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만드는 추석음식]우리 삶·정신 여유롭게 하는 향 가득한 음청류
2022년 09월 07일(수) 21:08
박계영 길식문화전략연구원대표
추석(秋夕)을 달리 이르는 말에는 가배·가위·중추절(仲秋節)이 있다. 또한 다른 명칭인 ‘한가위’는 ‘크다’는 뜻의 ‘한’과 ‘가운데’란 뜻의 ‘가위’가 합쳐진 말이다. 8월 ‘한가운데’에 있는 날, 즉 ‘보름’이란 뜻으로 ‘한가위’를 ‘큰보름’이라고 하기도 한다. 한 해에는 두 개의 ‘큰보름’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한해 농사의 일을 시작할 때 치르는 ‘정월대보름’과 한해 농사 일을 마무리하는 때인 ‘팔월대보름 추석’이다. 곡식을 거둔 다음 그 풍요로움을 기리는 한가위는 가장 큰 보름으로 여름처럼 덥지도 않고, 겨울처럼 춥지도 않아서 살기에 가장 알맞은 계절이므로 우리속담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생긴 것이다.

◇ 전통음료 음청류(飮淸類)

추석 때 즐겨 마시는 음청류(飮淸類)는 술 이외의 모든 기호성 음료를 말하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금수강산의 감천수를 이용하여 좋은 음료를 만들어 먹어왔다. 달고 시원한 물에 여러 가지 한약재, 꽃, 과일, 열매 등을 달이거나 꿀에 재워 두었다가 먹었는데 병을 예방할 수도 있고, 더위와 추위를 이기는 여러 가지 음청류(飮淸類)가 발달하였다. 문헌에 수록된 여러 가지 음청류(飮淸類)를 종류별로 분류하면 대용차, 탕, 장, 갈수, 숙수, 화채, 식혜, 수정과, 미수, 수단, 밀수 등으로 나누며 식재료로 분류해 보면 한약재, 꽃, 열매, 잎, 뿌리, 곡물로 나뉜다. 대부분이 자연에서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러한 음청류 중 가장 대표적인 식혜·수정과·배숙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통음료에 대한 옛 기록을 보면, 1145년 ‘삼국사기’(三國史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싸움터에 나가던 김유신은 자기 집 앞을 지나가게 되었으나, 그냥 집 앞을 통과하고 한 사병을 시켜 집에서 ‘장수’(漿水)를 가져오게 하여 그 맛을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집의 물맛이 전과 다를 바 없었으므로 안심하고 전장(戰場)으로 떠났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장수는 신맛이 나는 음료인데, 전분을 함유한 곡류를 젖산 발효시킨 뒤, 맑은 물을 첨가하여 마시는 매우 찬 음료로 여겨진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이미 삼국시대에 청량음료가 성행했음을 알 수 있다.

◇ 음청류 관련 문헌

불승(佛僧) 일연(一然)이 지은 ‘삼국유사’(三國遺事)를 보면, ‘수로왕이 왕후를 맞는 설화 가운데는 왕후를 모시고 온 신하와 노비에게 수로왕이 음료를 하사하였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때의 음료로 열거된 난액(蘭液)과 혜서(蕙醑)가 어떤 종류의 것인지 그 내용은 확실히 알 수 없으나 난액은 난의 향을 곁들인 음료가 아닌가 생각되고, 혜서 역시 난의 향을 곁들여 발효시킨 발효성 음료일 것으로 추측한다.

홍석모(洪錫謨)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화채’(花菜)가 처음 기록돼 있으며, 1896년 ‘연세대규곤요람’(延世大閨壺要覽)에는 배화채, 복분자화채, 복숭아화채, 순채화채, 앵도화채, 장미화채, 진달래화채 등이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조선시대에 차가 쇠퇴되면서 화채가 발달된 것으로 생각된다. 문헌에 기록된 화채 종류는 30여 가지에 이른다. 붉은색의 오미자 물을 이용한 화채는 진달래화채, 오미자화채, 가련화채, 창면, 보리수단, 배화채 등이 있으며, 꿀물을 이용한 화채로는 원소병, 떡수단, 보리수단 등이 있다. 이들 화채는 복숭아, 유자, 앵두, 수박 등 제철의 과일을 꿀이나 설탕에 재웠다가 꿀물에 띄워 만든다.(떡의 미학, 최은희, 2008)

심환진(沈晥鎭)의 ‘시의전서’(是議全書)에는 수단, 식혜, 수정과, 화채, 밀수 등이 있으며,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향약이성 음료들이 기록되어 있다. 탕과 장, 갈수, 숙수 등은 향약을 이용한 중국식 음료로 대부분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에 소개되어 있다.(임경민, 2004)

◇ 음청류의 종류
‘산림경제’(山林經濟)에서는 우리의 전통 음청류를 다탕류(茶湯類)로 분류하였고,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는 소다제품(蔬茶諸品)으로, ‘규합총서’(閨閤叢書)는 다품(茶品)으로,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에서는 음청지류(飮淸之類)로 묶고 장(漿), 다(茶), 숙수(熟水), 탕(湯) 등으로 나누었다. 음청류는 종류, 형태, 조리법에 있어 매우 다양하여 예로부터 전통 음료는 차, 화채, 밀수, 식혜, 수정과, 탕, 장, 갈수, 숙수, 즙, 우유 등으로 분류해 왔다. 또한, 일상식, 절식, 제례, 대소연회식 등에 반드시 올랐으며 삼국시대로 접어들면서 식생활이 체계화됨에 따라 주식, 부식, 후식의 형태로 나뉘며 전통음료는 후식류로 발달하게 되었다. 탕, 장, 갈수, 숙수 등 향약을 이용한 음청류는 조선시대 음청류 속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거의 사라져버렸다. 이러한 우리의 전통음료는 모두 자연에서 산출된 자연물을 이용함으로써, 사계절의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 맛으로 표출되고 있다. 또한 지극히 자연스런 맛과 멋을 즐겼던 조상들의 낭만과 풍류, 정성이 깃들어 있는 고유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 음청류의 가공 조리시 나타나는 특징으로 구분을 하면 첫째, 맛 성분만을 우려내거나 고형분이 액중에 분산되어 있는 음료의 형태로 순다류, 유사다류, 탕류, 갈수류, 미시류가 용출형 음료에 속한다. 둘째, 적당한 당화나 발효과정을 거치는 음료의 형태로 식혜와 장류가 숙성형 음료에 속한다. 셋째, 즙을 갈아 내거나 즙에 건더기 재료를 섞거나 띄운 음료의 형태로 화채류, 수정과류, 밀수류가 착즙형 음료에 속한다.(임경민, 2004)

이번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를 맞이하여 결실의 계절 온가족이 같이 둘러앉아 음청류를 만들어 마시면서 넉넉하고, 풍요로움 앞에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하지만 작년에 이어 올 한가위에도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각 가정에서 다양한 음청류를 정성스럽고 맛있게 만들어 가족들과 서로 나눠 먹으면서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게 마음가짐을 다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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