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손으로 만드는 광주 마을공동체](14)북구 각화동 ‘이야기브릿지’

주민 참여형 주거복지 혁신모델 꿈 영근다
1천400세대 영구임대 65세 이상 절반 달해
뇌파검사와 공방 결합 ‘치매 진단 공방’ 운영
석고방향제 등 손수 제작…주체적 활동 주목

양시원 기자
2022년 06월 19일(일) 20:16
광주 북구 각화동 소재 복지마을공동체 ‘이야기브릿지’가 각화영구임대아파트 주민을 대상으로 치매 조기 예방과 공방 교육을 연계한 ‘치매 진단 공방’을 운영했다.<이야기브릿지 제공>
‘청년들과 가가호호’라는 사업명은 말 그대로 ‘청년들과 하하호호 웃는다’라는 뜻과 ‘집집마다’라는 의미를 중의적으로 담은 이름이다.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광주시 북구 각화동에 소재한 복지마을공동체 ‘이야기브릿지’는 주거복지 혁신사업 ‘청년들과 가가호호’를 운영하면서 보람있고 유익한 경험을 했다. 이야기브릿지가 입주한 각화동 영구임대아파트는 70% 이상이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고령자로 구성돼 복지 수혜자가 대부분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단순히 물품을 나누고 기부하는 것보다 마을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주민들이 직접 참여 및 활동하는 것을 사업 단계부터 목표로 두고 추진했다.

이야기브릿지는 기대수명이 늘어날수록 치매 노인 비율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집중했다. 치매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고, 이미 초기 상태일 경우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약 1천400세대가 살고 있는 각화영구임대아파트는 65세 이상 비율이 절반을 차지하고, 장애인과 1인 가구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그렇기에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뇌파 검사를 통한 치매 조기 예방과 이를 공방 교육과 연계한 ‘치매 진단 공방’을 운영했다.
각화영구임대아파트 주민을 대상으로 봉사자가 치매 조기 예방을 위해 뇌파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치매 진단 공방은 지난해 5월14일, 주민 10명과 함께 처음으로 시작했다.

공예품 제작에 앞서 뇌파검사로 치매위험도를 사전 확인했으며 주민들이 단순히 복지의 수혜자가 된다는 느낌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천연 아로마 오일을 사용한 석고방향제를 제작하고, 미세플라스틱 등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샴바바(샴푸+바디바) 만들기를 병행했다.

어르신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무엇보다 직접 참여해 스스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점에 높은 만족과 기쁨을 표했다.

여기에다 청년 1-2명이 보조강사로 참여한 점도 큰 효과를 거뒀다. 말동무가 없었던 어르신들은 공방에 나와 동년배 또는 청년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장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불편해하고 어색해하던 어르신들이 만남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웃음도 많아졌고, 더 적극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자 의욕도 엿보였다.

치매 진단 공방은 5월에 천연 아로마 오일을 활용한 물파스& 공기 정화 및 실내 습도 조절을 위한 선인장 가습기 DIY(Do It Yourself) 제작으로 시작됐다. 또한 다른 도구 없이 오로지 손을 이용해 끈으로 매듭을 엮어 만드는 마크라메 에코백, 자개모빌 등의 공예품을 만들면서 손근육 운동 및 치매예방 효과도 동시에 얻을 수 있었다.
‘이야기브릿지’가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도구 없이 오로지 손을 이용해 끈으로 매듭을 엮어 만드는 ‘마크라메 공예’ 강의를 진행하는 모습.

이밖에 지난해 10월까지 총 12차례에 걸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석고방향제, 친환경 샴푸바, 슈가 스크럽, 두피 스프레이, 자개모빌 등 다양한 공예품들을 어르신들이 스스로 제작할 수 있도록 함께했다.

치매 예방 진단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는 노력도 이어졌다.

활동 이후에는 치매 위험군에 포함된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복지관 또는 정신건강센터 등 기관에 명단을 전달하고, 지속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기도 했다.

공방과 함께 진행하다보니 진단이나 치료에 대해 어려워하고, 기피하는 어르신들도 조금은 더 편한 분위기 속에서 접근할 수 있는 강점이 있었다.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 우여곡절도 뒤따랐다.

프로그램의 대상자가 장애인과 고령자가 많다보니 연락이 안되거나, 운영인력들이 도와야 할 부분이 많아졌다. 또한 손을 쓰게 하려고 공예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그마저도 힘든 어르신들이 많아 상당히 애를 먹었다.

