의 로봇과 그것을 만들었던 기억들이 삶에서 의미있는 재미로 각인, 현재의 작업에 반영됐다. 그는 대중적 아이콘이 지닌 팝적 요소와 조립로봇이라는 재미를 결합해 대중들과 즐거운 소통을 시도한다.

창작 ‘나무로봇’을 만드는 김동인의 작품은 인간의 지성과 욕망의 정점을 대변하는 로봇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자연의 정령에 의한 지배를 받게 되면서 인간을 역으로 공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것은 잘못된 인간의 욕망이 가져오는 부메랑을 은유한다.

성태진은 어릴적 자신의 영웅이었던 태권V에 현실의 자신을 이입해 유머러스하고 위트있는 작품을 보여준다. 판화를 전공한 그의 작품은 완성 지점이 다르다. 팔만대장경이라는 호국을 염원하는 민족의 후손답게 목판각을 새기듯 자신의 생각을 텍스트와 이미지로 개성있게 배치해 깎고 그 위에 화려한 색채로 완성한다.

양재영 作 ‘깡통로봇’

그의 작품은 태권V로 분한 현대인의 삶과 미래 또는 미지의 세계를 대변하는 우주 그리고 우리 정체성을 내포하는 역사와 전통의 유산들이 공존한다.

양재영의 팝아트 조각은 TV 저편의 만화 속 캐릭터들을 레고 또는 프라모델의 형식을 차용해 종이나 합판으로 제작한다.

단순한 조형성과 화려한 색채는 어린이의 감성을 보여주며, 작가의 환경이나 사회 문제에 대한 인식을 담은 메시지들을 작품 속에 배치함으로 성인다운 요소도 드러나 있다.

위재환은 꿈을 쫓고 유토피아를 꿈꾸는 주제로 작업을 한다. 그의 주제는 변함이 없고 다만 그 주제를 반영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다양한 형태의 작품으로 등장한다. 그런 주제에 한 축을 이루는 작품이 로봇이다.

작가 역시 어린시절부터 로봇을 좋아했고 지금도 작업실 한켠을 채우고 있는 로봇 피규어들을 여전히 수집하고 있을 만큼 그렇다. 그의 인생에서 경험한 현실에 대한 도전과 응전이 거대한 로봇으로 우뚝 서 있다.

아산조방원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기술의 맹목적 발전이 가져올 폐해와 비인간화, 비감성화를 벗어나 감성적 로봇작품으로 인간과 기술이 함께 진화하는 상상을 기대하는 자리”라며 “아날로그 로봇의 향수를 공유하며 그것이 갖는 긍정적 인식을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6월8일까지 이어지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