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안지 유출' 심야 교무실 잠입·악성코드 심어 해킹…첩보영화 방불 <광주 사립고 기말고사 시험·답안지 유출사건 전말> 2학년 2명, 시험 출제 교사 노트북에서 시험자료 확보 시험 끝난 뒤 정답 적힌 종이 버리다 동급생에게 덜미 학부모 설득 끝에 자백…경찰, “추가 범행 여부 파악 중” 안재영 기자

2022년 07월 26일(화) 20:18

사진=연합뉴스

더 높은 시험 점수를 받기 위해 고등학생들이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하는 범행을 펼쳤지만 결국 덜미가 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번 범행이 내부 관계자 없이, 평소에도 높은 성적과 좋은 평판을 받았던 학생들의 공모로 이뤄졌다는 게 밝혀져 지역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26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광주 모 사립고등학교 2학년 학생 A·B군이 업무방해와 건조물 침입 등의 혐의로 입건됐다.

이들은 지난 11-13일 치러진 기말고사 시험 문제지와 답안지를 빼돌렸고, 이를 위해 교무실에 침입한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기말고사 시험에서 더 높은 성적을 얻고자 범행을 계획했다.

이들은 우선 지난달 말께 야간을 틈타 학교에 침입했다.

1층 정문이 열려 있었고, 교무실까지 이동하는 동선 상 CCTV가 없어 이들은 큰 어려움 없이 학교에 잠입했다. 4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갔고, 이후 바깥 외벽을 타고 열린 창문을 통해 교무실로 들어갔다.

바깥에서 한 명이 망을 보는 동안, 다른 한 명은 시험 출제 교사 노트북에 USB를 꼽고, 준비해 온 ‘악성 코드’를 심었다.

해당 악성 코드는 컴퓨터 화면을 자동으로 캡처·저장하는 프로그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장된 화면을 컴퓨터 깊숙한 곳에 숨겨 컴퓨터 사용자들은 해당 프로그램이 작동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시험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1차 작업을 끝낸 이들은 이달 초 다시 동일한 수법으로 교무실에 잠입, 시험 자료가 캡쳐된 이미지 파일을 이동식 저장장치에 담아 빠져 나왔다.

이후 저장된 사진 중에서 출제 확정 시험지와 답안지 등을 선별했다. 답안지가 없는 과목은 시험 문제를 미리 풀어보는 식으로 지구과학, 한국사, 수학 Ⅱ, 생명과학 등 4과목 답안을 완성했다.

이렇게 확보된 시험 답안을 이들은 미리 암기한 채로 지난 기말고사를 치뤘다.

그러다 시험이 끝난 뒤 A군이 시험지 한쪽 귀퉁이에 적은 정답을 찢어 버린 것을 같은 반 학생들이 목격하면서 부정시험 의혹이 제기됐다.

학생들이 A군이 버린 쪽지를 맞춰본 결과 시험 답안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교내에서 의혹이 증폭되자 학교는 해당 사안을 광주시교육청에 보고, 이후 서부경찰서에 수사 의뢰했다.

수사 초기 A군은 혐의를 부인했으나 학부모의 지속적인 설득 끝에 지난 25일 범행을 자백했다.

A군의 자백으로 공범 B군을 확인한 경찰은 수사를 이어갔다. 조사 결과 이들이 범행에 사용한 프로그램은 평소 프로그래밍에 조예가 있던 B군이 시중에 돌아다니던 악성 프로그램 일부를 수정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추가 공모자 여부와 이들이 지난 시험에서도 범행을 저지르진 않았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는 단계”라며 “구체적인 침입 경위 등은 후속 수사를 통해 규명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