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와 핵관(핵심 관계자) 이야기 / 김일태
2022년 09월 05일(월) 19:21
김일태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한국의 국내외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일본과의 현안들이 첩첩산중이며 국내적으로도 물가 상승과 고금리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하며 소비, 생산, 투자의 트리플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4개월이 가까운데도 국정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는 것은 통치 역량과 리더십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고 국내외 언론들이 분석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활력을 주기보다는 무능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권의 집권 여당은 전 대표와 핵관들 간의 주도권 싸움으로 사법적 판단에 의해서 비대위 지도부가 붕괴되는 상황이고 당 안팎에서는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훈수들만 내뱉는 정치력의 부재를 보이고 있다. 한심한 작태이다. 어느 정권에서나 자신들이 정치적으로 해결하지도 못하고 법적 판단에 맡기면서 사법부를 탓하는 심보는 똑같다. 야당은 친명과 비명계 간 당권경쟁으로 친문의 ‘대깨문’에 이어서 친명의 ‘개딸’이라는 그룹이 출현하여 그들만의 리그로 국민들의 무관심에서 대표를 선출하였다. 여당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의 역할도 못하고 국민의 공복도 포기한 핵관들이 득세하고 야당은 팬덤 정치에 좌우되는 계파가 판치는 정당이 되고 있다. 여야 합의도 번복하면서 이제 검찰의 시간으로 여야의 충돌은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역사적으로 어느 시대나 국가에서도 계파나 핵관들과 같은 세력들이 등장하여 정치적 판도를 좌우했다. 조선 세조 이후 반정(反正)의 시기에 공신으로 책봉된 훈구파가 득세하였고 성종 이래로 젊은 개혁 유학자들이 사림파로 대두하여 계파 간의 세력 다툼은 사화(士禍)로 비화되는 비극을 낳았다. 훈구파들은 왕권을 빙자하여 대신(大臣)의 영향력으로 권력을 지키려 했고 사림파는 대간(臺諫)으로서 훈구파의 전횡을 파헤쳐 신권(臣權)을 강화하고자 했다. 이후 사림파는 당파로 분열하여 붕당정치로 발전하였다. 이런 가운데 왕의 핵심 참모로 활동하게 된 핵심 관료들이 등장하였다. 중종의 대리인 남곤(南袞), 숙종 시대에 김석주(金錫 ) 등이 대표적인 핵관이었다. 조선의 기록들은 남곤을 지론이 올바른 당대의 문장가이었지만 간신(奸臣)으로 규정하였다. 척신(戚臣)이며 공신인 김석주는 기회주의적 행동으로 남인과 서인의 두 당파를 교묘하게 조정하여 두 당파의 수장을 제거하고 왕권을 강화하는 숙종의 환국(換局)을 주도했지만 숙종실록에서는 정탐과 밀고, 모함으로 정치적 농간을 부리는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이처럼 핵관은 왕의 의중을 파악하여 정적을 제거하여 자신의 권력을 극대화하는 정략적 행동을 한다.

일반적으로 당파는 정치적 견해의 충돌로, 계파는 당내 역학 관계에서 생겨난다. 그것들의 명칭은 정책의 의견 대립관계나 핵심 인물의 거주지에 따라 부르게 되었다. 송나라 신종 때 신법 시행으로 왕안석의 신법당과 사마광의 구법당으로 나누어졌다. 조선 시대 동인과 서인은 관료 이조정랑(吏曹正 )의 추천권으로 김효원과 심의겸이 충돌할 때 한양의 동쪽 건천동(乾川洞)과 서쪽 정릉방(貞陵方)에 살았고 동인은 이황과 조식의 사상적 차이와 기축옥사(己丑獄事)에 대한 서인 정철의 논죄 충돌로 핵심 인물이 남산(南山)과 북악(北岳)에 살고 있어 남인과 북인으로 분열하였다. 해방 이후 계파는 수장의 거주지, 정당의 입당시기, 인물 중심의 명칭을 사용하여 왔다. 민주당의 구파와 신파, 동교동계와 상도동계 등은 당내의 조정과 협력을 위한 경쟁구도로 존재했지만 이후로 친노, 친이, 친박, 친문, 친윤계 등은 인물을 대변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계파의 역할은 조직 내에서 조정의 기능을 한다. 오우치(Ouchi)는 자원배분메커니즘이 시장과 계층조직에 아닌 제3의 조정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계파(파벌)의 존재를 주장하였다. 특히 당헌과 당규에 의해 움직이는 정당은 대표를 비롯한 선출직 정치인, 당원, 정치자금 기부자, 외곽 우호 세력, 그리고 지지층 등 이해관계자들로 구성된 집단이다. 이런 점에서 정당은 이해관계자의 집단으로 세력 간의 협상과 조정이 필요하여 계파가 조정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계파의 순기능은 세력 간의 견제와 조정을 담당하므로 상호 신뢰(Trust)가 가장 중요하다. 계파는 신뢰가 없으면 기회주의적 행동으로 상대편을 밀어내거나 팬덤 정치로 당내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상호 신뢰는 정당 간에 협상과 협조를 통해서 정권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정권을 창출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며 당내에서도 세력 간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신뢰는 구축하기가 어렵고 깨는 것은 더 쉬운 일이다. 이제 정치도 국민의 시간으로 돌아가 정당 간이나 정당 내에서 여권이든 야권이든 기회주의적 행동을 벗어나 민주적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정치적 행동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 기사는 광주매일신문 홈페이지(www.kjdaily.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kjdaily.com/1662373290583373028
프린트 시간 : 2023년 02월 08일 22:1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