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수협 전남 이전 논의 ‘제자리걸음’ 尹정부 2차 공공기관 이전 로드맵 ‘감감무소식’ 법령·정관 변경 등 선결과제 많아 ‘산 너머 산’ 균형발전 차원 법 개정·정부 정책적 판단 절실 김재정 기자

2022년 08월 16일(화) 21:03

사진은 농협중앙회(左)와 수협중앙회 본사 사옥 전경. /사진=농협·수협중앙회 제공

김영록 전남지사가 지난 4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최초 건의한 ‘농협·수협중앙회 전남 이전’ 관련 논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행법상 농협·수협중앙회가 이전 대상 공공기관에 포함되지 않은 데다, 윤석열 정부도 2차 공공기관 이전 로드맵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농협·수협중앙회 전남 이전’을 위해서는 관련 법령·정관 변경이 선행돼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법 개정에 나서는 한편, 정책적 판단을 통해 본격적인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16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김영록 지사는 지난 4월 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 지역 현안의 국정과제 반영을 건의하면서 농협·수협중앙회 전남 이전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 지사가 농협·수협중앙회 전남 이전을 건의한 것은 글로벌 곡물 가격 상승과 식량안보 위기에 따라 농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농생명·금융 융복합 허브 조성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또 전남이 국내 최대 농수산물 생산지이자 유관 공공기관 집적 지역으로 농수산 경제 거점 조성의 최적지라는 점도 감안했다. 무엇보다 지역 특화산업과 연계한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지역 성장동력 확보·지역균형발전 실현이 가능하다는 전략도 깔려 있다.

그러나 관련 논의는 출발점에도 서지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과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시행령 등 현행 법령 상 농협·수협 중앙회 등이 이전 대상 공공기관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행 서울시로 규정된 주 사무소에 관한 법령(농업협동조합법·수산업협동조합법)과 정관(농협중앙회정관·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정관) 변경도 선행돼야 한다. 정관 변경은 농협·수협 총회 과반 출석 및 출석 회원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국책은행 중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기업은행을 놓고 대구·대전이 유치 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공기관의 경우 농협중앙회, 수협중앙회, 산림조합중앙회, 농업정책보험금융원, 예금보험공사 등의 이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남도는 2차 공공기관 유치 희망 대상으로 농협중앙회·수협중앙회를 비롯해 해양환경공단, 한국어촌어항공단, 한국해양조사협회,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농업정책보험금융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한전전력연구원 등 41개 기관을 설정하고 이전 필요성과 논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41개 기관은 ▲지역 비교우위 분야로 시너지 극대화 가능 기관 10개 ▲1차 이전 공공기관과 연관성이 높은 기관 19개 ▲연구기관·공공기관 투자기업 12개 등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2차 공공기관 이전이 국정과제에는 들어가 있지만 아직 로드맵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정부 차원의 2차 공공기관 이전 방향·방침에 대비해 농협·수협중앙회 이전 논리를 개발하고 정부와 정치권에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