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시장의 ‘정치적 자산’ 사장돼서는 안된다 / 이정록
2022년 06월 07일(화) 19:37
이정록 전남대 교수·前 대한지리학회장
필자는 이용섭 시장이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 경선에서 탈락했다는 뉴스에 몹시 놀랐다. 왜냐하면 그는 여느 시장과 달리 광주발전을 위해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필자는 평가하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이 키운 정치적 자산(資産)을 지역발전에 활용할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도 커서 그랬다.

필자는 지역발전에서 지도자 능력과 리더십을 매우 중시한다. 지역발전은 지역이 보유한 토지·기후·노동 등 내부 환경과 그 지역을 둘러싼 외부 환경, 즉 교통·산업연계·정부정책 등의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아무리 양호한 물적·인적 자원을 보유하고 외부 환경이 좋아도 지도자 능력과 리더십이 탁월하지 않으면 지역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 필자가 35년 동안 대학에서 지역개발을 가르치고 국가와 지역정책 수립에 참여하면서 터득한 지혜다.

이 시장은 탁월한 능력 소유자다. 행정고시 합격→재정경제부 세제실장→관세청장→국세청장→청와대 혁신관리수석→행정자치부 장관→건설교통부 장관→국회의원(18·19대)→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광주시장 등의 이력이 이를 웅변한다. 역대 시장 중 최고였다. 그는 자신을 ‘비주류 3종 세트(시골 중·고, 지방대, 호남 출신)’로 비유했지만, 그의 능력은 모두가 인정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호남의 인재’라고 극찬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보석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이 시장의 리더십은 사업으로 구체화됐다. 그의 표현처럼 “떠나던 도시에서 사람과 기업이 찾아오는 도시로, 정치가 강한 도시에서 경제도 강한 도시”로 변모시키려는 정책 드라이브가 그것이다. 필자는 이 시장이 일군 수많은 성과에서 그의 리더십이 돋보인 업적을 두 가지로 꼽는다. 하나는 ‘광주형 일자리’ 안착이다. 다른 하나는 인공지능(AI) 산업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였다.

광주형 일자리는 이 시장 아이디어가 아니다. 전임 윤장현 시장이 시동을 걸었던 사업이다. 하지만 그는 광주형 일자리가 고비용 저효율에 처한 한국 경제 체질을 바꾸고 제조업 경쟁력을 높일 혁신적 모델이라 판단했다. 광주글로벌모터스(GGM)를 출범시키기 위해 노사간 합의를 도출하고 자본금(2천300억원)과 차입금(3천454억원)을 마련하기란 지난(至難)한 일이었다. 하지만 특유의 리더십으로 이를 성사시켰다. GGM이 뿌리를 내리면 광주는 노사가 협력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 세계적 모델 도시가 될 수 있다. 그가 꿈꿨던 ‘정치가 강한 도시에서 경제도 강한 도시’라는 브랜드도 가질 수 있다.

이 시장은 광주 미래 먹거리로 인공지능산업을 택했다. ‘AI 광주시대’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AI 클러스터 구축을 위해 전국 최초로 인공지능산업국이라는 조직도 만들었다. 그 결과 작년 2월 전국 최대 규모 국가AI데이터센터가 착공됐고, 11월 첨단3지구에서 AI산업융합집적단지 착공식도 열렸다. 신속하고 과감한 정책 드라이브였다. AI와 연계해 지역 산업구조를 재편해야 광주발전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정책 전환은 탁견(卓見)이었다. 혁신적 일자리 만들기에 목을 매는 외국 도시들이 좋은 증거다. 그의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가 아니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필자는 민선 1기 이후 광주시정을 관찰자 입장에서 지켜봤다. 시장이 지역발전을 위해 어떤 정책을 추진하는지 살펴볼 요량으로 그랬다. 화려한 이력과 내공(內攻) 소유자인 이 시장이 펼칠 지역발전정책은 필자 관심사였다. 그래서 필자는 이 지면에서 이용섭 시정을 비평도 했다. 하지만 그가 내건 지역발전정책은 매우 혁신적이고 전략적이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외국 도시들이 지향하는 트랜드와 일치했다. 그가 보여준 리더십은 탁월했다.

이 시장은 세 번째 도전 끝에 광주시정을 맡았다. 왜 그렇게 광주시장을 하고 싶었을까. 재선을 염두에 두고 올해 초 펴낸 저서(인생도 역사도 만남이다)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나는 광주 출신이다. 나는 광주에 산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당당한 광주를 만들고 싶었다”고 썼다. 그 꿈을 위해 “일 밖에 모르는 ‘일용섭’이라는 원성을 들을 정도로 원 없이 일했다”고 했다. 그러나 지역사회는 그를 외면했다.

이 시장은 지역사회와 시민에게 야속한 마음이 들 것이다. 광주를 위해 애쓴 ‘일용섭’을 몰라줬으니 말이다. 만약 일용섭이 아닌 정치적인 ‘정용섭’이었으면 어땠을까. 이른 퇴장으로 그가 설계한 광주발전 그랜드 디자인이 많이 사장될 것 같아 안타깝다. 그는 우리 지역의 소중한 ‘정치적 자산’이다. 그가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할 새로운 역사와 만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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