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운 전남대 교수, ‘광주의 근대 풍경’ 발간 일제강점기 광주 근대사회를 들여다보다 최명진 기자

2022년 07월 17일(일) 18:43

정경운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가 일제강점기 광주를 안내하는 길잡이 책 ‘광주의 근대 풍경’(문학들刊)을 펴냈다.

일제강점기 지배계급이라 할 수 있는 ‘광주번영회’와 피지배계급이었던 궁민(窮民), 상인, 기생 등의 활동을 조명하면서 당시 지역사회의 사건들을 통해 식민정책의 문제점과 근대적 시민주체의 등장을 살폈다.

정 교수가 광주의 근대 연구에 뛰어든 것은 그동안의 연구가 사료의 한계로 인해 오류가 적지 않았고, 무엇보다 그 오류를 후진 연구자들이 아무런 검토 없이 반복해 인용하는 상황 때문이었다.

저자는 1년에 한 편씩, 광주의 근대 풍경을 하나씩 채워간다는 마음으로 집필하며 오류들을 최대한 바로잡았다. 게재된 지 몇 년이 지난 논문들은 그 뒤에 발표된 연구들을 참조하고, 사료들을 더욱 보강해 보완·수정 작업을 거쳤다.

제1부에서는 일제강점기 광주에서 지역 유지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단체인 ‘광주번영회’를 다뤘다. 일본인은 물론 한국인들도 가입돼 있던 광주번영회는 지역사회 정치적·경제적 권력을 장악하고 있던 지배계급으로 소위 풀뿌리 식민구조를 완성시키는 데 일조했던 자들이었다.

제2부는 그 식민지배의 시간을 견뎌내야 했던 피지배계급을 다뤘다. 여기서는 궁민, 상인, 권번의 기생 등이 관련된 지역사회의 사건들을 통해 이들이 근대적 시민주체로 등장하는 장면과 더불어 당시 식민정책의 문제를 정리했다.

이 책에 수록돼 있는 총 다섯 편의 글은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내용적으로는 연결돼 있다.

천정의 궁민가옥 철거사건과 광주 오일장의 변화과정은 1925년 광주면이 진행한 ‘대광주건설계획’ 중 하나인 하천정리사업의 결과로 발생했다. 광주천이 직강화되면서 2개의 오일장이 사정(社町)으로 이전하게 되고, 주택지로 불하할 계획이었던 천변부지에 궁민들이 모여들면서 빈민부락을 형성했던 것이다. 그리고 대광주건설계획과 같은 식민도시건설에 앞장서면서 대규모 토목사업에 적극 개입해 이권을 얻어낸 자들이 바로 광주번영회 구성원이자 지역 유지 집단이었다. 또한 그들 중 일부 한국인들은 ‘광주예기조합’을 만드는 과정에 거론되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각 장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주체들의 행적을 살펴보는 작업은 광주 근대기의 복합적 풍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경운 교수는 전남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저서로 ‘문학·서사·기호’, ‘해남윤씨 어초은공파 어초은 종가의 삶’, ‘양파정 춘설헌’ 등이 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