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8경, 이대로 좋은가! / 탁인석
2022년 06월 21일(화) 19:53
탁인석 광주문인협회 회장
광주 시민이라면 광주8경이라는 말은 자주 접하는 말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과연 광주8경이 무엇인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2003년으로 거슬러 가 보자. 노무현 정부는 광주를 ‘문화수도’로 명명하면서 광주를 많이도 고무시켰다. 무심상하던 문화현상이 여기저기서 기지개를 켜고 문화융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넘쳐났었다. 광주시에서도 뒤질세라 단양8경, 관동8경하듯이 광주8경을 선정하고 곁들여 5味(미)라는 대표 음식까지를 차려냈었다. 그때 필자는 ‘광주문화21’이라는 문화주간지를 발간하던 중이었고, 시당국보다 한발 앞서서 ‘광주문화21’이 선정한 광주 8경도 지상에 공표하기에 이르렀다.

광주8경은 광주만의 특징적 볼거리를 관광차원에서 보여주는 일이다. 근대사에 광주는 20세기 초까지는 나주에 선두를 양보해야 했고 이를 대표할만한 랜드마크 또한 없었다. 그런 처지에 광주시는 도시개발 차원에서 태봉산을 깎아 경양방죽을 메꾸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이만저만한 시행착오가 아닐 수 없다. 조선 인종의 아들 용성대군의 태를 묻었다는 태봉산에다 인근의 거대 호수인 경양방죽은 어느 고을에도 뒤지지 않을 명품관광지였다. 이제는 아무리 돈을 들여도 이들을 복구할 방법이 없으니 막막한 마음만 커지고 말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이야기지만 이들이 보존되었더라면 광주가 안팎으로 내세울 참 괜찮은 랜드마크 였을 것은 불문가지다.

2003년 광주시는 광주8경을 지정했는데 광주를 대표적인 명산 무등산을 비롯하여 구도청 앞 광장, 사직공원, 월드컵경기장, 월봉서원(빙월당), 잣고개 야경, 중외공원, 포충사 등으로 하고 이들에다 주변 경관을 붙여 팔경명을 최종 확정했다. 가령 무등산도 전체를 상징하는 ‘무등산 사계’나 빙월당도 ‘빙월당과 황룡강의 물안개’ 등으로 명칭을 다듬은 것이다. 그런데 광주시보다 한발 앞선 ‘광주문화21’의 8경의 선정은 상당부분 광주시와 겹칠 만큼 고심한 작업이었다. 순서대로 말하면 무등산도 ‘무등산 규봉암 일출’이라든지 ‘어등산 황룡강 빙월당 대숲바람’도 어등산과 황룡강을 하나로 아우르면서 빙월당의 대숲바람을 강조하고자 했다. ‘무진산성 잣고개 광주야경’이나 가사문화권을 포괄한 ‘충효동 자미탄 왕버들숲’ 등도 이 같은 생각을 담아낸 것이다. 월드컵 경기장도 ’월드컵 경기장 달맞이‘가 낫지 않을까. 광주는 월산동, 진월동, 주월동 등 달이 지명에 들어간 동네가 많아서 월드컵 경기장에서의 달 축제 등도 구상할만하지 않은가. 중외공원보다 비엔날레관, 국립박물관, 민속박물관, 미술관을 아우르는 ’운암골 문예회관 한여름 밤의 꿈‘은 어떨까. 광주문예회관은 대통령상 수상 건축물이니 그곳 광장에서 여름밤을 축제의 장으로 꾸밀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운천저수지를 광주 서구의 호수라는 의미의 ‘서호’로 명명하는 이가 많은데 여기에다 ‘운천호 무각사 범종소리’를 아우르면 도시 속에 명품 볼거리를 만드는 일이다. ‘사직공원 팔각정 저녁노을’이 일품이다. 이곳 정자를 5·18을 의미하는 18층으로 건립하여 김치전시장 종합센터로 하면 이 또한 대단한 볼거리가 될 것이다.

다소 장황했지만 광주8경을 활성화하는 일은 지금도 늦지 않았다. 8경 지정 이후 몇 번의 시장이 바뀌면서 이의 홍보와 관리는 많이 희미해졌다. 매번 반복 발표되는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은 2022년만 해도 45가지나 된다. 그중 1번이 ‘월봉서원 문화예술 체험복합관 건립 및 운영’이라 했는데 이것도 월봉서원보다는 정조가 고봉 기대승에게 내린 빙월당(氷月堂)이란 당호가 더 영광스럽고 이를 광주정신의 상징어로 삼을 만하다. 어디에나 있음직한 서원보다는 명칭부터가 독특한 빙월당으로 부르는 게 역사적으로나 교육적으로 더 좋을성 싶다. 이마저 발표만 되어 있지 어느 세월에나 제대로 활용이 될까. 광주시민 사랑의 1번지가 빙월당 일원이면 좋겠는데 이 또한 언제나 가능할고, 여기에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며 빛의 도시니 첨단실감콘텐츠 플랫폼이니 아시아아트 아카이빙이니 하는 알 듯 모를 듯한 소리 가지고는 광주관광문화의 진흥은 요원하기만 같다. 그렇다면 여기에 무엇이 필요할까. 광주8경은 시민사랑을 전제하며 광주를 찾는 관광객에게 AI도시와 접목하고 아시아 문화전당이나 이 지역 먹거리와도 함께할 때 광주문화의 진면목이 약속될 것이다. 여기에 광주8경의 활용은 그만큼 요긴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구찌코리아는 돼지꿈을 좋아하는 한국정서에다 돼지머리 올린 고사상을 접목하여 한국 고객에게 먹혀들었고, 한국의 색동옷을 고가에 판매하고 있다. 우리 축구팀을 4강에 올린 다음 히딩크의 고향 사람들은 자기 지역의 흙을 비싼 값에 팔았다는 얘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광주8경으로 문화의 판을 키우고 ‘빛’을 매제로 한 첨단문화콘텐츠를 비엔날레까지도 활용한다면 광주만의 문화적 독자성은 확대될 것이다. 요컨대 젊은이들 인스타그램에 “광주 거기를 갔어? 광주에서 그거랑 찍었어? 그리고 올렸어?”로 도배가 되어야 할만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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