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수리남’ 사건 담당 김희준 변호사 “160만명분 밀수 마약왕 7년만에 붙잡았죠” 2011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시절 한국인 국제마약상 검거 주부·조경기술자 등 전과 없는 서민들 운반책으로 이용하기도 물뽕 최초 적발 마약류 등재…“마약범죄 대응기구 신설해야” 오복 기자

2022년 09월 14일(수) 22:36

김희준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코카인 48.5㎏은 약 160만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입니다. 이 사건은 국내 코카인 관련 수사 사상 최대 규모였습니다.”

2011년 ‘한국 출신 국제마약왕 검거’를 모티브로 한 넷플릭스 6부작 시리즈 ‘수리남’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실제 사건을 맡았던 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부장검사이자 현 엘케이비앤파트너스 김희준 대표 변호사는 ‘수리남’ 사건을 코카인 밀수 관련 국내기준 사상 최대 범행으로 기억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14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넷플릭스 ‘수리남’이 담고 있는 내용처럼 검찰은 당시 7년간의 끈질긴 노력과 추적 수사 끝에 인터폴 적색수배를 통해 브라질에서 수리남의 실존 인물인 국제마약상 A씨를 검거했다”고 말했다.

A씨는 수리남에서 조직을 구축한 후 운반 총책들을 사주해 국내에 인력모집을 위한 회사 설립까지 시도하는 등 소위 ‘국제 기업형 조직’ 구축을 시도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그는 국내에서 1994년 빌라건축을 빌미로 10억원의 사기 사건에 연루된 후 수사망이 좁혀오자 1980년대 선박 냉동기사로 일하며 8년간 체류했던 수리남으로 넘어가 국적을 취득했다.

2011년 당시 중국발 대량 밀수 사범, 한국인 운반책을 이용한 외국인 사범 적발사례는 있었으나 외국 국적을 취득한 후 국제마약조직을 구축해 마약밀수를 일삼은 대형사범을 적발한 것은 최초였다.

또한, A씨는 한국인, 수리남인, 네덜란드인 등 다국적인 조직원을 규합해 구매책, 판매책, 운반책 등 역할을 분담해 조직을 체계화시켰다.

특히 어린 딸아이를 둔 주부, 조경기술자, 용접공 등 전과 없는 순진한 서민들을 꼬드겨 가담토록 한 패륜적 범행은 국민의 원성을 자아냈다.

이후 1980년대부터 형성한 수리남 내 인맥을 이용해 코카인밀수 대규모 조직구축 및 은밀한 밀수감행 등을 통해 마약상으로 활동했다.

사업 등 목적으로 수리남에 체류 중인 교포들을 범행에 끌어들여 운반총책으로 삼고 그들의 지인들을 저인망식, 다단계 피라미드식으로 포섭해 이용했다.

대상은 대체로 생활이 넉넉지 않지만, 돈을 필요로 하는 범죄 경험이 없는 ‘순진한’ 사람들이었다.

프랑스에서 검거된 운반책이 소지한 100여장의 여권 사본을 고려할 때 범행에 동원된 운반책은 상당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김 변호사는 “A씨는 1인당 소지량이 제한된 보석원석을 운반해 주면 수백만 원을 주겠다는 빌미로 국내인 100여명을 운반책으로 포섭한 것으로 추정됐다”고 범행 수법을 밝혔다.

그는 “검찰은 범죄인 인도 과정을 거쳐 A씨를 국내로 압송, 구속기소했다”면서 “‘수리남’은 남미에서 둥지를 튼 국제 마약 카르텔과 연계해 밀수 조직을 결성, 일반인을 운반책으로 모집해 막대한 양의 코카인을 밀수한 사건으로 한국정부의 마약 척결 의지를 국제적으로 알렸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소회했다.

김 변호사는 ‘수리남’ 사건 검거 이전에도 마약전문 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광주지검 차장검사 부임 당시 물뽕(GHB)을 처음 적발해 마약류로 등재했고, 2011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으로 재직할 당시에는 법령개정을 건의해 수면마취제로 사용돼 온 프로포폴을 마약류로 등재하는 데도 기여했다.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마약청정국이라는 환상에 빠져있다”면서 “최근 마약사범이 급증하는 가운데 마약의 종류 다양화·사용 연령층의 연소화 등을 고려해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가상화폐 등 거래방식의 변화에 따라 급속도로 퍼지는 마약을 막기 위해 종합적으로 마약범죄를 수사하고 관리할 대응 기구 신설의 필요성도 제기된다”고 언급했다.

/오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