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K ‘식사풍경’(飾詐風景)展…21일까지 예술공간집 음식 산수화로 표현한 일상의 유쾌한 통찰 최명진 기자

2022년 06월 08일(수) 19:28

사진 위로부터 ‘李씨발라, 金씨발라...’, ‘차를 내리다’, ‘반하나봐라’

다양한 풍경이 가득한 한상이 차려졌다. 위트가 가득하면서도 진중하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그림들로 채워진 전시가 마련됐다.

산수화에 음식을 접목해 독특한 작업세계를 펼쳐 온 하루.K 작가의 개인전이 광주에서 3년 만에 열린다.

9일부터 21일까지 광주 동구 예술공간집에서 열리는 ‘하루.K의 식사풍경’(飾詐風景)전이다.

작가는 2019년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 청년작가초대전 ‘와신짬뽕’전을 통해 변화무쌍한 현대사회와 문화의 이면을 보여준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먹는 일인 ‘식사’(食事)와 사회의 단면들을 교묘하게 버무린 ‘식사’(飾詐)의 의미를 함께 담아냈다. 살짝 비틀어내기도, 부조리한 모순을 유쾌하게 전복시키기도 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통산수화와 음식 이미지를 결합하고 관련 사물과 장면 등을 조합, 편집해 낸 초기작부터 새롭게 확장될 작품세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신작까지 총망라하는 자리다.

본질적 물성이 제거된 음식의 이미지, 언어유희적 사고가 가미돼 절묘한 연계를 만들어내거나 스낵처럼 가벼운 일상 속 음식 이미지들을 재현하며 다양한 변주로 가득한 식사를 만나볼 수 있다.

수박의 씨와 줄무늬를 제거하는 장면을 그린 작품 ‘李씨발라, 金씨발라...’는 사회 속 모순된 존재들에 대한 유머러스한 단상을 표현한다.

작품 ‘빵~이야’에서는 과녁이 된 완두앙금빵이 서부 평야 총잡이들에 의해 구멍이 뚫리고, 녹색 앙금이 흘러내리는 장면을 그려냈다.

또 뉴욕 한복판 자유의 여신상 자리에 들어선 바나나를 그린 ‘반하나봐라’ 등 작품들에는 작가 특유의 유머로 해석된 사회풍경이 담겼다.

‘캔디플라워’ 연작은 사탕과 초콜렛 꽃이 달린 식물들로 진짜와 가짜가 혼재된 풍경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이처럼 작가는 삶에서 가장 익숙하고 중요한 매개체인 음식들로 사회 속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가고 재미를 불어넣으며, 냉철한 비판적 사고도 잃지 않는다.

작가 특유의 재치를 불어넣은 그림들은 유쾌하게 시대를 반영하며 일상의 허허로움을 슬그머니 채우고 관람자들에게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게 한다. 슬쩍 건드리고 톡톡 터트려내듯 작품 속 음식과 풍경들은 맛깔스레 버무려지며 그림 한 상 앞에서 눈과 입이 즐거워진다.

하루.K 작가는 “여러 문화가 혼재하고 교류하는 시대의 다양한 풍경을 폭넓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나의 그림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나의 정체성이자 시대의 풍경들이다. 내 그림 속 유쾌한 통찰로 일상이 조금 더 즐거워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그간의 대표작 15점을 선정해 포스터북을 제작했다. ‘맛있는 산수’ 대표작부터 최근 신작까지 작가의 작품세계를 또다른 방식으로 소장할 수 있을 것이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