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검찰이 되기 위한 필수조건 / 김희준
2022년 09월 01일(목) 19:50
김희준 법무법인 LKB 대표변호사 / 前 광주지검 차장검사
최근 이원석 대검차장이 검찰총장으로 내정되자, 선배기수들이 하나둘씩 검찰조직을 떠나면서 검찰조직의 지나친 연소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법원과의 기수를 비교했을 때 검찰조직의 연소화는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이러한 연소화는 수십년 동안 쌓아온 고참검사들의 경험과 경륜을 활용하지 못하고 사장시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렇다면 검찰에는 왜 이러한 용퇴 관행이 굳어져 있는 것일까? 이는 왜곡된 검사의 승진제도와 맞물려 있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사의 직급은 검찰총장과 검사로만 구분된다(제6조). 원래는 검찰총장, 고등검사장, 검사장, 검사라는 직급이 있었지만, 2004년도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를 위해 직급제를 폐지하고 단일호봉제도를 도입하면서 그러한 직급들은 모두 폐지됐다. 당시 개정이유를 보면 검사의 직무상 독립성 및 중립성 보장을 제고하기 위해 검찰총장을 제외한 모든 검사의 직급을 검사로 일원화한다고 돼있다. 그렇기 때문에 검사징계법에도 징계의 종류에 강등은 없다(제3조 제1항). 이는 강등할 직급 자체가 없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고검장이나 검사장이라는 직급은 있을 수 없다. 실제로 필자가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근무할 때 모검사장이 징계를 받아 고검검사로 발령난 적이 있었다. 그 검사장은 부당하게 검사장에서 고검검사로 강등을 당했다면서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패소했다. 당시 필자는 검찰청법에 검사장이란 직급 자체가 없으므로 강등도 있을 수 없다는 논리를 전개했고, 법원은 너무나 당연한 주장이었으므로 우리 손을 들어주었다. 이와같이 고검장이나 검사장이란 직급은 검찰청법에 전혀 없는 직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 인사철만 되면 검사장이나 고검장 승진대상자라는 표현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법무부에서도 승진인사를 하는 것처럼 운용을 한다. 법률상 직급은 없는데 승진인사는 이뤄지는 이상한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사의 근거는 ‘대검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범위에 관한 규정’에 있다. 이 규정은 검찰청법상 직급제가 폐지되고 나서 수년이 지난 2007년 2월2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는 위 규정을 개정해 고검장과 검사장간 인사를 탄력적으로 하려고 했다가 상당한 비판에 직면하기도 하였다. 정권의 구미에 맞지 않은 검사를 고검장에서 검사장으로 강등할 수 있도록 해 검찰을 통제하려고 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그렇다면 검찰청법에는 검사장이나 고검장이란 직급이 없는데도 마치 있는 것처럼 제도를 운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의 핵심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그 이유는 법률상으로는 승진이 아니지만, 마치 승진인 것처럼 인사제도를 운용해야 검찰조직에 대한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사권자 입장에서는 ‘승진’과 ‘좋은 보직’이라는 당근을 손에 쥐고 있어야 조직을 장악하기 쉽다. 그런데 아무런 인센티브가 없이는 조직을 장악하기 어렵다. 더구나 막강한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검찰조직은 정권 입장에서는 아주 중요한 통치도구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사권자에게 충성하는 검사를 파격적인 승진과 보직에 보내주면서, 다른 검사들에게도 충성을 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인사제도 운용은 검사들의 충성경쟁을 유발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과정에서 수사가 왜곡되거나 부실화되고 억울한 사람이 생긴다. 모든 사건이 똑같은 기준으로 평등하게 처리되지도 않는다. 어떠한 검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수사과정과 결과는 달라지기도 한다. 특히 출세욕과 공명심이 강한 검사를 만나면 수사는 더 왜곡되기 쉽다. 수사에 법과 원칙 이외에 사심이 잔뜩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들이 기대하는 정의로운 검찰상과는 명백히 거리가 먼 모습이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은 무엇일까? 그 해법은 간단하다. 검찰청법에 나온대로 인사제도를 운용하는 것이다.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 왜곡된 인사제도의 근거로 사용되는 ‘대검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범위에관한 규정’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검찰청법에 존재하지도 않은 대검검사급이라는 허상의 직급의 제도적 근거를 없애야 한다. 그래야 검사들이 법에도 없는 허상의 승진에 얽매이지 않고 소신껏 일할 수 있고, 실력있고 경험 많은 고참검사들이 검찰조직을 하염없이 떠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그래야만 검찰의 진정한 정치적 중립성도 확보될 수 있고, 정권의 검찰이 아닌 국민의 검찰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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