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과 한국의 교육문화 / 김춘식

2022년 08월 01일(월) 20:00

김춘식 동신대학교 에너지경영학과 교수

최근 한국계 수학자인 허준이 교수(미국 프린스턴대)가 필즈상을 받았다. 허교수가 ‘수학 분야의 노벨상’ 격인 이 상을 수상한 것은 한국 수학의 국제적 위상과 한국 과학자들의 헌신과 노력에 대한 하나의 결실이어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필즈상 수상이라는 기쁜 소식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육에서 진지하게 성찰해 보아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 학교 교육현장에는 소위 수학포기자(수포자) 증가 문제가 여전히 시급한 해결과제이고, 게다가 중학교 2학년의 ‘수학 흥미도가 세계 최하위권(39위)’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도 발표됐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수학에 대한 흥미 저하의 가장 큰 원인으로 대입위주의 암기식 반복학습을 꼽고 있다. 그렇다면 우선 한국의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의 흥미나 호기심의 발현을 돕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환경이 제공되어야 할까?

미국의 조지 메이슨 대학의 심리학과 카시단(Todd Kashdan) 교수와 교육학자 노튼(Carl Naughton) 박사는 호기심의 발현을 위한 자세나 태도로 다음 네 가지를 꼽았다. 첫째로 늘 새로운 것과 낯선 것을 추구하는 성향인 ‘탐구심’(inquisitiveness). 둘째로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는 자세, 즉,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자세인 ‘개방성(openness)’. 셋째로 새로운 의견과 다양한 시각에 적응하는 불편함을 이겨내는 힘인 ‘고통 감내(distress tolerance)’. 넷째로 호기심을 바로 행동에 옮기고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향인 ‘창의력(creativity)’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 네 가지는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학생들의 호기심을 키우기 위해서는 학교교육의 현장에서 이들 요소들을 모두 고루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학생들의 호기심이 발현되고, 나아가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를 통해 스마트한 인재로 성장할 계기를 얻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 비판적 사고는 우선 우리 주변의 사물이나 사건, 그리고 상황에 대한 깊은 관찰과 사유, 자신의 이해를 넓히고 지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마음가짐’에서 출발한다. 또한 비판적 사고력은 주어진 정보나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단순한 지식축적을 통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정보나 변화된 상황에 대한 ‘흥미’와 그것에 대하여 깊이 알고 싶어 하는 ‘호기심’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가짐에서 자극된 호기심은 주어진 사물이나 자연세계, 그리고 복잡한 사회현상을 분석적으로 관찰하게 하는 동기를 주고, 또한 몰입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책을 읽는 데에 걸린 시간만큼 생각(사유)하는 과정을 거치는 정독(精讀)이 훨씬 더 중요한 것은 호기심의 다음 단계인 관계에 대한 사유과정, 즉 분석적 동기를 유발하고 창의적인 생각의 탄생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바로 학교교육이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의 성장을 돕고, 모든 지적 활동의 원동력인 흥미와 호기심을 갖도록 하는 교육환경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22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과학자 단체인 미국 물리학회에 한국인 최초의 회장으로 선출된 김영기 교수(미국 시카코대)도 어느 인터뷰에서 “한국 특유의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 문화, 그리고 윗사람을 공경해야 하는 서열의식이나 문화가 학생들의 창의력의 성장을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창의력의 가장 큰 장애는 관습, 관례, 고정관념에 기반한 사고(思考)의 경직성이다. 어린이들이 어른들보다 훨씬 창의적인 생각을 많이 내는 것은 어른들에 비해 고정관념이 적기 때문이다. 주입식 교육과 서열화된 문화에서는 결코 호기심과 비판적 사고, 창의적인 생각이 탄생될 수 없다. 한국의 교육현장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학생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키워주고, 비판적 사고를 통한 창의융합교육으로의 전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