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마당]그리운 누이와 여름 / 시 - 강금이 |
눈 씻고 봐도 보이지 않던 해가
가출했다 돌아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바짝 독이 올라 먹구름을 밀치고
열기를 뿜어내며 여름을 익히고 있다
꽃을 찾기 위해 주파수를 던지는 나비처럼
더듬이를 곤두세우고 더위를 핥고 있는 여름
살살 달래어 텃밭에 내려놓으니
다소곳이 익어가는 소리가 달달하다
담장 위 바람은 잠자는 나뭇잎을 흔들어 놓더니
봉숭아꽃 붉은 입술 모아 손톱에 물들이던 누이가
첫눈 오는 날 시집가고 촉촉한 그리움만 남겼다
노을에 어둠이 그어지면 달맞이꽃 꺾어놓은 여름밤
누이 얼굴 닮은 별들로 돋아나
그리움이 수박씨만큼이나 콕콕 박혀온다
<강금이 약력>
▲‘문학춘추’ 시등단, 부풍오감차문화원 이사
▲광주문인협회, 문학춘추작가회 회원
▲아시아서석문학, 전남여류문학 회원
▲저서 : ‘찻잔에 담긴 마음의 향기’
-평 설-
 | 평설=박덕은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전남대 교수 역임
▲중앙일보 신춘문예당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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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이 님의 시 ‘그리운 누이와 여름’에서의 시적 화자는 시집간 누이를 그리워하고 있다. 이 시는 해를 의인화하여 인격체로 대우하며 시의 문을 열고 있다. 가출했다 돌아온 해가 먹구름을 밀치고 여름을 익히고 있다. 더위를 핥고 있는 여름이 텃밭에서 익어 가는 소리로 달달하다. 바람은 잠자는 나뭇잎을 흔들어 놓고, 시집간 누이는 촉촉한 그리움만 남겼다. 누군가와 함께 어느 계절을 같이 보냈다면, 그 계절이 부르는 독특한 그리움이 있다. 그 계절이 되면 함께 보냈던 바닷가 냄새와 파도 소리가 들리는 듯해 자꾸만 더 그립다. 시적 화자는 여름의 꽃대 아래서 봉선화 꽃물로 붉게 물들었던 누이를 그리워한다. 손톱에 물들인 봉선화 꽃물이 아직 남아 있었던, 첫눈 오는 그날, 누이는 시집을 간다. 온통 여름밤은 누이 닮은 별들로 돋아나고, 누이에 대한 그리움은 수박씨처럼 박혀 있다. 여름은 하늘에서든 땅에서든 그리움 여는 열쇠들로 반짝거려, 시집간 누이가 더 보고 싶다. 별 하나에 누이의 웃음이, 별 둘에 누이의 손짓이, 별 셋에 누이의 뒷모습이 생각난다. 시어 배치와 이미지 구현이 아주 섬세하고 세련되어 있어, 읽는 재미가 있다. 미묘한 감성의 여린 부분까지 읽어내고 그려내는 솜씨가 좋다. 시를 읽는 재미를 안겨 주고 있어, 행복하다.
<평설=박덕은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