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교육공동체, 너와 나의 해방일지 / 하정호
2022년 06월 13일(월) 22:46
하정호 마을교육공동체 활동가
지난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권성동 국민의 힘 원내대표가 “대한민국에 빈부격차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고, 부모의 재력에 따라서 교육을 받는 수준에 차이가 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장관으로서의 결격사유가 될 수는 절대 없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 의원 중에서도 초등학교, 중학교 때부터 해외 유학을 보내는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한동훈의 딸은 아직 미국으로 유학가지 못했지만, 그 이모의 두 딸과 검사 출신 외삼촌 아들은 그 딸과 함께 스펙을 쌓아 모두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나는 서울의 모 외국어고등학교 학생을 상담한 적이 있다. 다른 친구들은 2학년 때 카이스트에 가거나 유학을 확정했다며, 자기는 실력이 부족해 3학년 때 논술이나 수능을 공부해야 한다고 펑펑 우는 것을 보았다. 벌써 10년도 지난 일이다. 그 사이 교내 경력만 수시에 쓸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었지만, 소위 ‘성층권’의 사람들은 그런 것 별로 신경 쓰지 않을 듯하다. 돈만 있으면 한동훈 가족의 자식들처럼 미국으로 유학가면 되니까. 그나마 유학보다는 국내 대학을 택한 조국 가족이 좀 더 공부를 잘했거나 애국적이었을까? 대선에서조차 교육이 아무런 의제가 되지 못한 이유를 알겠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끝났다. 서울은 계란 노른자, 경기도는 흰자.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던 삼남매는 연애도 제대로 못하다, 결국 어머니가 돌아가시고서야 제 집에서 ‘해방’되었다. 어떤 이는 말한다. 노른자든 흰자든 둘 다 수도권 아니냐고. 지방은 그런 계란을 떠받치는 접시나 쟁반, 그마저도 아니면 탁자 신세 아니냐고. 뭔들 어떠리. 다들 아직 대한민국에서 해방되지 못한 신세인데. 대한민국은 거실에 놓인 탁자쯤으로 여기고 미국과 유럽을 안방 드나들듯하는 저들도 있는데. 내부식민지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자녀를 키울 때는 조심해야 한다. 그런 삶을 흉내내며 자녀를 골프 유학 보내다가는 ‘우리들의 블루스’에 나오는 은행지점장처럼 가족의 삶조차 거덜낼 수 있으니.

교육부의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이 민중은 개·돼지 같다며 우리나라도 신분제를 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게 벌써 2016년의 일이다. ‘어차피 다 평등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나처럼 1%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아닌 99%에 해당하는 민중은 개·돼지처럼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는 것이 교육부장관 비서관, 청와대 행정관, 교육부 대학지원과장, 지방교육자치과장을 거쳐 정책기획관이 된 자의 말이었다. “미국을 보면 흑인이나 히스패닉, 이런 애들은 정치니 뭐니 이런 높은 데 올라가려고 하지도 않는다. 대신 상·하원… 위에 있는 사람들이 걔들까지 먹고 살 수 있게 해주면 된다”는 게 그가 말한 신분제 사회의 모습이다. 우리는 이제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민중은 개·돼지”라는 그의 말에 흥분할 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이미 신분제 사회가 아닌지, 내부식민지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지방에서의 삶은 신산하다. 드라마에서 염미정은 ‘추앙’을 ‘지지와 응원’으로 뒤바꿔놓았다. “나의 힘겨움의 원인을 짚었다는 것. 그게 전부”라고 염미정은 말한다. 다른 삶을 부러워하거나 누군가의 형편없음을 증명하는 존재로 자신을 세워놓으면 힘이 빠진다. 그래서 높은 곳 추앙하기를 그만두고 서로를 응원하기로 했다. 마을교육공동체는 지역의 청소년들이 청년이 되어도 고장을 떠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들을 응원하는 곡성의 한 활동가는 이렇게 말했다. “마을교육공동체는 운동이다. 경쟁교육, 지역차별을 넘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무관심, 방치, 무시에 대한 거부이고 대안을 만들어내는 몸짓이다. 마을교육공동체는 온갖 만연된 폭력에 맞서는 평화운동이다.” 이제부터라도 내부식민지에서 해방되는 독립운동을 벌이자. 지방대를 나와도,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제가 자란 곳에서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들자. 그런데 그런 독립운동을 하다가는 내 자식의 삶이 고단해질지도 모른다. 그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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