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마당]햇살이 빚어낸 그림 / 시 - 조민석 |
| 2022년 05월 30일(월) 19: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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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향한 눈길이 눈부시다
간밤에 숨겼던 깃털을 세웠을까
잠든 시간의 길이만큼 열어놓고서
수줍게 밀고 들어오는 그녀가
곱게 빚은 대봉의 얼굴을 쳐다본다
삼다도 건너온 황금빛 귤나무는
바람의 노래를 부르며 손짓하는데
철들지 못한 한여름 꽃들이
테라스 여기저기 곱게도 피어있다
늙지 않고 시들지 않는 생이 있을까
해바라기처럼 온전하게 너를 안아본다
허기진 청춘의 비닐을 벗기듯이
명암의 양면에 그림자 하나 서있다
<조민석 약력>
▲ 문학애 신인문학상
▲ 한국문인협회 회원, 광주문인협회 회원
▲ 광주시인협회 회원, 광주시인협회 이사
▲ 저서 : ‘달의 꽃’, ‘꽃등을 밝혀놓고’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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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석 님의 시 ‘햇살이 빚어낸 그림’에서의 시적 화자는 창문을 열고 남쪽을 바라보고 있다. 그 눈길이 눈부시다. 눈부신 이유는 뭘까. 봄은 남쪽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러기에 시적 화자의 눈길이 머문 남쪽은 봄날 같은 청춘의 환희와 뜨거운 숨이 차올랐던 젊은 시절을 상징하기도 한다. 먹고 사느라, 자식들을 키우느라 바빠서 그동안 가슴속에 꼭꼭 숨겨 두었던 그리움이라는 날개 깃털을 꺼내었기에 시적 화자의 눈길이 더 눈부신 걸까. 보고픔이 온몸 가득 차올랐지만 누르고 눌러 잠들게 했던 그 시간들, 그 시간의 길이만큼 이제는 그리움을 활짝 열 수 있기에 시적 화자의 눈길이 더 눈부신 걸까. 그 모든 느낌을 담아서 시적 화자는 햇살이 빚어낸 그림이라고 말하고 있다. 햇살이 빚어낸 따스한 온기를 한 자 한 자 받아 적고 있는데, 추억 속에서 그녀가 수줍게 밀고 들어온다. 그녀는 곱게 빚은 대봉을 바라보고 있다. 떫은맛 도는 대봉은 숙성의 시간을 거쳐야 단맛이 나는 홍시가 된다. 갈등과 충돌로 아파했던 시간들, 달콤했던 계절들이 언뜻언뜻 비치는 것 같다. 어디선가 귤나무는 사랑의 속삭임인 듯한 바람의 노래를 부르며 손짓하고 있다. 그러다가 문득 철들지 못한 한여름 꽃들이 테라스에 피어 있는 걸 본다. 그 순간 깨달음 하나가 찾아온다. 늙지 않고 시들지 않는 생은 없다는 깨달음. 허기진 청춘의 비닐을 벗기듯 그림자 하나가 서 있음을 발견한다. 어쩌면 허기진 청춘의 흔적일지 모를 그림자, 자신의 페르소나 앞에 그만 숙연해진다. 시를 통해 이처럼 자아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시간이 멋스럽다. 자아 통찰로 가는 지름길을 이 시가 안내해 주고 있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