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역 ‘기차여행 1번지 역’ 만들기 주목

1913년 바다 매립 후 철도 부설 109년 맞이
‘목포 관광·대륙철도 출발역’ 미래 비전 수립
호남 최고 옛 명성 회복·관광 활성화 ‘총력’

목포=정해선 기자
2022년 05월 31일(화) 19:53
목포역이 ‘목포 관광과 대륙철도 출발역’ 비전 실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목포역 전경.
목포역이 ‘목포 관광과 대륙철도 출발역’ 비전 실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 임직원과 전남 서부권 주민들이 목포역의 ‘기차여행 1번지 역’ 만들기에 힘쓰고 있어서다. 호남 최고의 역 옛 명성 회복을 넘어 대한민국 최고의 역으로 거듭나기 위해 관광·문화 중심역 비전을 수립하고 지역 관광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주민과 함께 희로애락을 겪으며 걸어 온 109년 역사의 목포역은 주민들의 삶 그 자체였다.

◇‘희로애락’ 걸어온 길 109년 역사

‘늦은 밤 목포역에 내린다/온몸에 감기는 이난영의 애절한 가락과 바다 짠내/잠깐 정신을 놓았을 뿐인데 다시 목포역이다/더 가도 싶어도 갈 수 없어 멈춰 선 자리/버리고 싶은 날들이 소스라치듯 놀라/하나둘씩 항구의 등불로 켜진다. 이후 중략’

목포 시인 김경애는 ‘목포역 블루스’ 시를 통해 기차에서 내릴 때 바다 짠내를 느꼈다고 했다. 목포역은 1913년에 바다를 매립해 세운 이후 100년 넘게 수많은 희로애락을 새기면서 109살을 먹었다.

서울역에서 414.1㎞, 호남선 대전분기점에서 252.5㎞ 거리에 있는 목포역은 ‘호남선 종착역’으로 지역 발전의 중추적 사명을 다했다.
목포역 옛 전경

장구한 역사를 가진 목포역의 성장 과정은 6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출발기 1913-1930년 호남선 개통(해상→육상으로 전환) ▲성장기 1930-1950년 육상교통의 총아 ▲전쟁애로기 1950-1955년 한국전쟁으로 일시 운행 중지 ▲전성기 1955-2001년 산업화 부응 철도 운송 주도 ▲침체기 2001-2015년 서해안고속도로 개통(자가용 발달) ▲재부흥기 2015년-현재 고속철도 개통(2시간30분 운행) 등이다.

호남선 개통과 더불어 철도는 그야말로 교통 혁명을 불러 일으켰다.

시인 고은은 “장성 갈재를 넘어야 비로소 호남 지방은 호남답다”며 “바다로 빠지는 하나의 산맥으로 하여금 그 이남에는 전혀 독특한 세상을 이뤄온 것이 바로 전남 지방”이라고 말했다.

조선시대까지 나주·전남의 산물이 뱃길을 통해 한양으로 가는 것이 직통이었지만 호남선이 뚫린 이후 육지로 서울 가는 길이 열렸다. 이후 철도는 목포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목포 전성기는 1935년으로 전국 3대항 6대 도시까지 발전했던 시기다. 당시 인구는 서울, 부산, 평양, 대구, 인천에 이어 6번째로 많은 6만734명이었는데 이때 서울 방면 여객 운송은 목포역이 전담했다.

◇전성기·침체기 거쳐 재부흥 시대로

목포역은 목포시민 뿐만 아니라 인근 신안, 무안, 영암, 해남, 진도, 완도 도서민들의 교통 집결지가 되면서 더욱 발전했다.

자료에 따르면 1960년대 목포역 수입과 이용객은 광주, 순천, 여수, 전주, 익산을 앞질러 호남권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을 정도다.

그러나 1970년 호남고속도로 개통과 버스, 자가용, 화물차의 발전으로 점차 철도 비중이 낮아지고 2001년 서해안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직격탄을 맞고 느리고 불편한 교통이 됐다.

그러던 중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호남선(대전-목포)을 2004년까지 전철화해 고속철도가 조기 운행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침내 2001년 대전-목포 간 호남선 전철화 사업이 착공된 결과, 2004년 4월 1일 호남선 고속철도가 목포까지 3시간40분대로 운행됐다.

