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마당] 절창 / 시 - 김정희 |
| 2022년 07월 11일(월) 19: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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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 열흘, 백일동안
붉은 절창 백일홍
큰 그릇에 햇살을 쏟아
용암 같은
불꽃이 흐르고
중심에서 꽃이 끓는다
꽃잎들 찬란을 버리고
흩어진 저녁 길
허기를 들켰을까
별이 뜨는 하늘에
한가득 꽃이 끓네
그 하늘에서 가장 밝은
내 어머니 별
더러는 날리고
더러는 밟히며
밤마다 꽃잎은 재가 된다
바라보면 세상만사가 절창이다
겹겹이 흐르는 강물이다
<김정희 약력>
▲ ‘시와 사람’으로 등단
▲ 시집 ‘푸른 계단’, ‘섬이 물꽃이라고’ 등
▲ 여행 산문집 ‘고인돌 질마재 따라 100리길’
▲ 광주문학상, 국제PEN광주문학상
▲ 광주문인협회 상임부회장 및 ’광주문학’ 편집주간
▲ 원탁시, 죽란시 동인
- 평 설 -
김정희 님의 시 ‘절창’에서의 시적 화자는 백일홍을 바라보며 감탄하고 있다. 절창은 아주 뛰어나게 잘 지은 시문을 뜻하기도 하고, 아주 뛰어난 소리를 뜻하기도 한다. 이 시의 백일홍은 두 의미를 모두 포함하여 다가간 듯하다. 다만 지면 관계상 여기서는 아주 뛰어난 소리를 뜻하는 절창으로 해설하겠다. 득음을 이룬 절창에 이르기 위해 소리꾼은 토굴이나 폭포 앞에서 소리를 한다. 득음을 하기 위해 피를 토하고 똥물까지 마신다. 시적 화자도 그렇게 득음을 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백일홍의 찬란함이 저렇게 꽃 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적 화자는 ‘큰 그릇에 햇살을 쏟아/ 용암 같은/ 불꽃이 흐르고/ 중심에서 꽃이 끓’을 때까지 피를 토하며 혹독하게 정진했을 것이다. 얼마나 힘들고 고달팠을까. 붉게 번지는 울음을 끌어안고 다시 독공에 정진했을 시적 화자. 득음은 아득히 먼 곳에 있고 아픔은 몸 안에서 통증처럼 번져 갔을 텐데, 마음을 비우고 한 번 더 정진했을 그 간절함이 느껴져 마음이 아리다. 시적 화자는 백일홍의 절창에만 머무르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세상만사가 모두 절창이라는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다. 맞다. 꿈을 위해 사랑을 위해 사람들은 하루 하루 정성을 다하며 노력한다.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부모는 피를 토하듯 치열하게 살아간다. 시 속에서 발견한 삶에 대한 새로운 해석, 그 절창의 세계로 들어가 깨달음을 얻고 간다. 이런 시가 있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