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그레 피는 소리
보일 듯 흐드러져
신라의 가인인가
가야금을 들고나와
튕기는
소리소리에
원왕생가 떠온다.
<김옥중 약력>
▲시조문학 천료,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 자문위원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역임, 가람문학 회원
▲한국민족문학상, 윤동주문학상, 한국시조협회문학상 대상
▲시조집 : ‘매창 시비 앞에서’, ‘돌감나무’ 외
-평 설-
 | 평설=박덕은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전남대 교수 역임
▲중앙일보 신춘문예당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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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중 님의 시조 ‘자목련’에서의 시적 화자는 자목련이 피어나는 모습을 섬세히 관찰하며 사색에 잠겨 있다. 신라의 역사가 깃든 국립경주박물관에 가면 우아하면서도 화려한 신라의 문화에 감탄한다. 그 신라의 문화를 꽃에 비유한다면 자목련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자목련을 바라보고 있으면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꽃빛에 취하게 된다. 시적 화자는 신라의 가인, 가야금, 원왕생가를 통해서 신라의 문화와 자목련을 오버랩시키고 있다. 이 시조를 음미하다 보면 저절로 신라의 수도인 서라벌로 여행을 떠나고 있는 듯하다. 1수에서 발그레 피는 소리가 보일 듯 흐드러져 있다며 시조의 문을 연다. 시각 이미지와 청각 이미지의 조합이 멋스럽다. 어쩌면 자목련은 신라의 가인인가 보다. 가야금을 들고나와 한 줄 한 줄 붉은 꽃빛의 소리를 튕기고 있으니까. 3수에서는 그 소리에 마치 원왕생가가 떠오는 듯하다고 표현하고 있다. 원왕생가는 신라 문무왕 때 광덕이 지은 십구체의 향가로, 서방 정토(西方淨土)에 귀의하려는 불심을 담고 있다. 자목련은 겉은 붉은색 또는 자주색으로 피지만 안쪽은 흰색이다. 그 안쪽의 흰빛이 원왕생가로 표현되어 있어 깊이가 느껴진다. 단시조 속에 한 편의 역사 드라마가 담겨 있는 듯해 이색적이고 생동감이 넘친다. 이처럼, 시조 한 편으로도 얼마든지 독자들을 역사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할 수 있다.
<박덕은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