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주 시인 디카시선집 ‘그리움 흔들리는 날’ 출간 평범한 일상 속 담아낸 소중한 순간 총 4부 96편 사진과 시 구성…인생 이야기 등 빗대 최명진 기자

2022년 07월 10일(일) 19:04

거칠고 험한 인생길/끝까지 그늘이 되어줄게/파란 꿈 펼치도록, 끝자락까지. (시 ‘동행’)

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낯설게 하기’다. 직접적인 표현을 쓰는 일상어와는 달리 의도적으로 다른 표현 방법을 사용해 그 통념을 뒤집고 새로운 이미지를 찾아내는 것이다.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물체를 바라보고 이를 글로 표현해내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일상 속 모든 것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이를 창작물로 만들어낼 때 비로소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편의 시로 독자들의 무딘 감성을 깨우며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낀 사유를 카메라로 직조하고 통찰의 깊이로 나타내는 시집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이선주 시인

이선주 시인의 디카시집 ‘그리움 흔들리는 날’(서영刊)이 출간됐다.

문학 장르 간 경계가 사라지고 다양한 교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실험적인 시의 한 장르인 디카시(詩)가 우리 일상 속 문화예술의 한 갈래로 자리잡고 있다.

디카시는 시인이 핸드폰 카메라로 사물을 찍는 데서부터 사물이 전하는 문자를 글로 풀어내는 것까지의 창작 행위를 의미한다. 기존 시에 어울리는 사진을 덧붙여 시를 효과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새로운 갈래의 예술이다.

40여 년 동안 은행에서 근무한 이 시인은 2011년 호남 지역 최초 여성 지점장으로 발탁돼 이후 10여년 간 5개 지점의 지점장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뼛속까지 이과 계통으로 문학과는 거리가 멀 것 같지만 2009년 서은 문학회 고 문병란 시인의 지도를 받았으며 2020년 현대문예에 ‘개망초’라는 시로 문단 데뷔를 했다. 현재 한실문예창작 방그레 문학회(지도교수 박덕은)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또 그는 자기계발서 ‘라떼는 말이야’ 공저를 비롯해 수채화 작업, 패션 디자인과 같은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는 등 인문학을 통한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

감수성이 풍부한 시인의 눈에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도 색다르게만 보인다.

“보통 일상생활 속에서 산책을 하다가 영감을 느끼는 대상을 찍어요. 이를 보면서 떠오르는 것들을 글로 써내기도 하고 반대로 시를 짓고 이에 맞는 사진을 나중에 찍기도 합니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 중 그가 꼽은 가장 인상깊은 시는 ‘동행’과 ‘여생’이다. 두 작품 모두 마치 시인 자신의 인생과 겹쳐 보였다는 게 시인의 설명이다.

“저는 어떤 사물이나 풍경에 완전히 몰입하곤 해요. ‘동경’에선 산책하는 제 앞으로 하늘 위 구름이 길처럼 나 있는 거예요. 마치 내 앞길을 인도해준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여생’에서는 치열하게 살았던 내 인생을 연상하게 됐죠. 징검다리의 중간까지 건넌 사람이 마치 저와 같다고 생각했어요. 이때까지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걸을 길들, 그리고 그 남은 여생동안 내가 한송이 꽃을 피워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한실문예창작 지도교수인 박덕은 평론가는 “이선주 시인의 디카시들은 시 하나 하나 심혈을 기울여 이미지 구현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인생의 깊은 의미까지 보듬어 안고 있다”며 “그래서 디카시를 읽는 내내 행복과 감동의 물결이 지속적으로 흘러내리게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시집에는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명품형 인간의 모습을 담아낸 시 ‘명품’, 손녀와의 일상을 담은 시 ‘동심’, ‘순수’ 등 소소한 일상 속에서 느낀 이야기들이 총 4부 96편의 사진과 시로 담겨있다.

“퇴직 이후 산책이나 명상 등을 통해 스스로 메타포를 형성하며 극복했던 것 같아요. 시를 쓰는 이 순간이 뭐라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행복합니다. 이제야 내 삶을 제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년에는 이때까지 써왔던 시들을 모아 시집을 출간할 예정이고, 수필도 계속해서 쓸 생각입니다. 순간 순간을 맑고 고운 심성과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며 살아가고 싶어요.”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