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물가·고금리·고환율 고통의 시간 / 김일태 |
| 2022년 07월 03일(일) 19: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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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도 예외는 없다. 5월말 소비자물가상승율이 5.4%이면서 기대인플레이션율도 높은 상황에서 물가를 통제하기 위해 현재 1.75% 금리를 얼마나 인상해야 할지, 그리고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도 고민할 때이다. 원·달러 환율은 약 13년 만에 1천300원대로 진입해 수입물가의 상승으로 이어져 생산원가가 올라 제품 가격이 인상될 것이고, 소비자 수요의 둔화로 경기부진으로 이어진다. 이제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고통이 도래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미·중 갈등, 한·일경제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상황에서 자원수입국이면서 완제품 수출국의 위치에서 취할 수 있는 묘책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서도 국회는 원구성도 못갖추고, 행정부는 일부 장관을 임명조차도 못하고 있다. 또 집권당은 과거 정권의 적폐 청산과 계파 간 권력 다툼에 열중이고, 야당은 전당대회의 당권 싸움에 몰두하고 있어 민생은 뒷전이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경제위기가 닥칠 수 있다.
어느 시대나 국가에서도 인플레이션의 저감 정책과 실업률 상승은 커다란 이슈이다. 인플레이션 저감 정책은 통화긴축을 요구하는 고금리를 동반해 경기침체를 초래하므로 현실생활에서는 둘 다 엄청난 비용을 초래하게 된다. 인플레이션은 현금 보유를 줄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원 낭비와 가격변동의 비용이 발생하고 큰 폭의 상대가격 변화를 초래해 소비자의 의사결정과 조세를 비롯한 자원배분을 왜곡시키게 된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물가변동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부를 재분배하는 사람들의 능력과 필요와는 관계없이 부의 재분배를 발생시키는 인플레이션의 큰 비용이 발생한다. 또한 국내외 금리 인상은 기업과 가계대출에서 원리금 상환이 급등함에 따라 채무자의 변제능력을 넘어서게 되면 소상공인과 한계중소기업, 취약계층과 청년층의 연체와 파산에 이르게 할 수 있으며 은행권의 부실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미국에서도 폴 볼커(Paul Volcker)의 인플레이션 저감 정책은 인상 깊다. 1980년에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은 9%를 넘었고, 실업률은 7%에 이르렀다. 카터 행정부에서 임명된 연준 의장 볼커는 1979년부터 1981년까지 10%에 가깝게 상승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율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1979년 19.5%, 1981년 21.5%까지 인상하는 긴축 통화정책을 실시했다. 그 결과 인플레이션율이 1982년부터 낮아져 1983년과 1984년에는 약 4%수준에 이르고 1986년에는 3%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그 과정에서 1982년과 1983년에 약 10%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의 대가를 수반했지만 과감한 정책 의지로 인플레이션을 잠재웠다.
한국경제도 1979년 OPEC(석유수출국기구)이 시장지배력을 점유하기 위해 원유가격을 2배 이상 올려 예상치 못한 공급충격으로 1980년 초반에 3고 현상으로 심각한 불황을 경험했지만 1986년부터 3저 현상으로 호황의 경제를 누리게 됐다. 이처럼 경제위기는 시대와 정권에 무관하게 닥쳐오게 되지만 정부의 신뢰성 있는 정책 의지를 통한 기업과 소비자의 합리적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경제는 더욱 심각하다. 생활 물가의 급등과 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 주식시장의 약세와 원리금 부담으로 이어지면서 저소득층과 청년층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부와 소득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의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두 달 연속 하락하고 중소기업의 경기전망지수(SBHI)도 밝지 못하다. 민선 8기 지방정부는 금리 인상으로 취약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그리고 영세중소기업의 대출 연체와 상환, 그리고 물가 상승에 따른 서민의 안정적 생활 대책을 고민할 시점이다.
이제 한국경제는 인플레이션의 압력을 벗어나면서 경기 침체로 인한 실업률 상승을 견디어 낼 수 있는 금리 인상의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고통을 줄이는 긴축적 통화정책의 묘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