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마당]그 시절의 향기 / 시 - 최영희 |
| 2022년 07월 25일(월) 19: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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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향기로 하늘을 덮습니다
기ㄹ-다란 저수지 둑 너머 잉어 떼
출렁이며 파도 칠 때마다
아모도 보지 않는 아버지 사랑 보았습니다
외딴 섬마을 무엇이 고향을
통째로 사랑하게 하셨는지
외론 산길 따라 산새들 지저귐 벗삼아
가노라면
시나브로 커져가는 그리운 그 시절 파편
뱃고동 소리 멀리 골짜기마다 울릴 때
섬마을은 어느덧 축제로 시끌벅적 요란합니다
한 발짝 뛸 때마다 사장님 회장님
인사하시는 분들 때문 하루가 다 지나가 버린다고
투정 아닌 투정
은근히 자랑스러워하시던 아들
할머님 미소 같은 고향마을 어귀엔
이제는 아버님 그리운 그 시절 허허로운
외로움만 하늘을 덮습니다.
<최영희 약력>
▲ 한국문학예술 시부문 신춘문예 신인상 등단
▲ 광주문학예술작가회 회원, 서은문학연구소 회원
▲ 공저: ‘서석대의 빛과 그늘’ 외 다수
▲ 저서: ‘비 오는 날의 연가’
- 평 설 -
최영희 님의 시 ‘그 시절의 향기’에서의 시적 화자는 외딴 섬마을 고향을 찾아간다. 마을 어귀의 아카시아 향기, 저수지 둑 너머의 잉어 떼, 외로운 산길의 산새들, 골짜기마다 울리는 뱃고동 소리, 그곳에서 떠올리는 추억, 아들을 자랑스러워하던 아버지를 떠올린다. 자식들이 뭍에서 자신의 지느러미로 헤엄쳐 나아갈 수 있도록 섬마을 아버지는 갯바람 빨랫줄에 민어를 말렸을 것이다. 꾸덕꾸덕 말라가는 한 채의 바다를 보며 먼 데서 들려오는 아들의 소식을 기다렸을 것이다. 혹시나 뭍의 험한 물결에 아들이 쓰러지지나 않을까 걱정하며 아버지는 비릿한 하룻길을 걸었을 것이다. 아버지의 그런 사랑 덕분이었을까. 바다가 키운 섬처럼 아들은 듬직하게 잘 자라, 자랑스런 아들이 되어 주었다.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한 발짝 뛸 때마다 사장님 회장님/ 인사하시는 분들 때문 하루가 다 지나가 버린다고/ 투정 아닌 투정’이라고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아버지의 기쁨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세월은 흘러 할머니 미소 같은 고향 마을 어귀엔 허허로운 외로움만 하늘을 덮고 있다.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어 아쉬워하지만, 추억 속에 잠겨 아버지를 떠올리는 시적 화자의 마음이 아주 정겹게 와 닿는다. 특수성이 이처럼 보편성으로 다가와 독자의 가슴을 촉촉이 적셔 준다면, 시는 그 특질을 다한 것이다. 시적 형상화 속으로 들어가 잠시 회상에 잠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시는 충분히 행복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