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철의 캔버스 산책]그립습니다

2022년 06월 06일(월) 18:59

신철 作 ‘연인’

그 언덕을 넘어가면 그가 있을 성 싶다. 숨 가쁘게 뛰어가기도 하고 숨을 고르기 위해 천천히 걷기도 한다. 그러고선 잠시 나무그늘 아래 작은 바위에 기대어 쉬기도 한다.

간밤에 내린 비로 생긴 작은 물웅덩이를 만나면 그것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그곳에 비친 봄 끝 하늘을 본다. 또 다시 그 구름 따라 걷는다. 가시 많은 보랏빛 엉겅퀴도 하얀 찔레꽃도 만나고. 순하디 순해서 무리지어 나오는 개불알꽃과 광대수염도 만난다. 아카시아 향기가 아직 가시지 않는 그 숲을 지나 그가 있는 곳에 가고 싶다.

삶이란 어쩜 이렇게 숲길을 거닐어 그에게로 가는 듯, 많은 풀들과 봐주지 않을 꽃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 또한 자기 보호를 위해 뭔가의 무기로 치장하기 일쑤다. 그런 그들에게서 삶을 배우고 성찰한다. 더불어 나를 만들고 당신을 그린다.

오늘 밤, 살짝 당신에게 다녀오리라. <경기도 양평에서 화가 신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