이후 오송에서 광주송정까지 고속철도 전용선 건설이 추진돼 2015년 2시간40분대 운행이 가능해지면서 재부흥기를 열어가고 있다.

◇관광·문화 중심역 비전 관광 활성화

박석민 역장
지난해에는 신임 목포역장에 박석민 역장이 부임했다. 그는 목포역장을 3번째 역임하는 40년 경력의 철도교통 전문가다.

목포역은 1일 KTX 40회, SRT 18회가 운행되고 매일 6천여명이 이용하는 지역의 대표 관문이다. 특히 목포시가 4대 관광도시와 문화도시로 선정되면서 관광객이 증가하는 시점인 만큼 철도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박 역장은 ‘관광·문화 중심역’을 목포역 비전으로 설정하고 전 직원들과 함께 관광객 수송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1 국제수묵비엔날레와 전국 최초로 목포에서 열린 2021 문학박람회의 성공 개최를 적극 지원했다. 행사 홍보와 축제 분위기를 고양시키기 위해 맞이방과 광장에 플래카드와 홍보탑을 설치했다.

또 수묵 향기가 나도록 맞이방 벽면에 유달산 전경을 그린 ‘목포의 초상’ 대형 수묵화를 전시했다.
목포역 직원들

박석민 역장은 “모름지기 역(驛)은 여행의 즐거움과 문화가 꽃피는 공간이 돼야 한다”며 “고객이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2층 빈 공간을 미술관으로 꾸며 매월 지역 작가들의 수준 높은 작품을 전시, 호평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목포역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여행객 수요 증가에 맞춰 편의시설 확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편안하게 시내 투어를 할 수 있도록 물품 보관함을 늘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남도특산물 매장을 오픈해 지역에서 생산한 김, 미역, 무화과, 젓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역 편의점에서는 목포 명소를 그린 그림엽서와 마그네틱 기념품, 시목(市木) 비파를 이용한 비파와인, 주스, 차를 판매한다. 또 목포어묵 판매장을 열어 지역 상품 홍보에 도움을 주고 있다.

◇‘새로운 미래 100년’ 힘찬 항해

새로운 미래 100년을 위해 목포역이 헤쳐나갈 과제는 많다. 먼저 44년이 된 노후 역사를 새롭게 건축하는 일이다. 서울역에서 목포까지 호남선 역 가운데 구 역사를 사용하는 곳은 목포역이 유일하다.
미술관에서 작품 감상하는 여행객

몇 년 전부터 예향도시에 걸맞게 미술관 역이나 대륙철도의 출발이 되는 국제역 개념의 역사가 필요하다는 시민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목포시는 지난해 철도시설 재배치, 역사 신축, 시민의 숲 광장 조성, 통합환승센터 설치, 주차장 조성 등 내용을 담아 용역을 발주해 미래 청사진을 그렸다. 이는 국토교통부에서도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어 실현 전망이 높아졌다.

박석민 역장은 목포역의 미래 발전을 위해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과 지원을 바라고 있다. 그는 역 신축과 열차 애용이 중요하다고 꼽았다. 도서지역 연륙교 설치로 목포역을 거치지 않고 남악 주민의 이동거리가 멀어 기차 이용이 줄고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역 근방 근대문화유산, 유달산, 삼학도 등 관광지가 많이 알려지면서 관광객이 증가해 전국에 목포여행을 홍보하고 있다.

박 역장은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며 “미래에 목포역에서 출국 수속을 하고 북경, 블라디보스톡, 모스크바, 파리행 국제열차를 탈 수 있도록 시와 역 발전을 위해 같이 큰 꿈을 꾸자”고 강조했다.

그동안 박 역장은 정동진역장, 남도해양관광사업단장, 나주역장, 광주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 발전에 앞장서 왔다. 10년 전 목포역장으로 근무하면서 관광객 유치에 노력해 ‘내일로’ 기차여행 프로그램을 개발, 시티투어가 활성화되는데 기여했다.

그는 2018년 간이역을 소개하는 인문학서로 ‘기차에서 핀 수채화’를 발간하고 인세 전액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했다. 또 KBS방송, 극동방송에 출연해 재미있는 기차여행 코너를 진행하기도 했다. 오는 6월 철도를 퇴임하는 박 역장은 지속적으로 철도사랑, 지역사랑과 함께 기차여행 활성화를 위한 연구와 글쓰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목포=정해선 기자
목포=정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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