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난 추석민심을 보았나 본사 부회장 |
| 2022년 09월 14일(수) 22: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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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이 들었다는 성난민심은 대체로 이런 것이다. 물가가 너무 올라 서민경제가 팍팍하다. 180석 민주당은 뭘 하고 있느냐. 대통령실 이전, 대통령실 사적 채용, 국정운영의 무능에 대해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느냐. 경기 상황이 IMF때보다 훨씬 어려운데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에 대한 대책은 뭔가. 골목경제를 살리고 소상공인의 숨통을 터주는 지역화폐 예산은 왜 삭감되었는가. 물가는 오르는데 쌀값은 하염없이 폭락하는데 왜 수수방관하는가. 고향은 날로 피폐해져 가는데 인구소멸 대책은 무엇인가.
이런 현실적인 민생 불만 뿐 아니라 모든 정치인들이 공통적으로 들은 얘기는 ‘정치 좀 똑바로 하라’는 것이었다. 현 정부의 국정 난맥에 대한 비판과 실망이 크지만 견제하는 제1야당의 역할에 대해서도 회초리를 들었다.
필자가 추석연휴에 가장 많이 들은 얘기 역시 ‘호남정치의 실종’이었다. 호남정치가 벼랑 끝, 위기라는 것이다. 역사속에서 호남정치는 국가 위기때마다 중심을 잡고 새로운 대안 제시, 물꼬를 터주는 나침반 역할을 해왔다. 호남을 한국정치1번지라고 얘기하는 이유다.
그런데, 호남민심을 아우르고 그 역동성을 하나로 묶어 새로운 정치의 길을 열어왔던 통합의 리더십이 사라지면서 호남에서부터 정치 무관심층이 늘고 있다. 정치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지역정치에 실망하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 지방선거를 얘기하고 있다. 지방선거 과정에서 벌어진 공정하지 못한 공천 과정을 지켜보면서 민주당이 제대로 된 지역정치인을 발탁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받았다. 여전히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을 믿고 오만한 선택을 한 것에 대한 비판 방식으로 무관심을 피력하고 있는 것이다.
6·11지방선거 당시 광주 투표율은 전국 최저치인 37.7%를 기록하며 호남정치에 경고장을 보냈다. 전당대회 권리당원 투표율은 광주 34.18%, 전남 37.52%, 전북 34.07%로 전국 평균 투표율에 못미쳤다. 소위 당원들도 호남정치의 무능함에 무관심으로 회초리를 들었던 것이다.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은 현 호남정치에 실망하고 무관심으로 돌아선 지역민들의 자신에 대한 애정은 고사하고 이름조차 시·도민이 알지 못하는 무존재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인지도와 정치력이 아직까지 미미한데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맡은 의원이 단 한 명도 없이 예산 확보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호남정치를 복원하기 위해 똘똘 뭉쳐 지역현안 해결에 나서고 국가적 아젠다를 선도해가는 돌파력은 누가 주도할 것인가.
안이한 자세로 대대적인 쇄신 노력을 하지 않으면 ‘호남 텃밭’은 옛말이 될 것이다. 한국갤럽의 정례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에 대한 호남 지역 지지율이 굳건했던 예전과 달리 출렁이고 있다. 지난 지선 직후인 6월 1주차에는 48% 지지율을 보였다가 2주차에 50%대 후반을 회복했지만 7월 4주차에 60%로 반등하기까지 등락을 거듭했다. 이어 8월 1주차 63%에서 9월 1주차 49%로 내리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의 ‘6·1 지방선거 평가 보고서’에서 비투표자가 투표하지 않은 이유로 ‘지지할 인물이 없어서’라는 호남 유권자 응답이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게 나온 것만 봐도 공천을 잘못한 것이 얼마나 큰 무관심을 가져오는지 알 수 있다.
등 돌린 민심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심각하게 봐야 한다. 강력한 혁신을 통해 신뢰감을 회복하지 않으면, 정권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유능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지역민의 큰 정치변화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그리고 호남 지역의 정치력 약화는 의원 개개인의 경쟁력 부족으로 이어지면서 악순환 구조가 고착화될 수도 있다.
올 추석민심은 ‘호남의 민주당이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로 집약된다. 민주당 일당 정치독점으로 유권자의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기득권이 고착화하면서 지역이 고립되고 경쟁력을 잃는 악순환 구조가 계속된다면 희망이 없다.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더 이상 불공정 공천, 부적격 후보자 공천, 지역위원장 공천 개입 등 시스템 공천 무력화는 안된다.
민심과 동떨어진 정치인들의 안이한 인식이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깃발만 꽂으면 다 당선될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의식이 없는 것 같다. 불분명한 공천 등으로 실력없는 정치인을 당선시키는 행태는 지역 정치의 확장성과 경쟁력을 잃게 만든다.
민주당 중앙당도 호남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선 지역 바닥의 목소리를 중앙에 제대로 전달받을 수 있도록 소통 창구를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 광주시당·전남도당은 하루빨리 당 운영의 민주화를 모색해야 한다. 지역민과 빠르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시·도민의 쓴소리를 가감없이 듣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변하지 않으면 시민사회가 나설 기미다. 민주당 정치 개혁을 위한 ‘광주·전남 정치개혁연대’는 얼마전 공식 출범식을 갖고 첫 행보로 평당원이 참여하는 경선을 통해 민주당 광주시당 위원장 후보를 내기도 했다. 민주당이 각성하고 제대로 역할 할 수 있게 하는 게 정치개혁 연대의 목표라고 한다.
호남정치란 정의감,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상상력, 행동할 수 있는 용기다. 지역민들도 관심을 갖고 호남정치 복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치인들은 호남정치에 대한 성난 민심을 겸허히 살펴보고 적극 개선 의지를 가져야 할 것이다.