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 아기공룡 / 수필 - 김경옥
2022년 06월 28일(화) 19:07
옥이는 홍이와 전희를 태우고 남해바다 보성 득량면 비봉리, 비봉공룡알화석지로 향했다. 단풍의 계절 10월 마지막 토요일, 금년엔 유난히 노란색과 붉은색 단풍이 고왔다. 오색찬란했다. “와~, 저기 좀 봐!”

비봉공룡공원이 잘 조성되어있었다.

옛날에 아들, Andy가 어렸을 때, 그토록 좋아했던, 그래서 지하 가족실(family room)은 온통 그의 장난감들로 가득했었던. 그 공룡 모조품들의 알화석이 이곳 보성에서 발견될 줄이야. 다음에 아들 내외와 손자 손녀가 미국에서 오면, 꼭 이곳으로 안내해야겠다. 공룡공원전시관을 보여주면 얼마나 좋아할꼬. 폴짝폴짝 팔딱팔딱 뛰면서 기뻐하는 모습이 훤했다. 벌써부터 옥이의 입도 방긋방긋 벙긋벙긋, 소리치고 싶었다. “여름방학아, 빨리 와라.”

득량만 바다낚시공원에는 공룡알 둥지와 흰색 공룡알 세 개가 ‘딱’ 체험학습하기 좋게 만들어져있었다. 모양은 달걀과 똑같았으나, 크기가 옥이의 키보다도 더 크고, 훨씬 더 통통했다. 그중 하나가 못 기다리겠다는 듯, 속에서 알을 깬 아기공룡이 목을 곧추세우고 “여기가 어디야?” 바다를 향하여 짓는 어리둥절한 얼굴 표정은 정말 귀여웠다.

푸른 물결이 꿈꾸듯 춤추는 바다, 해변도로를 달리는 기분, 썩 좋았다. 세 할머니들은 신이 났다. 소프라노 가수 전희가 <인생의 선물>을 흥얼거렸다.

율포 해수욕장 앞, ‘다비치 콘도’에 여장을 풀었다. 혹시 누군가가 백사장에서 조개를 캐면, 그 옆에서 “체험해볼까?” 하고 호미와 꽃삽을 준비해 왔는데, 아무도 조개 캐기에는 관심이 없어 아쉬웠다.

콘도와 해변가 사이에는 멋진 소나무들이 한 줄로 쭉 길게 뻗어있어 가을의 정취를 물씬 자아냈고, 그 솔밭 아래로 여러 다른 모양의 천막 텐트들이 서로 내기하듯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우왕좌왕 소란스럽기도 했다. 바베큐 파티, “와~” 함성과 함께 폭죽놀이도 빠지지 않았다. 세 할머니는 7층 창문가에 나란히 서서 이 모두를 입 벌린 채 “젊어서 좋구나!” 구경했다.

다음 날 아침, 다비치 콘도 건물이 정남향을 하고 있으므로, 저 멀리 바다와 섬은 ‘아리랑’ 꿈을 꾸게 하지만, 아쉽게도 동녘 하늘을 수놓는 일출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기에, 백사장으로 나와 걸었다. 이 상쾌함, 황홀함, 기가 막혔다.

밤새 왁자지껄 시끄럽던 텐트족 젊은이들은 녹아떨어졌는지 조용했다. 텐트마다 굵은 지퍼(zipper)로 꽉 잠겨있었다. 단 하나 몽고식접이천막텐트의 지퍼가 조금씩 위에서 아래로 열리더니, 꼬마 사내아이가 얼굴만 밖으로 내밀었다. 한쪽 눈을 깜빡깜빡, 코를 벌름벌름, 입을 삐쭉삐쭉, 눈 앞에 펼쳐진 새로운 세상, 푸른 바다의 출렁임이 경이로웠을까?

천막텐트 밖으로 얼굴만 ‘쑤~욱’ 내민 어린 소년은 영락없는 공룡알 속의 아기공룡 얼굴이었다.

<김경옥 약력>
▲약사(현), 약 28년간 미국 생활 후 귀국
▲문학박사, 남부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창작에세이 평론 등단, 창작에세이 작가회 신인상 당선
▲약사문인회 특별상

박덕은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전남대 교수 역임
▲중앙일보 신춘문예당선
- 평 설 -
김경옥 님의 수필 ‘아기공룡’에서의 서술자는 남해바다 보성 비봉리에 있는 공룡알화석지를 찾는다. 잘 조성된 공룡공원, 거기 공룡알 둥지와 공룡알 체험학습장을 구경한다. 그중 한 알에는 알에서 막 깬 듯 어리둥절해 있는 아기공룡이 들어 있다. 어미의 품 같은 공룡알 둥지와 어린 생명이 깃들었던 공룡알을 보며, 서술자는 수억 년을 건너뛰어 환호한다. 서술자를 비추고 있는 태양이 중생대에도 저 공룡알의 따스한 온기였을 것이다. 중생대의 숨소리처럼 저 공룡알 곁으로 몰려들었다 흩어지는 바람결을 서술자는 느꼈던 것일까. 그 바람이 그 태양이 중생대를 거쳐 현재까지 이어져 와, 서술자의 아들과 함께했다는 것에 전율을 느꼈던 것일까. 서술자는 그런 마음을 ‘다음에 아들 내외와 손자 손녀가 미국에서 오면, 꼭 이곳으로 안내해야겠다. 공룡공원전시관을 보여 주면 얼마나 좋아할꼬. 폴짝폴짝 팔딱팔딱 뛰면서 기뻐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말한다. 이어 펼쳐진 해변도로 드라이브, 여장을 푼 다비치 콘도, 싱그러운 가을 정취, 여러 모양의 천막 텐트들, 바베큐 파티, 그리고 아침 일찍 백사장 산책, 어느 텐트에서 지퍼가 열리더니, 얼굴만 밖으로 내민 꼬마 아이가 마치 공룡알 속의 아기공룡 같다. 문득 중생대의 부활을 꿈꾸는 공룡알이 아직도 있다고 상상하는 것일까. 화석으로 탈바꿈한 중생대의 시간을 환생시키고 싶은 것일까. 서술자는 이런 마음을 아기공룡 같은 아이의 모습을 통해 ‘한쪽 눈을 깜빡깜빡, 코를 벌름벌름, 입을 삐쭉삐쭉’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주 자연스레 일기 쓰듯 써 내려간 글에는 세 할머니의 정서와 공룡에 대한 신비로움이 잘 스며들어 있다. 수필을 통해, 인간 정서의 아름다움, 사색의 싱그러움을 포착하고, 인생을 내려다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 행복을 만나게 해주어, 독자의 수필 사랑은 지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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