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마당] 엄지족의 진화 / 시 - 이연례 |
| 2022년 06월 28일(화) 19: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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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만들고 삶을 이어오는 원동력이다
적응이 힘든 시기를 지나고
엄지는 무한 반복 진화를 계속했다
작은 변화가 큰 물결을 이루고 계속되는 우연한 흐름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많은 엄지는
세대를 지나 영역을 넓혀나간다
머리 박고 움직이는 많은 사람들
시간 제약도 없이 모든 엄지족들은 바쁘다
생각을 모아 담고 시공간을 넘어
소통을 꿈꾸는 활동으로 마음을 모은다
때론 집중이 지나쳐 관심을 끌기도 하지만
발달 된 생각들은 뜻을 모은다
끊임없이 두드리는 자판의 목소리
소나기도 내렸다가 천둥 번개도 요란하던 자판
행동이 생각을 잡고 생각이 서로 잡아당긴
지금도 엄지는 바쁘게 움직이며 열 일을 한다
<이연례 약력>
▲ ‘동산문학’ 시, ‘월간문학’ 동시 신인상
▲ 광주 문인협회, 한국문인협회 회원
▲ 광주 전남 아동문학인회 회원
▲ 시집 : ‘다시 시작’
- 평 설 -
이연례 님의 시 ‘엄지족의 진화’에서의 시적 화자는 엄지에 대한 고찰을 시작한다. 우선 제목부터 신선하다. 시적 화자의 신선한 목소리와 상상력이 돋보인다. 엄지족은 엄지손가락을 이용하여 민첩하게 통화하거나 문자를 보내고 정보를 검색하며 게임 등을 즐기는 신세대를 뜻한다. 이런 엄지족이 되기까지 무슨 진화를 했으며 앞으로 어떤 진화를 더 할 수 있다는 것일까. 엄지와 엄지로만 이루어진 부족의 진화. 누대의 몸속으로 이어져 온 엄지라는 유전자가 자신만의 부족을 세우기 위해 스스로의 생을 축척하며 역사를 만들고 삶을 이어 왔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상대방을 최고라며 치켜세우거나 칭찬할 때 엄지척을 한다. 그 엄지의 긍정의 힘이 부족을 세우는 원동력이 되었던 건 아닐까. 엄지족은 그 원동력을 발판 삼아 부족의 영토를 확장했던 건 아닐까. 시적 화자는 그런 엄지족의 내력을 ‘수세기를 거치면서 말없이 잇대어온’ 것이라고 말한다. 세상은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희망들로 들썩거려 엄지족의 활동을 지지하게 된다. 엄지족은 수세기 동안 몸에 길을 들여놓았기에 자판 위에서 그 길들을 풀어놓는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도 받지 않아 엄지족의 영토는 무한대로 확장되어 간다. 어디에도 넘지 못할 국경은 없기에 매일 웅장한 기록을 남긴다. 간혹가다 삭제된 글 때문에 영토를 잃기도 하지만 다시 엄지족은 힘을 모아 요새를 짓는다. 그렇게 엄지족은 무한 반복 진화를 계속하고, 새로운 변화를 꿈꾸고, 세대의 영역을 넓혀 나가고, 소통을 꿈꾸며 끊임없이 일한다. 엄지 하나를 놓고, 여러 각도로 고찰하고, 다채롭게 표현해내고 있다. 시심을 통해 사고의 영역을 최대한 넓히고, 사색의 그릇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숙하려는 노력이 엿보여,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