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치호 ‘다시 일어서는 몸’展, 21일까지 전남도립미술관 몸의 형상 통해 드러낸 인간의 의미 회화, 조각, 드로잉 등 70여점 작품 선봬 개인 상처, 사회현실 거대한 몸으로 표현 최명진 기자

2022년 08월 18일(목) 19:47

박치호作 ‘부유’ <전남도립미술관 제공>

‘모든 사람은 상처를 안고 태어났고, 신체는 상처의 집합체다. 이를 직면하고 치이는 과정이야말로 나를 찾는 과정이다.’

박치호 작가

박치호 작가 개인전 ‘Big-Man : 다시 일어서는 몸’이 오는 21일까지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다.

전시에서는 그의 신작 20여 점을 포함한 회화, 조각, 드로잉 등 70여 점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여수 경도라는 섬에서 태어난 작가는 추계예술대를 졸업한 후 현재까지 줄곧 여수에서 작업하고 있다.

1994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예울마루, 남포미술관,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 등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진행했다.

전남지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그는 바닷가 옆 작업실 천장 높이의 대형 캔버스에 짙고 무거운 색채와 불안정한 자세, 분절된 구도로 신체를 표현한다.

작가는 개인의 상처와 사회 현실과의 관계를 어둡고 ‘거대한 몸’으로 표현한다. 이는 노골적이고도 원초적인 언어이며 작업통로이자 목표이기도 하다.

몸은 새삼스럽지 않은 주제일 수 있지만, 부재 혹은 결여된 신체 일부는 작가의 정체성에 관한 도상적 기호로 소통되고 있다.

그는 표현된 신체에 ‘부유, 표류’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신체 일부로써 표현한 것과 표현하지 않은 것 또는 넓디넓은 바닷물에 내던져진 표류물과 같이 미완성·불완전의 것을 거대하게 그린다.

불안정한 테두리 안에서 정착되지 않고 표류하며 떠나가는 것 혹은 잊혀진 것들, 바다에 무심히 버려진 잔해들처럼 삶의 잔재들에 오랜 시선을 둔다.

‘파편화된 신체의 형태는 바다의 부유물과 같다’고 이야기하는 작가는 내면과 깊이 동화하는 관찰자이자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이번 전시 주제를 대표하는 작품 ‘다시 일어서는 몸’은 화면 안에 윤곽선이나 뚜렷한 색 대비 없이 불분명한 자세로 불안정한 관람객들의 시선을 유도한다.

이는 상실과 삭제, 망각 등 온전하지 않은 존재의 결핍에서 오는 적막감을 드러낸다.

또 신작 ‘드로잉’과 ‘두상’ 시리즈 입체 작품에서는 분절된 구도로 전체의 관계 속 유기적 독립성을 발휘하며, 의식과는 무관하게 떠오른 단상들을 긴장감 있게 보여줄 예정이다.

작가는 “개인을 바라보는 관찰자이자 공감자의 역할로서 불완전한 사람이야말로 진정 아름다울 수 있고, 자신의 한계에 대한 인정과 상처에 대한 성찰이 중요하다”며 “기억된 상처가 저장된 검고 거대한 몸의 형상을 통해 성찰하고 성장하는 인간의 의미를 사유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