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와 대통령 / 김명진
2022년 07월 31일(일) 19:05
김명진 호남대학교 초빙교수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가 8주째 하락세다. 전 세대, 전 지역 공통이다. 대구·경북지역에서도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섰다. 가장 큰 하락요인은 인사문제이다. 특히 대통령비서실의 사적채용과 부적절한 대응이 주된 요인으로 지적됐다. 김건희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직원, 극우 유투버 누나, 대통령 6촌 동생, 권성동 원내대표 지인 우모씨 아들, 대통령지인 황모씨 아들, 주기환 광주시장 후보 아들 등 사적인연 채용이 드러날 때마다 여론은 출렁거렸다.

대통령비서실은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대통령 비서실에 공개채용이 있었나, 역대정권이 다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맞는 얘기다. 대통령비서실은 늘공과 어공으로 구성된다. 늘공, 늘상 공무원은 직업공무원이다. 각 부처에서 우수한 인력들이 대통령실에 파견된다. 어공, 어쩌다 공무원은 정당 당직자, 국회보좌진, 민간 전문가들이다. 문제는 항상 어공 충원과정에서 발생한다. 자천 타천으로 지원자는 많고 다 채용 할 수 없으니 엄선 절차를 거친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은 국정운영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니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보통 능력이 아니라 최고로 출중한 능력을 다면평가로 인정받아야 한다. 신상의 도덕적 하자가 있어서도 안 된다. 철저한 신원조회를 통과해야한다. 최고의 인재도 신원조회를 통과 못해 비서실 문턱에서 눈물을 흘리며 돌아간 사람도 많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충분히 이해하고 역사를 기록한다는 소명의식도 더해지면 더 할 나위 없다.

윤대통령은 인수위 시절 대통령 비서실 구성안을 보고받고 원안을 폐기하고 본인과 사적 인연이 있는 검찰식구들을 대거 포함시켰다. 뼛속까지 검찰주의자인 그는 대검찰청이 그대로 옮겨 왔다는 인상을 줄 정도로 검찰출신들을 비서실 요소요소에 배치했다. 정치적 기반이 전무하고 평생 검찰에 몸담은 그의 지지기반은 검찰이니 자연스런 수순이다. 윤대통령은 정치입문 8개월 만에 당선 됐다. 본인의 첫 선거이자, 마지막 선거에서 국가의 최고의 위치인 대통령이 된 것이다. 검사와 수사관이 핵심 지지층인 셈이다. 검찰 근무 중 이런저런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그의 엄호세력이다. 비서실의 인사·예산·행정 지원을 담당한 총무비서관실도 검찰 수사관들로 채웠다. 윤 대통령의 수족역할을 했던 인물들이다. 이들은 사적인연으로 얽혀있고, 맹목적 충성심이 강한 인사들로 분류된다. 믿을 만한 사람들은 검찰 출신뿐이라는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총무비서관실은 과거에는 당직자들이 갈 수 있는 몇 개 안 되는 자리라서 당연히 철저한 자기관리와 역량을 길러오고 대통령 선거에 혼신을 다한 에이스들도 자리를 못 잡았다. 그 자리에 사적인연으로 추천된 듣보잡 인사들이 내려앉았다. 지인인사, 정실인사가 되면서 더 뛰어나고 책임감있는 정치권 인재들이 배제된 게 문제의 본질이다.

대통령비서실은 모든 업무를 추진하고 발표하기 전에 국민여론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한다. 국회, 정치권과의 사전 교감, 이해 당사자의 설득과정도 필수적이다. 행시성적이 우수한 늘공이나 수사경력이 출중한 검사들일지라도 단기간에 습득 할 수 없는 입체적인 통찰과 직관이 필요하다. 시민사회수석이 사적채용을 해명하면서 엽관제 운운해 비난을 더 샀다. 정당과 국회경험 혹은 언론에 익숙한 있는 행정관에게 사전 검토만 시켰어도 그런 헛발질은 안했을 것이다. 9급 공무원 시험에 단골 출제문제가 ‘엽관제의 폐해’다. 엽관제는 선거승리정당이 공직을 일종의 사냥 전리품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능력주의와 대비해 정실주의의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는 엽관제를 굳이 비유로 들 필요가 있었을까. 강인선 대변인의 “묵묵히 일한 실무자에게 정당한 기회를 주는 게 공정이다”는 사적 채용 옹호 발언도 묵묵히 일했지만 비서실에 못 간 당직자, 보좌진, 캠프인사들에게 자괴감을 주는 발언이다.

대통령 국정수행평가가 연 8주째 하락하면 내부에서 심각한 경고음이 울리고 이러저런 대책이 보고돼야 정상이다. 언론과 야당이 지적한 인사문제, 출근길 문답, 김건희 여사 공적관리, 사정보다 경제치중 대책 보고서가 대통령에게 올라가야한다. 공사구분이 안 되는 기이한 일들이 계속되고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들이 대통령 주변에서 왜 이어질까. 두 가지다. 더 바닥을 칠 때까지 나서지 말자는 자조적인 분위기가 비서실에 만연 돼 있거나, 검사기질은 못 버린 고집 센 대통령이 전혀 수용할 태세가 아니거나 이다. 전자는 비서실장을 비롯 비서실 전면개편으로 심기일전 하면 되지만 후자이면 대통령 자신의 국정운영태도와 인식변화가 있어야 한다. 바람직 하기는 두 가지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지지율 신경 쓰지 않는다는 대통령 발언은 오기처럼 들린다. 검사는 ‘잡아넣고’ 수사로 성과만 내면 된다. 대통령은 아니다. 겸손하지 않고 오만한 일방통행 국정운영이 계속되면 지지율은 더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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