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469)

저무는 구름 속으로 죽지가 소리 멀어져가네

2022년 08월 30일(화) 19:30
競渡日有感(경도일유감) / 학봉 김성일

어둑히 먼 하늘에 구름이 출렁이고
강마을 박초풍이 비로소 부는구나
초나라 강 건너에는 죽지가가 멀어지네.
愁陰漠漠漲遙空 水國初生舶趠風
수음막막창요공 수국초생박초풍
遙想楚江人競渡 竹枝聲斷暮雲中
요상초강인경도 죽지성단모운중

굴원과 함께 한 음력 5월5일에 대한 고사다. 이는 중국에 대한 한 고사이고 우리에게도 월과 일의 양수(陽數)가 겹치는 날에 대한 의미를 크게 했다. 정월초하룻날인 1월1일과 제비들이 온다는 삼월삼짇날, 수릿날이라는 5월5일의 단옷날, 칠석일의 7월7일, 중양절의 9월9일 등을 좋은 시절의 날로 생각했다. 우리 민족의 미풍에 의한 풍습이었다. 짙은 구름이 어둑히 먼 하늘에서 출렁이고, 강마을에는 비로소 박초풍이 불어온다고 하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저무는 구름 속으로 죽지가(竹枝歌) 소리 멀어져가네(競渡日有感)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학봉(鶴峰) 김성일(金誠一:1538-1593)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학자다. 1573년(선조 6)에 사간원정언에 임명됐다가 곧 홍문관부수찬으로 옮기고 병조 좌랑으로 옮기는 등 승승장구를 이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짙은 구름 어둑히 먼 하늘에 출렁이고 / 강마을에는 비로소 박초풍이 불어오는구나 // 초나라 강에서 강 건너는 경기 생각하는데 / 저무는 구름 속으로 죽지가(竹枝歌) 소리가 멀어져간다’라는 시상이다.

위 시의 제목은 ‘경도일 날에 느낌이 있어’로 번역된다. 경도일(競渡日)은 음력 5월5일을 말한다. 전국시대 때 초나 굴원(屈原)이 5월5일에 멱라강에 빠져 죽었는데, 사람들이 이 날에 용주를 타고 건너는 경주를 하여 굴원을 추모하면서 기념했다고 한다. 일설에는 월왕 구천이 오자서를 기념하기 위해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시인은 선경의 밑그림은 여느 시인들의 시상에서처럼 가벼운 데서 끌어 들이는 밑그림은 같아만 보인다. 짙은 구름이 아득하기만 한 먼 하늘에 출렁이고, 강마을에는 비로소 박초풍이 불어온다고 했다. 박초풍은 계절풍으로 초여름에 매우(梅雨)가 내릴 때에는 반드시 큰 바람이 며칠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분다는 바람이란다.

화자는 짙은 구름이 하늘에서 출렁거린다는 멋진 시상으로 밑그림을 그렸던 시인의 시상은 풍만해 보인다. 초나라 강에서 강 건너는 경기 생각하는데, 저무는 구름 속으로 죽지가(竹枝歌) 소리가 멀어져간다고 했다. 죽지가는 악부의 하나로 사천지방의 민가다. 당나라 유유석이 새 가사로 개작했던 것으로 알려지며 남녀 간의 연정의 요소를 읊는다.

※한자와 어구
愁陰: 근심의 그늘. 근심하다. 漠漠: 막막하다. 漲遙空: 먼 하늘에 출렁이다. 水國: 강마을. 初生: 비로소. 舶趠風: 박초풍. 계절풍. // 遙想: 멀리 생각하다. 楚江: 초나라 강. 人競渡: 사람들이 (놀이) 강을 건너다. 竹枝: 죽지가. 남녀상열지사. 聲斷: 소리가 끊어지다. 暮雲中: 구름 속에 저물어 가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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