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오범죄 늘자 흑인 총기소유 ‘껑충’

조지 플로이드 사건 난 2020년 흑인 총기구매 58%↑
“자위권 차원에서 자신·가족 보호로 무장 필요성 느껴”

연합뉴스
2022년 06월 15일(수) 19:53

미국 워싱턴DC 외곽에 거주하는 흑인 남성 마이클 무디는 최근 생애 처음으로 총을 장만했다.

그동안은 평생 총을 잡을 일이 없다고 여겼지만 지난달 뉴욕주 버펄로의 마트에서 10대 백인우월주의자가 난사한 총에 흑인 10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사건 이틀 뒤 아내와 상의 끝에 메릴랜드주의 한 총기 상점에 총을 사러 간 그는 가게 앞에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흑인 여러 명이 줄을 선 것을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우리 상당수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흑인을 조준한다면 우리는 이에 맞설 태세를 갖춰야 한다”며 “칼만 갖고는 총격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미국에서 유색인종을 겨냥한 증오범죄가 늘며 총기를 구입하는 흑인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미 NBC뉴스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총기업계 이익단체인 전미사격스포츠재단(NSSF)에 따르면 2020년 미국 내 흑인에 대한 총기 판매는 58% 급증했다. 이 같은 증가율은 그해 전 인종을 통틀어 최고치다.

2020년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흑인들의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한 해다.

NSSF 보고서에선 작년 1분기에도 총기 판매점의 90%에서 흑인 고객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점의 87%에선 흑인 여성의 총기 구매가 증가했다.

연방 정부 공무원인 무디는 흑인 총기 소유가 느는 데에 대해 “버펄로 사건은 내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다음 목표물이) 당신이라면 무엇을 할 것인가. 도망가거나 숨을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와 당신 가족을 직접 보호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나는 총을 원하지 않았고 총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이 세상이 나에게 총을 갖도록 만들었다”고 NBC뉴스에 말했다.

애틀랜타 인근에서 홀로 한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흑인 여성 데스터니 호킨스는 작년 1월 6일 백인 우월주의자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미 의사당에서 벌인 1·6 의회폭동을 본 뒤 총을 샀다.

그는 “흑인을 겨냥한 총격은 차치하더라도 그들이 의사당까지 공격하는 것을 보니 총을 사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기본적인 생각은 우리 자신과 우리 집을 직접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2015년 흑인 총기 소유주 단체인 전미흑인총기연합(NAAGA)을 창설한 필립 스미스는 흑인들의 총기 소유가 증가하는 것을 ‘자각’(awakening)으로 규정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현재 미 전역에 회원 4만8천명을 보유한 NAAGA는 2020년 이후부터 회원수가 매달 1천명 이상 불어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스미스 대표는 플로이드 사건과 흑인을 상대로 한 백인 경찰관들의 총격 사례 등이 겹치며 흑인들의 총기 소유가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코로나19 대유행과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한 흑인들의 저항 운동 확산 등도 흑인들의 총기 무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사회가 어수선해지면서 소요 사태, 식량 부족, 물가 상승 등에 대한 불안이 커지자 흑인들이 무장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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