여기에다 복지부분을 충분히 담았지만 진행이 수월하지 않았던 점과 치매 진단 공방 외에도 하고 싶은 프로그램은 많았으나 인력 부족과 코로나19 등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좋지 않았던 점도 이야기브릿지는 아쉬움으로 꼽았다.

이 과정에서 눈에 띄는 것은 주택관리공단 각화관리소와 각화종합사회복지관, 광주시 장애인종합복지관, 광주시 자원봉사센터 등의 기관들이 네트워크를 구성해 복지공동체를 돕고자 무엇이라도 해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점이다.

각화동 영구임대아파트를 주시하고 있었던 이들이 팔 걷고 나서 활동을 도운 덕에 더욱 많은 어르신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방을 운영할 수 있었다.

이밖에도 이번 마을공동체 운영을 통해 공동체 문화가 퇴색한 아파트 내에서 새로운 커뮤니티가 활성화 돼 공동체 문화가 복원될 수 있었고, 청년들과 주민들이 함께 어울려 세대 간 차이에 대한 이해와 부족한 상호 보완이 가능한 혁신적 복지모델이 창출된 점도 사업의 유의미한 성과로 남게 됐다.

이야기브릿지는 더 희망찬 미래를 꿈꾸고 있다. 각화동 영구임대아파트가 더욱 활기찬 공간으로 탈바꿈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청소년 대상 교육도 함께 운영하며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어르신들이 집 밖으로 나와서 주체적으로 활동하고 스스로 희망찬 미래를 기대할 수 있도록 돕는 복지를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인터뷰]김명한 이야기브릿지 대표 “영구임대아파트 부정적 인식 바꾸고파”

“복지공동체 사업은 단순 일회성이 아닌 미래 주거복지 모델의 혁신적 사례가 되길 바랍니다.”

광주 북구 각화동에 위치한 복지 마을공동체 ‘이야기브릿지’ 김명한(29)대표는 “평소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지만, 복지마을 공동체는 보람찬 만큼 힘들기도 했다”고 그동안의 소회를 내비쳤다.

이야기브릿지는 2020년 김 대표가 청소년부터 노년까지 전 세대의 이야기를 담아 사회에 공유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스타트업으로 설립했다.

전남대 경영학과에 재학했던 김 대표는 2019년 졸업 이전부터 광주 최초의 청년강연콘테스트 ‘굿보이스스토리’ 기획·운영, 청년단체 ‘영보이스설립’, 청년 이야기 담은 ‘강연담(談)다’ 출간,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 등 폭넓은 활동을 통해 청년활동가의 길에 뛰어들었다.

김 대표는 2019년 각화영구임대아파트에 주거재생사업 참여 청년활동가로 입주했다. 공실에 청년을 입주할 수 있게 지원해 주거문제를 해결하고, 영구임대아파트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시키자는 취지였다.

그는 지난해 주거복지 혁신사업인 ‘청년들과 가가호호’에 지원해 성공적으로 운영했다.

김 대표는 “단순히 지원만 하는 복지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큰 도움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스스로 이동이 불편한 사람은 불가피하겠지만, 어르신들이 즐겁게 밖으로 나와 활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마을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참여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생각했다”고 사업 구상 배경을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공예품을 만들며 치매 예방 진단까지 함께하는 ‘치매 진단 공방’을 시작했다.

그는 “사업을 통해 치매를 걱정하는 어르신들에게 안심을 선물하고, 공예품을 만드는 동안 잠시나마 사람을 만나고 손도 움직이면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김 대표는 마을공동체 활동이 자신에게 큰 보람을 줬다고 회상했다.

그는 “공예품 제작과 플로깅 같은 활동을 할 때면 어르신들이 정말로 아이처럼 좋아했다”며 “그러한 모습을 볼 때면 저절로 힘이 나고 더 많은 즐거움을 선물하는데 주력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운영과정에서 인력과 예산 부족 등의 문제로 어려움이 정말 많아 포기하고 싶을 때가 여러 번 있었지만, 팔 걷고 나서서 도와주셨던 분들이 옆에 있어 끝까지 운영할 수 있었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김 대표는 “현재 각화 영구임대아파트는 주변의 재개발 속에서 기피대상이자 골칫거리가 됐다”며 “향후에도 이같은 잘못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양시원 기자
양시원 기자
이 기사는 광주매일신문 홈페이지(www.kjdaily.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kjdaily.com/1655637369577287235
프린트 시간 : 2022년 12월 09일 16: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